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포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4년 여성 스포츠 매출이 12억8000만달러(약 1조7380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부적으로 광고 6억9600만달러(약 9450억원·55%), 중계 3억4000만달러(약 4617억원·27%), 경기 2억4000만달러(약 3259억원·18%)가 예상된다.
매출을 지역별로 나눠 보면, 북미(6억7000만달러·약 9097억원)가 52%로 가장 큰 시장이며, 유럽(1억8100만달러·약 2458억원)이 14%로 뒤를 잇는다. 스포츠 종목별로 보면 축구(5억5500만달러·약 7536억원)가 43%로 1위, 농구(3억5400만달러·약 4807억원)가 2위(28%)로 예상된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여자 테니스연맹(WTA)투어 등 국제 대회가 4억2500만달러(약 5771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여성 스포츠 산업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는 점은 여성 리그·팀의 시장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데서 포착할 수 있다. 올해엔 시장가치가 1억달러(약 1358억원)를 웃도는 여성 스포츠팀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리그 전문성과 상업성이 강화돼 선수 경기력이 향상되고, 이것이 대중의 관심과 투자 수익 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해 FIFA 여자 월드컵은 5억7000만달러(약 7739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여성 스포츠는 적잖은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매출원은 광고·스폰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 스포츠에 대한 기업 투자는 1달러당 7달러 이상의 고객 가치를 창출했다. 일부 LPGA 스폰서는 최대 400%의 미디어 투자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 테마를 브랜드 이미지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성 스포츠 스폰서십에 대한 브랜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 스포츠 리그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특히 축구를 중심으로 남성 팀 없이 여성 팀이 단독으로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잉글랜드 여자 프로 축구 리그인 FA 여자 슈퍼리그(WSL)는 바클레이스와 스폰서십 재계약에서 몸값을 3000만파운드(약 512억원)로 두 배 올렸고, 아스널 FC 산하 여성 팀인 아스널 WFC는 아디다스, 스텔라 매카트니와 협업 상품을 출시했다. 개별 선수의 스폰서십 체결도 활발하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이자 미국여자프로축구(NWSL) 스타 선수인 알렉스 모건은 2022년 경기 외 수익으로 640만달러(약 87억원)를 벌어들였다. 영국 대표팀 주장인 리아 윌리엄슨은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로 2022 승리를 계기로 여자 축구 선수최초로 구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티켓 매진 행렬… 중계권 가치도 올라
수만 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대형 스타디움에서 여성 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티켓이 매진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호주 크리켓 대회인 애시즈 여자 대회는 2023년 11만 명의 관중을 끌어모았다. 티켓 판매량은 2019년에 비해 450% 늘었다. 아스널 우먼의 2023-2024시즌 UEFA 여자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는 관객 6만 명이 몰려 티켓이 매진됐다. 인기에 힘입어 여성 스포츠 중계권도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UEFA 여자 챔피언스 리그 경기는 두 시즌 동안 중계 플랫폼인 다즌(Dazn)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으나, 2023-2024시즌부터는 유료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 대학스포츠연맹(NCAA) 전미 여자 대학농구선수권 대회 ‘3월의 광란’은 현재 3400만달러(약 462억원)에 29개 챔피언십 중계권이 계약돼 있는데, 올해 계약을 갱신하면서 중계권이 1억달러(약 1358억원)를 넘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장가치 훌쩍 뛰자, 투자 줄이어
그간 남성 팀을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해 왔던 투자자들은 여성 팀에 주목하고 있다. 스테픈 커리가 뛰고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구단주는 2023년 10월 리그 역대 최고가인 5000만달러(약 679억원)를 투자해 캘리포니아 지역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팀을 창단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에 NWSL 워싱턴 스피릿을 인수한 미국 기업가 미셸 강은 2023년 5월 UEFA 여자 챔피언스 리그를 여덟 번 우승한 올림피크 리오네 페미닌 지분 52%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셸 강의 인수 건은 여성 팀의 시장가치를 남성 팀과 별개로 측정하는 계기가 됐다.
NWSL을 포함해 유명 인사가 스포츠팀과리그의 지분을 소유하는 추세도 강화되고 있다. 유명 인사가 지분을 가지면 리그 광고 효과가 커지고 이는 광고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NWSL의 엔젤시티 FC는 레딧 공동 창립자인 알렉시스 오하니언과 배우 나탈리 포트먼, 프로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 등이 지분에 투자했다. 현직 NBA 선수 케빈 듀랜트는 선수들이 직접 운영하는 여성 스포츠 리그 애슬리츠 언리미티드(Athletes Unlim-ited) 자본금 모집에 3000만달러(약 407억원)를 내놓았다.
여성 스포츠만의 새로운 길 개척해야
1│ 남성 스포츠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여성 스포츠는 남성 스포츠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선수와 팬에 맞춰 적응하고 혁신해야 한다. 아직 성장 초기인 만큼 신기술, 활성화 전략, 파트너십 등을 실험해 볼 여지가 많다.
2│ 진입 장벽을 낮춰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여성 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어린 여학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유소녀부터 프로 무대까지 어린 여학생이 스포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3│ 신체적·정신적 부상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
여성 스포츠의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경기 강도는 높아지는데 경기 간 회복 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선수 부상 방지를 위해 여성 스포츠 전담 연구와 의료진 배치에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4│ 여성 스타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 스포츠의 팬덤을 키우고 관중을 늘리려면 여성 선수의 이야기를 알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여성 선수와 여성 스포츠팀의 미디어 노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여성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5│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여성 경기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힘든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팀과 훈련 시설을 공유하고 구식 의료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시설에 투자해야 선수 기량이 향상될 수 있다.
6│ 스포츠팀 간 양극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WSL에서 매출 상위 1~4위 클럽(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전체 12개 리그 매출의 70%를 차지한다.리그 내 매출 양극화는 자칫 의료진, 시설 투자 등 지원의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리그전반의 성장을 위해선 양극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7│ 여성 지도자를 육성해야 한다
스포츠 산업에서 여성 감독과 코치, 구단주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도자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여성이 관련 역량을 키우고 산업 현장에 참여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