3월 25일 베이징 순이구 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 내 샤오미 부스. 사진 이윤정 특파원
3월 25일 베이징 순이구 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 내 샤오미 부스. 사진 이윤정 특파원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전시회인 ‘베이징 모터쇼(오토차이나)’를 4년 만에 개최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샤오미와 화웨이 등 IT 기업이 대거 참여해 업종 간 경계가 크게 허물어졌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점을 세계에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를 비롯해 해외 완성차 기업들 역시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재확인했다.

중국 베이징 모터쇼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자동차’라는 주제로 4월 25일 베이징 순이구 국제전람센터에서 시작됐다. 5월 4일까지 열린 베이징 모터쇼는 1990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022년을 건너뛰고 4년 만에 열리게 됐다. 이번 전시장 규모는 23만㎡(약 7만 평)로, 직전 전시회보다 3만㎡ 확장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부품 제조사 등 1500여 개 업체가 대거 참석하면서 빈 공간 하나 없이 빽빽이 채워졌다.

전기차 산업 경계 허무는 샤오미·화웨이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전기차 생태계가 IT 기업으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형 가전, 스마트폰 제조 기업인 샤오미는 지난 3월 출시한 전기차 ‘SU7’을 앞세워 올해 처음으로 모터쇼에 출전했다. 샤오미 SU7은 중국 전기차 ‘532(전장 5m, 휠베이스 3m, 가격 20만위안급)’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샤오미 부스를 찾은 중국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샤오미의 SU7 성적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왔다”며 “중국 자동차 업계 내에서도 샤오미는 초미의 관심사”라고 했다. 

이날 9시 20분(현지시각)부터 시작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의 발표를 듣기 위해 관람객이 대거 몰리면서 30분 전부터 자리를 맡아야 했다.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레이쥔 회장은 SU7이 출시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현재까지 7만5732대의 예약 주문을 확보했고, 5781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5월 말부터 프로(최상위) 버전 출시를 시작할 예정이며, 6월부터는 월간 인도량이 1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 기업 화웨이 역시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화웨이는 스마트카솔루션(IAS)을 제작해 완성차 업체들에 제공하는데, 전날 자율주행 시스템인 ‘첸쿤 ADS 3.0’을 출시했다. 화웨이는 올해가 스마트 드라이빙 시스템 대량 상품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자동차 50만 대에 첸쿤을 탑재한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중국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총 7종의 전기차 모델을 내놨다.

화웨이의 협력 파트너가 해외 완성차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이날 도요타 등 다양한 해외 완성차 기업의 임원진이 직접 화웨이 부스를 찾았다. 이들은 화웨이가 세레스와 합작한 ‘아이토’, 체리차와 함께 만든 ‘럭시드’ 등 전시돼 있는 차량들을 둘러보며 관심을 드러냈다. 

IT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을 침범하고 있지만, 전통 전기차 기업들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는 이날 모터쇼에서 중형 세단 ‘진L DM-i’,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하이스 07’을 최초 공개했다. 진은 12만위안대, 하이스는 20만위안대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군을 확대했다. 리샹, 리오토, 창청자동차, 훙치 등 다른 자동차 기업들 역시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관객을 끌어모았다.

외자社, 세계 최대 車 시장 ‘현지화’로 재도전

해외 완성차 기업들도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이번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드러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 내수까지 둔화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인 점은 분명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신차 판매 대수는 3009만 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0만 대를 넘겼다. 특히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판매 대수는 950만 대로 1년 전보다 37.9% 증가했다.

이날 현대차는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을 중국에서 처음 공개했고, 중국 현지 생산이 예정된 신형 싼타페를 선보였다. 기아는EV3 출시와 함께 새 전동화 전략을 내놨다. 현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참석한 현대차·기아 경영진과 연구원은 역대 최대 규모인 12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중국 자동차 업체의 강점을 분석해 중국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G바겐으로 불리는 G클래스의 첫 전기차 모델 실물을 공개했고, 스웨덴 볼보와 중국 지리차가 함께 만든 폴스타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완벽하게 연동시키기 위한 휴대폰인 ‘폴스타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중국 기업 부스와 달리 해외 기업의 부스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진화하고 있고,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모든 기업에 기회가 열려 있다”며 “소비자 포용과 적극적 혁신이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핵심 이슈일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베이징 모터쇼 포기한 이유
테슬라, 애스턴 마틴, 마세라티의 속내는 테슬라

테슬라 모델Y. 사진 테슬라
테슬라 모델Y. 사진 테슬라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는 1500여 개 업체가 대거 참석해 중국 시장 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반면 이전까지 단골로 참석했던 일부 외국계 완성차 업체는 베이징 모터쇼 출전을 포기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대표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중국에 공장까지 두고 현지화에 힘쓰고 있는 테슬라는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 배경으로는 실적 둔화가 꼽힌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총매출은 213억달러(약 29조389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2012년 이후 분기 단위로 최대 감소 폭이다. 영업이익 역시 11억7000만달러(약 1조622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급감했다. 

영국 대표 스포츠카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과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인 마세라티 역시 이번에 베이징 모터쇼에 출전하지 않았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이들 브랜드는 최근 몇 년간 신차를 출시하지 않았고, 매출도 불안정해 베이징 모터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 지난해 중국 내 판매량이 10만 대에 채 못 미친 시트로엥, 푸조 등 스텔란티스 계열 브랜드도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