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료 환전’ 외화통장은 단기적인 수익을 위한 상품이 아니다. 고객 관점에서 외환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시한 상품이며 장기적으로 양적 성장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토스뱅크에서 외환 거래(FX) 스쿼드 업무를 맡고 있는 김승환 프로덕트 오너(PO)는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토스뱅크 모든 외환 서비스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이미 증권사 연계 계좌, 해외 송금, 국내 외화 송금 등에 대한 리서치가 끝났고 외화통장을 바탕으로 커져 나가는 외환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펼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5월 14일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에서 김 PO를 만났다.

토스뱅크는 지난 1월 모든 고객에게 환전 수수료가 평생 무료인 외화통장을 출시했다. 이는 국내를 넘어 세계 최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전 세계 17개 통화를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다. 또 고객은 본인의 통장, 카드로 국내에서 누린 금융 서비스를 해외에서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자동 환전 기능도 더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부족한 돈 자동환전’ 기능을 켜두면 외화통장에 잔액이 부족하더라도 원화통장에서 결제나 출금할 때 실시간으로 환전을 대신해 준다. 이때 환전 수수료도 무료다.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은 출시 105일 만인 5월 8일 100만 계좌를 돌파했다. 5월 14일 기준으로는 110만 계좌를 넘어서기도 했다. 출시 이후 4월 30일까지 누적 환전 거래량은 5조8000억원에 이른다. 고객이 기존 금융사에서 환전했다고 가정하면 고객 1인당 평균 8만원의 환전 수수료 부담을 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토스뱅크의 파격적인 승부수 이후 시중은행도 잇달아 외화 무료 환전 서비스를 준비하며 무료 환전 수수료가 은행권 ‘뉴노멀’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음은 김 PO와 일문일답.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 거래 PO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제학,  성균관대 MBA, 전 한국씨티은행  외환 파생 상품 세일즈,  
전 카카오 그라운드엑스 프로덕트 매니저, 전 카카오뱅크 외환  서비스 기획 사진 토스뱅크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 거래 PO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제학, 성균관대 MBA, 전 한국씨티은행 외환 파생 상품 세일즈, 전 카카오 그라운드엑스 프로덕트 매니저, 전 카카오뱅크 외환 서비스 기획 사진 토스뱅크

금융권 최초 '평생 무료 환전'을 내세워 외화 통장을 출시했다. 출시 배경은.

“토스뱅크는 상품을 출시할 때 고객 관점에서 금융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하나씩 풀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국내 금융사가 선보인 외환 서비스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환전 수수료에 있다고 봤다. 그간 고객은 환전 수수료 우대를 위해 각종 금융사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했다. 또 이런 수수료가 투명하지 않게 높게 부과됐다고 봤다. 우리는 이 같은 환전 수수료가 공급자 중심 환전 시스템을 만들면서 고객에게 불편을 낳았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고 싶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 평생 무료환전이라고 보았다. 

평생 무료 환전이라는 슬로건은 우리 상품의 핵심 가치이자 외환시장의 문제 해결점이기도 하다. 아울러 외환시장 후발 주자로서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상품을 구조한 측면도 있다.”

평생 무료 환전 서비스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단기적으로 우리는 손실과 이익이 크게 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는 주요 외환 공급자인 외국계 거대 은행 4~5곳과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연동으로 조달 비용을 최소화했다. API 연동을 통해 고객이 환전할 때마다 최대한 저렴하게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또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다른 외환 서비스의 발판이 되는 상품이다. 우리는 이 상품을 통해 해외 송금으로 진출할 수도 있고 증권사와 연계 계좌를 통해 확장할 수도 있다. 외화 정기예금이나 해외 주식 쪽으로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양적 성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장기적 관점을 잡았다.”

토스뱅크 외화 서비스 화면. 사진 토스뱅크
토스뱅크 외화 서비스 화면. 사진 토스뱅크

금융권 최초로 이런 서비스 출시가 가능했던 이유는.

“토스뱅크의 독특한 기업 문화도 평생 무료 환전 서비스 출시가 가능했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시중은행 조직과 다르게 나 같은 PO에게 최종 책임 권한을 준다. 팀 구성도 업무 관련성에 따라 ‘스쿼드’를 조직한다. 외환 거래 스쿼드 역시 기존 시중은행의 외환 사업부와 외환 개발 부서를 합친 스쿼드로 운영됐다. 이후 우리 스쿼드는 외환시장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공유하고 해결 방법을 같이 고민했다. 그 결과 평생 수수료 무료라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행에 이르렀다.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문화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빠른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일각에선 역마진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영업점이 있는 기존 은행은 환전하는 거래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인터넷 전문 은행인 만큼 따로 외화 현찰을 관리하지 않고 영업점도 없다. ‘판관비’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로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의 특징을 살린 게 평생 수수료 무료라는 서비스를 출범한 주요 요인이 됐을 수 있다. 또 앞서 말한 API 연동의 경우 어려운 구조는 아니지만, 그간 국내 금융권에서는 구현해 내기 힘들었다. 

우리는 실력이 뛰어난 개발자가 많다 보니 API 연동을 잘 풀어냈다. 그 결과 외화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비용이 사라졌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우리와 다른 시중은행이 상품 출시를 통해 나아가려는 목적이 다른 것 같다. 현재 다른 은행에서 출시되는 무료 환전 수수료 상품은 대부분 여행과 관련됐다. 하지만 우리 외화통장은 여행 상품이 아니라 외환 사업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외화통장을 토스뱅크 외환 사업을 책임지게 될 중요한 인프라가 되는 상품으로 바라보고 있고 향후 해외 송금, 해외 주식, 환테크(외환+재테크)로 넓혀갈 것이다. 또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편한 점도 장점이다. 환전 홈을 주식 투자하는 방식처럼 만들었다. 주식회사가 상정된 것 같이 통화들이 상정돼 있고, 투자하고 싶은 외환을 고르면 그래프로 추세를 보고 매수· 매도를 눌러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환테크는 고액 자산가들의 영역이라고 불렸지만 외환 서비스를 통해 일반 고객도 손쉬운 환테크 경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외환시장 쪽은 아직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면이 있다. 현재 한국은 오후 3시 30분이 되면 외환 거래가 끝난다. 다만 7월부터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다음 날 오전 2시까지로 연장되지만, 다른 외환시장 선진국들을 보면 24시간 365일 거래가 이뤄진다. 한국도 이번 연장을 계기로 점점 거래시간이 연장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외환 거래가 더 많이 이뤄질 것이고 국내 외환시장 유동성도 커질 것이다. 그럴 때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를 비롯한 국내 상품들이 더욱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