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제주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식당 주인들의 인생이 뒤바뀌는 것을 보면서 요리사로서, 또 한 가족 같은 마음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박영준(44) 제주신라호텔 메인 셰프는 5월 18일 제주도 애월에 있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맛제주)’ 9호 식당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호텔신라의 맛제주 프로젝트 총괄 셰프다.
맛제주 식당은 제주도청 주관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호텔신라는 공정성을 위해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식당이 선정되면 박 셰프는 이 식당을 방문해 개선할 점을 찾는다. 신메뉴를 개발하고, 식당 인테리어부터 싹 뜯어고친다. 올해부터는 세스코와 계약을 맺어 위생 관리도 강화했다. 통상 경쟁률은 10 대 1 이상이다. 한 프로젝트당 예산만 1억원이 훌쩍 넘어간다고 한다. 그는 “들어가는 돈이 큰 사업인데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은 대표이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면서 “호텔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에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맛제주 식당에 선정되면 매출이 이전과 비교해 평균 3~5배 이상 뛰기 때문에, 호텔신라 직원들도 한 가족의 운명을 통째로 바꿔준다는 책임감과 보람을 가지고 참여한다. 맛제주는 단순 선정뿐 아니라 사후관리도 진행되기에 박 셰프는 초창기 점주들과는 1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희로애락’도 내내 함께했다. 박 셰프는 “소위 ‘대박집’의 경우 25평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최대 500만원을 기록하는 등 환골탈태하는데 경제 사정이 나아진 사장님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생활고로 인해 대학 진학이나 예체능 전공을 포기할 뻔했던 자녀를 대학과 유학 보내고, 자녀를 결혼시켰다는 소식 등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여 식당 중 한 곳의 점주는 박 셰프의 배려로 건강 문제를 해결한 적도 있다. 호텔신라는 식당 주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줬다. 병원 진료 때마다 서울 신라스테이를 숙소로 제공했다.
박 셰프는 이 같은 선의의 힘은 선순환된다고 강조했다. 박 셰프는 최근 맛제주 식당 주인들과 ‘좋은 인연’이란 봉사 모임을 만들었다. 아동복지센터 등을 찾아 요리를 선보이는 등 함께 재능 기부를 하는 식이다.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넓혀 가는 게 목표다. 그는 “맛제주는 식당 매출을 올려주는 것뿐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온 사장님들에게 또 다른 가족이자 울타리가 생기는 것” 이라면서 “요구한 적도 없는데 이들이 모여 자신들이 받은 행운을 다시 나눠주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호텔신라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향후 박 셰프는 맛제주를 통해 제주 음식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비계 삼겹살 등 바가지 논란으로 제주도 자영업자들이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편견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물가가 오르고 있어 재료를 직접 수급할 수 있는 식당에 강점이 있는데, 맛제주 식당 중에는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해산물을 직접 잡아서 요리하는 진짜 제주의 맛을 전달하는 식당이 많다”면서 “맛제주를 통해 제주도 음식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