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양조장의 주요 제품 라인. 왼쪽부터 막걸리 술헤는 밤, 엠(메밀 증류주), 홀리엠(오미자 하이볼), 용24, 용25, 용41, 용50. 사진 박순욱 기자
두루양조장의 주요 제품 라인. 왼쪽부터 막걸리 술헤는 밤, 엠(메밀 증류주), 홀리엠(오미자 하이볼), 용24, 용25, 용41, 용50. 사진 박순욱 기자

강원도 홍천의 농업 회사 법인 두루주식회사(이하 두루양조장)가 지난 4월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증류주 부문 대상을 받은 제품은 증류주 ‘용24’다. 갑진년인 올해 청룡의 해를 맞아 한정판으로 내놓은 술인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류 품평회에서 떡하니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용24는 양조장이 있는 홍천의 맑은 물과 지역에서 수확한 쌀과 밀 그리고 인근에서 어렵게 구한 부재료 마가목 열매, 거기에다 두루양조장 김경찬 대표와 그의 부인 구은경 이사가 10년 이상 귀농 교육을 받아 터득한 노하우와 정성으로 빚는다. 술 이름을 ‘용’이라 한 건 양조장 설립 초기에 낮잠을 자다 용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조장이 있는 동네 이름(용포)에도 ‘용’ 자가 들어가 있다. 김 대표는 “갑진년 푸른 용의 해에 모두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용24에 담았다”고 했다. 

두루양조장 용24 소주는 지난 4월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증류주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용24 소주는 청룡의 해를 맞아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다. 사진 박순욱 기자
두루양조장 용24 소주는 지난 4월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증류주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용24 소주는 청룡의 해를 맞아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다. 사진 박순욱 기자

용24는 장미꽃 향기가 매력적인 술

용24 소주의 특징은 마가목 열매다. 용24 종이박스 패키지에는 ‘당신에게 건네는 한잔의 길몽’이란 제목의 글이 적혀 있다. 한약재로 쓰이는 마가목이 용소주에 들어간 배경 그리고 용소주의 증류 특징을 소개하고 있어, 그대로 소개해 본다. “향기를 뿜는 용과 마가목이 만나 새해의 좋은 기운을 한 병에 담았다. 전통적으로 다양한 질환이나 증상에 쓰여온 약재 마가목은 작지만 빨갛고 달콤하며 진한 장미 향을 지녔다. 귀농 전 심마니를 따라 산을 다니며 심산유곡에 숨어 크는 마가목을 구해 (술을) 담가 마신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연구하길 12년, 수백 번의 실패와 연구 끝에 완성된 마가목 에디션이다. 두 번의 담금을 통해 증류된 용 소주는 부드러운 맛을 위해 1차 감압증류, 강렬한 풍미를 위해 2차 상압증류를 했다.”

우선 마가목 열매 얘기부터 해야겠다. 마가목은 산지에서 자생하는 장미과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로, ‘동의보감’ 등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재료로 기록하고 있다.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 미네랄이 다량 들어있어 면역력을 높이고 피로 해소, 뼈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술은 술일 뿐, 술은 그 향과 풍미로 평가받아야지, 술 재료가 갖는 의료적 효능을 술맛보다 앞세울 수는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보더라도 용24는 아주 매력적인 술이다. 용24에서는 곡물에서 우러나는 단향 그리고 은은한 꽃향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마가목 열매 향이 난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다. 마가목 열매 향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낯선 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주치고는 도수가 높지 않아 부드럽다고 여겼는데, 용50(알코올 50%) 역시 높은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아주 부드럽다. 특히, 용50은 세 번의 증류 후에 거의 물을 타지 않아 쌀의 단맛이 높은 알코올 도수를 잘 가려준다. 김 대표는 용24에는 은은한 장미꽃 향기가 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용24는 ‘향기 뿜는 용’ 이란 콘셉트로 태어나 장미꽃 향기가 매력적인 술”이라며 “기분 좋을 정도의 은은한 향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재료로 들어가는 마가목 열매는 생과 상태로 덧술 단계에 넣어 술과 함께 발효시킨다.

