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 약 9억700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총선이 치러지고 있다. 인도의 선거는 여러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인도 안팎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연꽃, 손바닥, 빗자루, 코끼리 등 기호로 표현되는 정당, 인도만의 독특한 전자 투표기와 중복 투표를 방지하기 위한 특수 잉크, 지역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일곱 날짜에 치러지는 투표, 유권자 한 명을 위해서 39㎞를 걸어 외딴곳으로 들어가는 선거 관계자 등이 인도 총선의 특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도 경제 급부상으로 인도 총선에 대한 관심 역시 매우 높아졌다. 인도 총선 관련 가장 큰 궁금증은 역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 가능성, 즉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수권 여부다. 그리고 거의 모든 전문가가 인도국민당의 승리를 예상한다. 승패는 거의 확실한 가운데, 인도국민당의 의석수 그리고 과반 여부가 거시적인 주요 관심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혹자는 이번 선거가 너무 뻔하기에 재미없는 선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인도를 공부하기에 총선 분석만큼 좋은 자료는 없다. 인도 총선을 통해서 현재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국민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대한 우려와 야당의 공격, 각 정당의 주요 정책, 선거 전 여론조사 등을 살펴보면 인도 경제, 사회, 종교, 지역 갈등, 카스트제도 등 인도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경제는 모디 정부의 가장 큰 성과이자 가장 큰 약점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인도 총선을 통해서 인도 경제를 살펴보자.
높은 실업률 해결이 차기 정부 숙제
인도의 사회개발연구센터(CSDS)에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디 정부에 다시 투표해야 할 이유로 일 잘하는 정부(42%), 복지 제도(18%), 모디 총리의 위대함(10%)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일 잘하는 정부’라는 모호한 표현 속에는 최근 인도 경제의 성장이 일정 부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모디 총리 재임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4.2%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임을 감안하고 주변 주요 경제국과 비교하면 뛰어난 성과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인도는 7% 수준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를 근거로 모디 정부에 대한 불만족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도 많다. CSD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도 유권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심사는 실업(27%), 물가 상승(23%), 경제개발(13%)순으로 나타났다. 모디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3대 원인은 실업 증가(32%), 물가 상승(20%), 소득 감소(11%)다. 인도 경제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민간 연구 기관인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 실업률은 1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40%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분기 실업률은 6.5~7.2%,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16.5~18.6%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부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취업자 증가는 농촌 지역 자영업자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증가와 거리가 멀다. 제조업 성장의 지연, 정보통신(IT)과 서비스 산업 중심의 성장,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등으로 인해 인도는 경제성장에도 고용은 늘지 않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인도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IT 산업은 매출 성장률이 둔화하는 반면 수익률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 현상의 주요 원인은 인건비 절감에 있다. 인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가장 많이 제공하던 IT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실업률 문제는 청년층에서 더욱 심각하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실업 까닭에 소득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인도의 고질적인 빈부 격차 문제가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 시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이륜차의 매출은 팬데믹 이전보다 40%가량 감소했다. 중산층과 부유층의 구매력이 늘어나며 소비의 고급화가 일어나지만, 비누와 치약 같은 일상용품의 판매는 감소하고 있다. CSD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도 경제 발전의 혜택을 부유한 계층이 독점하고 있다는 인식이 2019년 24%에 비해 2024년 32%로 증가했다. 경제성장에도 성장의 혜택이 일부 상위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빈곤층은 복지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양쪽에 해당하지 않는 중간 계층의 국민은 경제성장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뿌리 깊은 남북 갈등도 주목
인도 총선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의 남북 갈등이다. 인도 남북 갈등은 언어, 문화, 경제, 정치, 역사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문제다. 모디 정부는 GDP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성공과 힌두민족주의 인기에 힘입어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부유한 남인도의 타밀나두, 카르나타카, 케랄라, 안드라프라데시, 텔랑가나 등 다섯 개 주(州)는 중앙정부의 권력 강화에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인도 남북 문제는 모디 정부 초기 업적인 통합부가가치세(GST· Goods and Services Tax)와 깊은 관련이 있다. 2017년 모디 정부는 복잡하면서 주별로 다른 부가가치세를 통일하였다. 통상적으로 GST의 절반은 중앙정부에, 절반은 주 정부에 귀속이 된다. 1인당 세금을 기준으로 부유한 남부 지역 주민이 북부 지역 주민보다 중앙정부에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한다. 반면 중앙정부는 가난한 북부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한다. 남부 지역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예산을 덜 배정받는 것이다. 게다가 북부의 인구는 남부보다 많으며 합계 출산율도 북부가 남부보다 높다. 북인도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남인도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유권자 숫자가 힘인 민주주의 국가 인도에서 북부의 정치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남북 갈등은 여론조사에도 잘 드러난다. 모디 정부 만족도 조사에서 인도 전체의 ‘매우 만족’ 비율은 23%지만, 남부의 비율은 16%다. 북부와 서부의 인도국민당 지지율은 47%지만, 남부의 지지율은 25%에 불과하다.
인도국민당은 4월 14일에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빈곤층, 청년, 농업 종사자,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선정해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을 내세웠다. 높은 청년실업률 문제를 의식해 스타트업, 제조업, 사회 기반 시설 등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그간 강점을 보인 빈곤층 대상 복지 공약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농업은 유권자 수 때문에, 여성은 높은 투표율 때문에 주요 공략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국민당의 공약은 강점을 유지하며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유권자 수가 많은 집단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이행 여부와 한정된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공약 자체는 훌륭하다. 반면 인도 야당은 일제히 높은 실업률, 빈부 격차로 인한 박탈감 등을 내세우며 연일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인도 총선은 약 한 달 후인 6월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인도국민당의 승리로 막을 내릴것이다. 모디 정부가 이룩한 경제성장이 승리의 주요 원인이다. 한편 통계와 여론으로 확인된 경제성장 이면의 문제점이 모디 총리의 세 번째 임기 동안 개선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