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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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세계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안전 자산은 위험이 없는 금융자산으로, 무위험 자산(Riskless Asset)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시장가격 변동 위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의한 자산의 실질 가치 변동 등 구매력 변동 위험 속에서도 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는 자산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 등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물 자산이나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 선물 등 금융 상품을 통해 보유하거나 투자할 수 있다. 

금값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직후인 2022년 2월에 온스당 2030달러(약 280만원)로 최저를 기록한 후 상승세를 지속하다 최근 온스당 2417달러(약 334만원)를 넘어서면서 연일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세계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시장이 선호하는 안전 자산은 미국 국채와 달러다. 이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미국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점 때문이다. 미국 2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은 각각 4.8%, 4.4%를 웃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실물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돼 미국 국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 국채 가격이 올라 매매 차익을 누릴 수 있다.

달러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인덱스는 기준점(100)을 웃돌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유럽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한 지표다. 100을 기준점으로 두고 이를 웃돌면 달러 가치 상승을, 밑돌면 하락을 뜻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안타깝게도 세계적으로 장기화하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은 국내 실물 경기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 국채 금리는 최근 2년물과 10년물 모두 3.4%를 상회하는 가운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있다는 말과 같다. 주식시장의 경우,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와 달리 코스피는 2600~2700대 보합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고, 변동성도 확대돼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원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경쟁력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 경기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미·중 갈등, 중국 경제의 감속 등 수출 여건을 끌어내리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수출 경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어려웠던 때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도체 착시 현상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의 실질적인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는 크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 과정과 비교하면 수출 경기 회복 체감도는 훨씬 낮다. 오히려 고환율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과 국내 물가 파급효과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 장기화가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나, 우리 경제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함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