두루양조장 김경찬 대표가 자사 증류주 ‘엠’을 소개하고 있다. 엠은 하이볼, 온더락으로 마시기 좋은 술이다. 사진 박순욱 기자
두루양조장 김경찬 대표가 자사 증류주 ‘엠’을 소개하고 있다. 엠은 하이볼, 온더락으로 마시기 좋은 술이다. 사진 박순욱 기자

감압·상압증류 혼합해 품질 높여

재료가 같은 용24, 용50의 두 번째 특징은 독특한 증류 방식이다. 1차 감압증류, 2차 상압증류를 거쳐 만든다. 용50은 상압증류를 한 번 더 거친다(3차 증류). 증류식 소주의 왕좌 화요가 유행을 불러온 감압증류 방식은 일반 기압보다 낮은 온도에서 증류해, 알코올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보통 대기압(이를 상압이라 한다)에서 알코올은 섭씨 78도 안팎에서 끓기 시작하는데, 의도적으로 압력을 낮추면 40도 전후에서도 알코올이 기화돼 물과 분리가 가능하다. 해서, 감압증류는 낮은 온도에서 증류 원액을 뽑아내기 때문에 탄내(푸르푸랄 성분)가 없어 술맛이 깔끔한 반면, 다양한 향은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높은 온도에서 알코올을 추출하는 상압증류는 향은 풍부하지만, 탄내가 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감압과 상압의 증류 방식 차이를 잘 아는 김 대표는 ‘1차 감압, 2차 상압’증류해서 용 소주를 내린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감압의 장점은 낮은 온도에서 알코올 추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차 감압에서 완전한 알코올을 포집하고(증류 효율 92%), 2차 상압에서 향을 농축하는 증류 방식을 택했다. 특히 감압증류는 증류 과정에서 술덧을 태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주된 술 향기를 모으기가 상압증류보다 더 적합하다. 1차 증류에서 상압으로 100도 이상으로 증류하면 술 원액이 타기 때문에 푸르푸랄(열취, 탄내)이 발생, 술의 향기와 알코올 회수율에 악영향을 준다.”

김 대표는 좋은 증류주의 특징을 두 가지로 본다. 향과 목 넘김이 그것이다. 소주를 입안에 머금었을 때, 좋은 향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목 넘김이 부드러워야 좋은 소주(증류주)라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한국 소주 '메밀소주' 복원

전통주 시장에서 강원도 홍천의 작은 양조장인 두루양조장이 의미를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메밀소주의 복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기록으로 남은) 소주가 바로 목맥소주, 곧 메밀소주다. 이 같은 기록은 145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책인 ‘산가요록’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에 메밀소주를 두루양조장이 내놓을 때만 해도 메밀소주는 전통주 시장에서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메밀은 수확은 물론 가공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가격도 워낙 비싸 술로 만들더라도 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루양조장의 메밀소주 역시 처음에는 직접 재배한 메밀로 만든 술로, 알코올 도수 45도 한 병 가격이 15만원에 책정됐다. 가격이 비싼 탓에 물론 잘 팔리지 않았다. 지금은 쌀을 주원료로 하고 메밀을 일부 넣은 제품으로 ‘메밀로25’와 ‘엠(24도)’ 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어느 제품을 고르든 화사한 메밀 향을 즐길 수 있다.

두루양조장의 이름은 어떻게 정했을까? 전통 발효 술로, 소비자에게 두루두루 건강하고 행복함을 널리 알리겠다는 뜻으로 양조장 이름을 ‘두루’라 했다고 한다. 두루양조장에는 쌀 소주, 메밀소주, 오미자 하이볼(홀리엠) 외에 막걸리까지 제품이 두루두루 있다. 막걸리 ‘술 헤는 밤’은 고문헌에 나온 대로 쌀과 물의 비율을 ‘일대일’로 해서 빚은 무감미료 막걸리다. 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의 저서 ‘한국전통주 교과서’에 부제로 쓰인 ‘쌀 된 대로 물도 돼야(쌀 양과 물 양이 같아야)’ 고문헌 글귀를 그대로 제품 제조에 활용한 것이다.

재료만 보면, 단맛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의외로 단맛이 느껴진다. 한편으론 드라이(달지 않음)하기도 하다. 신기하다.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움과 동시에 드라이함도 느껴지는 오묘한 맛이라니. 알코올 도수는 8도로 일반 막걸리 6도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지만, 도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다. 밀키(milky), 실키(silky)하다. 한마디로 꼭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자꾸만 손과 입이 가는 매력적인 막걸리다. 소비자 가격은 6000원. 두루양조장 술은 모두 가격이 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