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혈관에는 원칙적으로 기름이 떠다니면 안 된다. 기름은 혈액에 녹지 않기 때문에 혈관을 막아버린다. 따라서 지단백(Lipo-protein)이라는 특수한 단백질에 둘러싸여야만 혈액에 녹아 운반할 수 있다. 지단백에는 고밀도 지단백(HDL·High Density Lipo-protein), 중지단백(IDL), 저밀도 지단백(LDL·Low Density Lipoprotein), 초저밀도 지단백(VLDL·Very Low Density Lipopro-tein), 킬로미크론(Chylomicron) 등이 있다. 이 중 혈관 벽에 쌓여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 LDL이다. 간접적으로 동맥경화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 VDLD, 동맥경화를 저지하는 것이 HDL이다. 따라서, LDL이나 VLDL이 높으면 동맥경화가 잘 생기는데, 이를 고지혈증 또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한다.
![사진 셔터스톡](https://economychosun.com/site/data/img_dir/2024/05/10/2024051000005_0.png)
최근에는 HDL이 낮아도 동맥경화가 잘 생긴다는 것이 알려져 고지혈증뿐 아니라 HDL이 낮은 경우까지 포함해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비만으로 VLDL이 높고 중성지방이 300~400㎎/㎗ 정도일 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므로 고지혈증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는 생활 습관만 교정하면 치료가 된다.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 45세 미만의 젊은 사람이라면,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가족이 없다면,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등 위험 인자가 없다면, 먼저 체중 감량과 식사 교정 등을 6~12주 시행해 봐도 늦지 않는다. 이후 혈액검사를 해 보고 약물 치료 여부를 결정해도 된다.
고지혈증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전이다. 우리 간에는 LDL을 제거하는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데, 유전적으로 빨리 감소하는 사람들이 고지혈증에 걸린다. 여성은 폐경이 오면, 여성호르몬 결핍의 영향으로 수용체가 급격히 감소한다. 이런 이유로 폐경 후에는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이 남성보다 많아진다. 또 비만은 VLDL을 증가시키고 HDL을 감소시켜 동맥경화를 악화시킨다. 음주도 VLDL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악화시킨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https://economychosun.com/site/data/img_dir/2024/05/10/2024051000005_1.png)
고지혈증의 약물 치료에는 스타틴(statin) 계열의 약물이 가장 많이 쓰인다. 스타틴은 매우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 드물게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약물 투여 시 근육통이 있다면 치료를 중단하고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에제티미브(ezetimibe)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약물로,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스타틴 계열의 약과 함께 쓰면 효과가 좋다. 피브레이트(fi-brate) 제제는 LDL보다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탁월하다. HDL을 올려주기도 한다. 건강식품으로도 많이 쓰는 오메가3 지방산을 하루 3~4g 복용할 경우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고지혈증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고기를 많이 먹어서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보다 밀가루나 흰쌀밥 위주의 식사를 해서 고지혈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히려 단백질 섭취를 잘하는 것이 고지혈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