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필자의 기억에는 당시 민주화 시위가 격렬했던 날은 지하철역 출입구에 전경들이 늘어서서 오가는 사람의 가방을 열어 보던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불온서적이나 시위에 관한 문건을 찾아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가방을 열어 보이면서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의 제시도 요구받았다. 국가가 국민에게 과도하게 관심이 많던 시절이었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거민신분증’이 있다.
중국 경내에 거주하는 만 16세의 중국 공민은 법에 따라 거민신분증을 수령하여야 하며 거민신분증에는 성명, 성별, 민족, 출생 일자, 상주 호구 소재지 주소, 공민 신분 번호, 본인 사진, 지문 정보, 신분증 유효 기한과 발급 기관이 기재되어 있다. 현재는 거민신분증에 비접촉식 IC 카드 스마트칩을 내장하여 기차표, 비행기표를 대신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도 경찰이 거민신분증의 제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국의 거민신분증법에 따르면, ①범죄 혐의자 ②법에 따른 현장 통제 상황 ③사회 치안 질서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긴급 사건이 발생한 경우 ④기차역, 시외버스 정류장, 항구, 부두, 공항 또는 중요한 행사 기간에 구(區)가 있는 시급 인민 정부가 규정한 장소 등에서 관련 인원의 신분 확인이 필요한 경우 ⑤법률에서 규정한 신분 확인이 필요한 기타 상황에 집행 증명 문건을 제시하고 거민신분증을 검사할 수 있다(제15조).
이 경우에는 구가 설치된 시급 이상의 국가 안보 기관 책임자의 비준을 받아 검사 통지서를 작성해야 한다. 즉시 검사의 필요성이 명확하나 상황이 긴급한 경우에는 구가설치된 시급 이상의 국가 안보 기관 책임자의 비준을 얻어 인민경찰증 또는 국가안전부가 발급한 정찰증을 제시하고 현장에서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제40조).
이 규정은 국가 안보라는 본래 추상적이고계량화하기 어려운 개념에 더해 조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나 조직이 명확하지 하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자의 비준이 있어야 한다고는 하나 경찰증이나 정찰증만 가지고 있으면 조사가 가능하게 되어 있어서 공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통제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한국과 중국은 아직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서로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해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오해나 과장된 편견을 거두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