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이끄는 ‘롯데가(家)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가 국내 경영 활동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재계에선 올해 한국에서의 병역 의무가 면제된 만큼, 신 전무가 곧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국내 경영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거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6~7월 중 인천 송도 바이오 플랜트 1공장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착공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함께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현재 송도 1공장 착공식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신유열 전무, 바이오 등 새 먹거리 발굴 

재계에선 송도 바이오 플랜트 1공장 착공을 계기로 신 전무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거란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한 신 전무는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선임된 후 2023년 정기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또 이듬해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등으로 발탁됐다. 지난 2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 전무는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장식을 비롯해 영국 유통 테크 기업 오카도의 솔루션이 적용된 롯데쇼핑 자동화물류센터(CFC) 기공식 등 그룹 주요 이벤트를 아버지인 신 회장과 함께 소화하며 차기 후계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조감도. 사진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조감도. 사진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그룹은 ‘신유열 태스크포스(TF)’로 불리는 미래성장TF 조직을 구성해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 한일 양국에서 가동한 데 이어, 올해 롯데지주 미래전략실을 신 전무에게 맡겼다. 미래전략실은 글로벌 팀과 신성장 팀으로 나뉘어 롯데그룹의 미래 전략 발굴에 집중한다. 구체적으로 헬스앤드웰니스(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에 나선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5년간 37조원을 투입해 헬스앤드웰니스,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인공지능(AI) 혁신을 화두로 던졌다. 신 회장은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한발 앞서 준비한다면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면서 “생성 AI를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신 전무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CES)에 참석해 AI와 헬스케어를 콕 짚어 집중적으로 둘러보기도 했다. 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전시관에서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에서 아이돌 그룹 엔믹스의 공연을 체험했다. 또 소니가 만든 전기차 ‘아필라’를 유심히 살펴봤고, 파나소닉 전시관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재밌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롯데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고 있는 만큼, 롯데그룹 후계자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에 알맞은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송도 공장 착공은 지난해 10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청과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회사는 203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국내 메가 플랜트(거대 생산 공장) 3개 공장을 포함한 ‘롯데 바이오 캠퍼스’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공장 한 개당 12만L 규모의 항체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게하고,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 의약품 시설을 추가할 방침이다. 1공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 2026년 하반기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승인을 목표로 한다.

올해 병역 의무 종료… 지분 확보 주목

올해 38세인 신 전무가 생일(3월 30일)을 기점으로 한국에서의 병역 의무가 종료된 것도 후계 승계 작업 가속화에 힘을 싣는 이유다. 재계에선 신 전무가 곧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국내 경영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버지인 신 회장 역시 이중국적을 유지하다가 병역 의무가 사라진 41세에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이듬해에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승계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재계에 따르면 신 전무는 2020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 수업을 밟고 있다. 최근에는 주말에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지분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 전무는 한일 롯데 주요 회사의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가 6월 5일 처음으로 롯데지주 주식을 사들여 최대 주주인 신동빈 회장의 특수관계인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신 전무는 롯데지주 보통주 7041주를 사들여 지분 0.01%를 확보했다. 주식 매입 비용은 1억9000여만원이다. 신 전무가 롯데 계열사 주식을 매수한 것은 이번이처음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무가 롯데지주 임원으로서 책임 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수한 것 같다”면서 “롯데지주 임원 대부분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지주는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는 신동빈 회장(2024년 1분기 기준 13%)이고, 호텔롯데(11.1%)가 2대 주주 자리에 있다.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건 일본 롯데홀딩스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홀딩스가 가진 호텔롯데 지분은 19.07%고,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일본 법인 광윤사(28.14%)다. 롯데 오너 일가는 광윤사를 통해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신 전무가 그룹 지분을 확보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1분기 기준 호텔롯데 지분은 최대 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제외하고 일본 L투자회사 7곳이 46.13%를 보유하고 있다. 이 투자회사의 지분 100%는 신 전무가 대표로 있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가 갖고 있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신 전무는 차익과 함께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있는 롯데지주의 지분 11.10%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건설(43.3%), 롯데물산(32.83%), 롯데알미늄(38.23%), 롯데렌탈(37.8%), 롯데캐피탈(32.59%) 등의 지분을 30% 이상씩 갖고 있다. 

문제는 상장 시기다. 호텔롯데는 2015년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완료했지만, 경영권 분쟁과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상장 작업이 지연됐다. 호텔롯데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영업 손실을 지속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32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영업 손실은 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815억원으로 7%가량 증가했다. 

이에 롯데지주 측은 “신 전무가 LSI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상장으로 인해 차익을 보긴 어렵다”면서 “만약 호텔롯데가 상장해 구주매출이 이뤄지면, 오히려 LSI는 한국에서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