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로 인해 세후 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우리 증시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이며,
특히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일반화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이 해외 주식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증시가 안 좋아지면 결국 기업은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힘들어진다.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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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가 당장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자 이를 둘러싸고 또다시 해묵은 논쟁이 시작됐다. 과연 시행될지, 유예될지, 폐지될지조차 현재로서는 가늠이 어렵다. 금투세는 2020년 지난 정부가 신설해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으나 이미 한 차례 유예를 거친 바 있다.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반 없다는 것이다. 2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보내며 우리 사회는 금투세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고, 대비책 없이 또다시 소모적인 논쟁을 시작했다.

 우선 금투세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이는 주식·채권·펀드·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 상품에서 발생하는 매매 차익에 대해 새롭게 과세하는 세금이다. 금융 상품은 크게 1그룹과 2그룹으로 나뉜다. 1그룹은 상장 주식(증권시장 양도분), 공모 국내 주식형 펀드(ETF 포함), 한국 장외주식시장(K-OTC) 중소·중견기업 주식 등이다. 이들 상품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의 5000만원까지 공제된다. 2그룹은 1그룹 외의 금융 투자 상품으로 2그룹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250만원까지 공제된다. 공제 후 금액을 모두 합산해 3억원까지는 22%의 세율로 과세되고,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7.5%의 세율이 적용돼 과세된다.

 그러나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상장 주식이 전면 과세된다. 이제까지 국내 상장 주식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이므로 세전 소득이나 세후 소득이 같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상장 주식 매매 차익 중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22~27.5%의 세금이 과세된다. 국내 상장 주식이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금융 투자 소득 없이 국내 상장 주식으로 1억원의 소득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세금이 없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최소 1100만원((1억원-5000만원) ×22%)의 세금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국내 상장 주식이 전면 과세되면 금투세 시행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임이 뻔하다. 그럼에도 금투세가부자 과세인지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비화하며 우리 사회는 2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헛되이 보냈다. 만약 이번에도 금투세가 폐지 수순을 밟지 못하고 또 한 번 유예되며 흐지부지된다면 결국 증시 불확실성을 남겨두게 될 뿐이다. 이는 다시금 우리 경제에, 우리 국민이 치러야 할 비용으로 돌아오게 될 수밖에 없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종부세 실패 떠올리게 하는 금투세

 금투세의 가장 큰 문제는 증시에 그 비용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나는 주식 투자를 안 하니까’ 또는 ‘어차피 주식 투자를 할 돈이 없어서 금투세와는 상관없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세금은 반드시 세율을 반영해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게 돼 있다는 점이다. 여러 세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그만큼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

 이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도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겪어본 적이 있다. 애초 종부세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보유세를 과세할 때 지방세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해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종부세 시행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는 등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세금을 부동산 가격에 전가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분석도 많다. 

 또한 종부세는 부자 증세라는 명목하에 시작됐건만 막상 이제 와서 보면 종부세가 과연 부자 세금이 맞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도 많다.

이는 증시에 부과하는 세금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세 도입에 찬성하는 쪽에서 많이 쓰이는 근거는 바로 소수의 투자자에게만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이다. 2022년 금투세 1차 유예를 앞두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던 당시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금융 투자 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0.9%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금투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1%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투자자에게 해당할 수 있으며, 전 국민에게 해당할 수도 있는 문제다. 실제 과세 부담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 부담 가능성만으로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어서다. 금투세로 인해 세후 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우리 증시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이며, 특히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일반화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이 해외 주식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증시가 안 좋아지면 결국 기업은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힘들어진다.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먼저 일자리부터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서민이 가장 힘들어진다. 그 결과, 경기는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을 겪으면서 증시는 더 위축되고 경제 전체가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비슷한 사례로, 최저임금 인상을 찾아볼 수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이 없겠으나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에 미칠 효과에 대해 아무 준비도, 대책도 없이 최저임금부터 급격하게 올려버렸다는 것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당연하게도 일자리부터 줄어들었다. 결국 일용직이 해고되고 서민 일자리부터 줄어들게 돼, 지금까지도 임금 상승과 인력난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韓 금융 정책 리스크, 투자 심리 악화 원인

 하반기를 앞두고 금리 인하와 경기 연착륙 등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며 전 세계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는 반면, 유독 한국 증시만 소외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오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막상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물론 다양한 요인이 있긴 하나, 국내 주식시장이 금투세 같은 단기적인 정책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탓도 크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해 나가려면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처럼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한데,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는커녕 금투세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는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기만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국내의 밸류업 정책을 되짚어보자. 

 지난 1월 금융 당국이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상장사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증시는 대표적인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화답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용 방안에서 시장 기대감이 가장 컸던 세제 혜택이 빠지자, 시장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가 세금 부과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금투세를 폐지하려던 계획마저도 무산된다면 투자 심리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밸류업 정책 요건 미충족 시 상장폐지도 가능하다는 초강수를 두었던 것처럼 정부도 금투세에 대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