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인구·경제 대국 브라질에서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37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州)를 강타한 이번 폭우는 4월 29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시작됐다. 평소 같으면 두 달 동안 내릴 비가 사흘 사이에 쏟아지면서 최소 85명이 사망하고 291명이 다쳤다. 침수와 산사태 등으로 집을 떠난 이재민은 약 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가 130여 명에 달하는 데다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인명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브라질 지질청(BGS)에 따르면, 히우그란지두술의 주도인 포르투알레그리에는 사흘 동안 258㎜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4월과 5월, 두 달의 평년 강우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에 따라 포르투알레그리 곳곳은 대부분 침수됐다(큰 사진). 히우그란지두술주의 사우가두 필류 국제공항은 무기한 폐쇄됐고(사진 1),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베이라-리오 경기장도 물에 잠겼다(사진 2). 5월 2일에는 벤토곤칼베스와 코티포라 사이 수력발전소의 댐이 일부분 무너지면서 계곡 주변 도시들이 통째로 물에 잠기기도 했다.
대두와 옥수수 가격 급등 우려도 커졌다. 히우그란지두술이 세계적인 대두 생산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최근 수년 동안 대두 생산량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절반 이상을 중국으로 수출하는데, 주로 사료용으로 쓰이는 대두박(대두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것)의 경우 우리나라 수입액의 80%가량이 브라질산(産)이다. 현지 전문가는 이번 폭우로 히우그란지두술의 대두 생산이 최대 15%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히우그란지두술은 세계적인 옥수수 재배 지역이기도 하다. 브라질은 세계 3위의 옥수수 생산국이다. 수출은 미국에 근소한 차로 뒤진 2위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5월 초 옥수수 선물 가격은 1월 26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옥수수 수출 가격이 유독 상승한 요인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생산 기반 시설 피해로 인한 물류 차질과 대량 수확을 앞둔 브라질의 생산 전망 악화 때문”이라고 했다. 5월 5일 장관들과 함께 피해 지역을 두 번째로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철저한 피해 관련 조사를 당부하고 이재민 지원을 약속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기록적인 폭우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남미 전역이 엘니뇨 현상(적도 부근 수온 상승 현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