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5월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김정은이 5월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우주개발도 북한엔 정치다.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에게 우주개발은 자신을 부각하는수단이다. 갑자기 왕위를 물려받은 김정은에게 우주 발사 성공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그저 권력을 상속받은 철부지에서 능력 있는 지도자로 포장되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을 빙자한 ICBM 개발 

북한의 우주개발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포장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은 자국 최초의 우주로켓인 ‘백두산-1(이하 한미 분류명인 ‘대포동-1’로 통일)’호에 ‘광명성’이라는 북한 최초의 인공위성을 탑재하고 1998년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광명성이 우주로 발사돼 궤도에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단 분리에 실패했다.

대포동-1은 실제로는 우주 발사보다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 목표였다. 북한은 1984년 스커드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국산화에 성공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노동 MRBM(준중거리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했다. 이로써 한국 전역과 주일 미군 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는 전략 무기를 확보했지만, 미국을 위협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ICBM이었다. 대포동-1은 스커드 기술로 ICBM을 만들어보려는 북한의 몸부림이었으나, 낡은 추진체였다. 새로운 엔진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ICBM은커녕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으로서도 기능하기 어려웠다.

북한은 소련이 붕괴한 후 1990년대 중후반 구소련의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인 R-27을 확보했다. 이를 역설계해 만든 것이 ‘무수단(북한명 화성-10)’이다. 2006년 처음 식별됐다. R-27의 2D10 엔진 추력은 스커드의 약 두 배인 28tf(톤포스·1tf는 1t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였다. 북한은 2D10 엔진을 클러스터링(묶음)해 ICBM을 개발하고자 했다. 이 ICBM 시험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로켓이 대포동-2로,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발사됐다. 대포동-2는 ‘광명성-2’ 위성을 분리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보다 ICBM에 가까운 발사체로 3단 비행을 모두 시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를 ‘은하-3’까지 발전시켰다. 무수단 엔진에 기반한 북한의 2세대 우주로켓인 ‘은하’ 계열 로켓은 이전 세대보다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 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현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 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현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은하-3은 2012년 4월 발사 실패 후 같은 해 12월 발사에 성공하며, 김정은의 치적 홍보에 사용됐다. 은하-3의 발사는 2012년 4월 열병식에서 최초로 공개된 ‘화성-13’ ICBM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화성-13은 양산되지 못했다. 28tf급의 무수단 엔진을 아무리 클러스터링해도, ICBM의 1단을 추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북한은 더 새롭고 강력한 엔진을 필요로 했다. 그리하여 2016년 가을 ‘백두산 혁명엔진’이 처음 등장했다. 이 엔진은 구소련 최대의 ICBM이던 R36M에 채용됐던 RD-250을 생산하던 우크라이나로부터 기술을 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백두산 혁명엔진을 ‘화성-12’ IRBM에서부터 적용해 ‘화성-14’ ‘화성-15’ ‘화성-17’ 등 ICBM 3종에 적용했다. 이 중 ‘화성-15’와 ‘화성-17’은 본격적인 ICBM 전력으로 생산됐다.

군사 정찰위성으로 본격적인 우주 활용

북한은 2017년 화성-15, 2022년 화성-17을 선보이고 시험 발사 성공을 선언했다. 그러나 우주 발사와 결합한 시험은 실시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KN-23·24·25 등으로 대변되는 차세대 단거리 탄도미사일 전력 강화가 최우선 순위가 됐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전술핵 능력이 강화되면서 북한은 핵탄두나 미사일 이외에 더욱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핵 공격을 가하려면 어디를 공격할지 알아야 하는데, 자국이 장님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은 2014년을 전후로 무인기(드론)를 남한으로 보내 사진을 찍어 왔지만, 기존 드론으로는 실시간 영상 전송도 안 되고 정찰에 성공해도 귀환하는 대수도 적었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전술핵 능력 확보를 주요 군사 목표로 내세우면서 드론과 정찰위성 운용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의 발사 장면. 사진 노동신문
북한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의 발사 장면. 사진 노동신문

그리고 2023년 3세대 우주로켓인 ‘천리마-1’과 그에 탑재될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이 등장했다. 3세대 우주로켓은 북한 ICBM의 주력 엔진인 백두산 혁명엔진에 기반한다. 발사는 쉽지 않았다. 2023년 5월과 8월의 두 차례 실패 이후, 북한은 11월의 3차 발사에서 겨우 성공했다. 성공 비결은 1단 엔진 추력 강화였다. 1·2차 발사 당시에는 1단에 백두산 엔진 두 개만 장착했으나, 3차 발사 때는 엔진 네 개를 장착해 추력을 높였다.또 발사 성공 직후 기념 촬영에서 러시아인이 발견됐다. 우주 발사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파견된 전문가로 추정된다. 북·러 군사 협력이 우주 협력으로 확대됐다는 방증이다.

발사 실패와 북한의 우주 활용 전망 

김정은은 앞서 2024년에 군사 정찰위성 세 대를 추가로 띄워 우주 감시 정찰 체제를 갖추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위성 세 대를 올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태까지 북한의 우주 발사 주기를 보면, 다음 로켓의 발사 준비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적어도 3개월이다. 즉 5~6월에는 2호기를 발사해야 나머지 3·4호기를 연내 올릴 수 있었다는 뜻이다. 북한은 쫓기듯 5월 27일 로켓을 발사했고, 2분 만에 로켓이 폭발하면서 실패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북한은 이번 발사에 ‘액체산소+석유 발동기’를 채용하는 새로운 추진 체계를 채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엄청난 변화다. 여태까지 북한의 모든 우주로켓은 UDMH(하이드라진) 연료에 적연 질산 산화제를 조합하는 군용 액체연료 추진 체계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상온에서도 취급이 가능한 적연 질산을 사용해 이동식 발사대에서도 자유롭게 액체연료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소련과 중국에서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케로신 연료와 LOX(액화 산소) 산화제를 조합하는 엔진은 LOX 때문에 대형 냉각 탱크와 연결관 등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발사 시설이 아니면 운용이 어렵다. 그러나 군용 액체연료 엔진보다 훨씬 더 연료 효율과 추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로켓의 탑재 중량이 늘어나 위성을 여러 개 싣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군용으로 전용이 어려운 케로신과 LOX 엔진을 사용하면, ICBM 시험이 아니라 우주개발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북한이 신형 엔진을 개발할 시간이 있었냐는 것이다. 또 만리경-1 발사 후 불과 6개월 만에 이것이 개발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가 엔진을 제공해 줬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는 착시 효과다. 북한은 하나의 트랙으로만 개발하지 않는다. 북한 주장을 믿는다면, 아마도 ‘3차 국가 우주개발 계획’ 자체에 케로신·LOX 엔진 개발도 포함됐을 수 있으며, 이미 상당 기간 스스로 개발해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추진 체계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기에 러시아 전문가의 조언하에 발사를 강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신형 엔진이 비록 실패했지만, 추후 성공한다면 북한의 우주 발사 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위성 세 대를 연내에 올리겠다는 목표도 북한이 못하면 러시아에 발사를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북·러 우주 협력의 가능성으로 인해 북한으로부터의 우주 위협은 더 가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