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나라(The lucky country)’, 호주인은 물론 각국 사람이 호주를 부르는 칭호다. 호주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무엇보다 천연자원과 핵심 광물이 풍부하다. 호주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쓰여 ‘미래의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과 니켈 매장량 세계 2위 국가다. 코발트와 희토류 매장량도 각각 세계 2위, 6위다.

땅만 파도 자원이 나오는 ‘자원 부국’ 호주는 한국에 있어 최대 광물 공급 국가다. 한국이 1970년대 산업화에 나섰을 때 호주는 철광석, 석탄, 액화천연가스(LNG)를 한국에 수출했고, 한국은 지금도 호주에 천연자원 수입을 의지한다. 2022년 한국의 천연가스, 철광석 수입액 1위 국가는 호주였다.

한국은 광물 수요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한국의 핵심 광물 33종에 대한 대(對)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93억달러(약 12조8424억원)로 2020년(33억달러)보다 약 세 배 늘어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핵심 광물 공급 확보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80%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앞서 한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 전략의 일환으로 2021년 한·호주 핵심 광물 협정을 맺었다.

줄리 퀸 호주 무역투자대표부 서울 무역투자청장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RMIT) 응용과학 학사·공학 석사, 모나시대 비즈니스 마케팅 대학원, 현 호주 현상학회 이사, 전 바이오닉 비전 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 전 바이오닉 비전 오스트레일리아 총괄 관리자, 전 멜버른대 로스쿨 총책임자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줄리 퀸 호주 무역투자대표부 서울 무역투자청장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RMIT) 응용과학 학사·공학 석사, 모나시대 비즈니스 마케팅 대학원, 현 호주 현상학회 이사, 전 바이오닉 비전 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 전 바이오닉 비전 오스트레일리아 총괄 관리자, 전 멜버른대 로스쿨 총책임자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반대로 호주는 1994년부터 30여 년간 자원 수출로 활황을 누렸다. 하지만 리튬과 니켈 가격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하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다 리튬 최대 생산국이자 코발트와 희토류 생산량도 세계 상위 5위권이지만, 아직 가공은 미미하기에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와 더불어 각국이 추구하는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자원과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24년은 한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맞춰 한국에서 호주의 무역과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줄리 퀸(Julie Quinn) 호주 무역투자대표부(Austrade·한국의 코트라 격) 서울 무역투자청장을 만났다. 퀸 청장은 호주의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을 늘리고, 한국 투자자를 호주로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퀸 청장은 호주의 천연자원과 핵심 광물을 통해 “한국의 핵심 산업과 넷제로 전환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우주산업, 위스키를 비롯한 음료 시장, 보건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봤다. 퀸 청장은 “12월 12일 한·호주 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윤석열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3년 1~7월 기준, 호주의 수출입국 순위에서 한국은 수출 3위, 수입 4위다. 한국 입장에서 호주는 수출 8위, 수입 5위 국가다. 한국이 호주의 무역 동반자로 중요한 이유는. 

“호주와 한국은 70년 넘게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 보완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했다. 호주는 자원과 에너지의 안전한 공급을 보장하면서 한국의 산업화를 도왔는데, 이는 한국의 철강·자동차·선박 수출에 필수 요소다. 호주의 핵심 광물은 한국이 이차전지, 태양전지,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과 호주의 주요 수출입 품목은. 

“금액 기준으로 철광석, 석탄, 천연가스는 호주가 한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이다. 그다음으로 식품과 농산물, 특히 한국에서 많이 사랑받는 소고기를 한국으로 수출한다. 호주는 한국의 이상적인 식량 안보 공급망 파트너로서 밀과 보리를 포함한 곡물, 감귤, 포도, 체리 등을 한국으로 수출한다. 반대로 한국은 호주에 휘발유, 자동차, 기계 등을 수출한다. 한국 브랜드는 호주에서 인지도도 높다. 많은 호주인이 한국산 TV, 휴대전화 등 가전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와 현대차는 2023년 호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4, 5위를 차지했다.”

호주의 한국과 연계한 핵심 광물 수출 계획은.

“호주는 52개의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래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토록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호주 외에서 찾기는 힘들 것이다. 무역투자대표부는 매년 서울에서 한국 투자자와 고객이 호주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서호주 서던 크로스의  마운트 홀랜드 리튬 광산에서 채굴된 자재를 운반하는 덤프트럭. 사진 블룸버그
서호주 서던 크로스의 마운트 홀랜드 리튬 광산에서 채굴된 자재를 운반하는 덤프트럭. 사진 블룸버그

넷제로 달성 과정에서 호주는 한국에 어떤 역할을 할까. 

“2021년에 합의한 호주·한국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양국 지도자는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 호주는 매년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수소 산업 전시회 ‘H2MEET’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 그만큼 한국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고, 수소 기술·자본·구매 부문에서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국이 넷제로 분야에서 호주와 협력해야만 하는 이유는. 

“호주와 한국은 경제적 보완 관계다. 호주는 천연자원, 핵심 광물, 재생에너지가 풍부할 뿐 아니라 첨단 광산 기술 덕분에 세계의 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다행히도 호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같은 파트너와 협력으로 청정에너지를 생산·수출해 탈탄소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과 호주 간 무역이 확대될 산업을 꼽자면.

“한국의 위성 개발이 한창이고, 호주의 국토가 넓고 하늘이 맑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은 향후 우주 발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 호주는 1950년대부터 로켓 발사, 우주 추적에 나섰다. 호주는 우주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 2018년 ‘호주 우주국(Australian Space)’ 도 설립했다. 한국 기업인 이노스페이스가 2025년 호주 아른험우주센터에서 처음으로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다.”

우주산업 외 다른 산업 영역은. 

“한국의 위스키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에 호주산 위스키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호주는 14만호주달러(약 1억2800만원)어치의 위스키를 한국으로 수출했다. 또한 호주에는 포도 재배 및 와인 생산 지역이 여러 곳에 있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남호주산 레드 와인 외에 화이트 와인도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호주산 ‘샤르도네’ 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노 그리지오’를 권한다.”

또 다른 산업 분야도 있을까. 

“호주의 보건 분야도 유망하다. 한국 제약 및 생명공학 기업은 초기 단계 임상시험을 위해 호주를 선택하기도 한다. 호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유럽 규제 기관에서 인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품질의 빠르고 효율적인 임상시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주는 또한 청력 건강 분야의 선두 주자다. 청각 보조 기기 전문 기업 ‘코클리어(Cochlear)’는 서울에 사무소를 뒀고, 호주의 의료 기기 기업인 ‘레스메드(Resmed)’도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수면 무호흡증 기기를 공급 중이다.”

양국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방법은. 

“관광은 상대국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비공식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호주와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많아 호주인은 한국에서 한식과 한국 문화를쉽게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인은 호주에서 소고기와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시드니, 브리즈번, 멜버른, 퍼스에는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이 모여있어 한국 문화를 호주에 전파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