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그 성격에 따라 크게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후자는 주로 임대 수익과 자본이득 등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오피스, 상가, 물류 창고, 호텔 등 자산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활동을 포함한다. 서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15년 이후 매년 19%의 성장을 보이며 2022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에는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국내 투자자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내 투자 매물 부족, 정부의 기관 대상 부동산 규제와 장기간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자금력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는 국내 아웃바운드 투자 규모가 100억달러(약 13조8090억원)를 상회하며 역대 고점을 기록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벨기에 등은 국내 투자자가 가장 선호한 투자처다.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그런데 최근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가 최근 발표한 ‘2023 Korea In & Out’ 리포트를 보면, 작년 국내 아웃바운드 투자 규모는 7억달러(약 9663억원)에 그치며 과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직원이 오피스 출근을 거부하며 공실이 늘어나고, 일본 도쿄 오피스 시장에서는 역대 최저 수준의 임대료가 관찰됐다. 국내 기관이 투자한 해외 자산의 부실 리스크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괜찮은 걸까. 

가장 먼저 미국의 오피스 시장을 들여다보자. 2024년 미국 경기는 고금리, 달러 강세, 유럽과 중국의 저조한 경기 및 지정학적 위기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임금 상승에 따른 안정적인 내수와 4.5% 수준의 실업률 등 견고한 고용 시장이 관찰되고 있다.

美 신규 오피스 공급 2014년 이후 최소 전망 

반면, 고용 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미국 오피스 시장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CBRE의 올해 미국 시장 전망 자료를 보면, 미국 오피스 시장 자산 중 약 8%는 절반 이상이 공실로 확인됐으며, 과거 평균치를 하회하는 임대차 활동과 신규 공급으로 인해 올해 말 오피스 시장 평균 공실률은 작년 대비 약 160bps (1.6%포인트) 오른 19.8%로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CBRE의 임차인 대상 설문 조사에서 다수의 기업이 올해 오피스 사용 면적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미국 내 기업들이 더 높은 효율성을 추구하고 직원당 공간을 줄이며 원격 근무를 도입한 것은 팬데믹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관찰돼 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출근과 원격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오피스 수요가 빠르게 위축됐다. 일부 기업의 경우 생산성을 근거로 전면 사무실 복귀 지침을 발표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해고까지 고려하는 등 물리적 수요의 필요성을 여전히 지지하는 반면, 재택근무의 편리와 자율성을 체험한 직원이 복귀를 거부하는 사태도 관찰됐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기업은 직원의 사무실 복귀 독려와 인재 영입을 위해 오피스의 입지뿐 아니라 품질, 유연성, 편의 물품 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근무 형태에 대한 젊은 세대의 태도가 진화하면서 최소 주 3회 이상의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수요가 가장 두드러졌으며, 사무실 출퇴근 제도를 채택한 기업 대비 원격 근무제를 추구하는 기업의 직원 이직률이 더 높게 확인됐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입지에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춘 현대식 대형 프라임 오피스의 수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맨해튼, LA, 시카고 등 프라임 오피스 비중이 높은 오피스 시장의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이전 준공한 오피스 자산의 순 흡수 면적은 감소세가 지속되는 반면, 2010년 이후 준공된 상대적으로 신축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는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낙후된 오피스 자산의 리스크 확대는 향후 용도 변경 또는 재건축 활동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전체 오피스 시장의 성장을 제한하며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적인 사유나 개발 비용 증가로 다수의 프로젝트는 진행이 어려울 수 있으나 연방 정부는 오피스를 주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보증, 저금리 대출, 세제 혜택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밖에 업무 공간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오피스 공간 활용률도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넓은 면적보다는 유연한 오피스 근무 형태 지원이 용이한 중소형 면적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임대인이 자신의 오피스 자산에 공유 오피스나 서비스드 오피스 공간을 구축하여 별도의 전문 운영사 없이 해당 면적이 필요한 임차인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

미국 뉴욕 미드타운 맨해튼에 있는 ‘원 밴더빌트 서밋’ 전망대에서 바라본 스카이라인. 사진 로이터연합
미국 뉴욕 미드타운 맨해튼에 있는 ‘원 밴더빌트 서밋’ 전망대에서 바라본 스카이라인. 사진 로이터연합

오피스 가격, 올해 저점 찍고 회복 전망

미국 오피스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요와 공급 균형의 징후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오피스 공실 리스크로 개발에 영향받으면서 올해 신규 공급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수요 측면으로는 전대(임차한 공간을 임대인의 동의하에 제삼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 공실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직원당 점유 면적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9% 낮은 148ft²(약 14.7㎡)로 안정되고 있다. 임차인의 임대차 약정 조정은 대부분 마무리됐으며 직원의 사무실 복귀에 대한 기업 방침 강화로 미국 오피스 시장의 조정이 거의 끝나가는 듯 보인다.

반면, 임차인 우위 현상은 2024년에도 당분간 계속되며 임차인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 증가와 함께 임대료 성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공급 축소, 구축 오피스의 용도 전환 및 철거, 오피스 펀더멘털 회복이 점차 맞물리며 시장 안정이 기대된다.

오피스 임대차 시장의 공실 확대는 자산가치 급락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최근 미국 오피스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가 손실을 보는 등 코로나19 이후 오피스 가치가 약 20% 하락하면서 자본환원율(Cap Rate·연간 순 영업수익(NOI)을 자산 가치로 나눈 값)은 지난 2년간 약 200bps(2%포인트)나 상승했다. 올해 추가적인 수익률 상향 조정이 전망되는 가운데, 오피스 가격은 약 5~15% 수준 추가 하락하며 올해를 저점으로 향후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시장의 경우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와 함께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시 경제 불확실성과 높은 금리 수준은 여전히 투자자 및 대주의 의사 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손실을 경험한 대출 기관은 대출에 더 인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4년 1분기 미국 오피스 자산 거래 건수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지만 진행 중인 거래 규모는 약 25% 증가했으며, 입찰 참여 활동은 거래당 평균 7건에서 11건으로 증가하는 등 기관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또 선택적인 오피스 투자 기회 모색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 시장에서 투자 경쟁이 약화되고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나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고 에쿼티(자기자본) 투자에 집중하는 투자자는 올해 저가 매수를 통해 향후 수익 창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점진적으로 낮아지며 2024년 하반기 금리 인하 시작이 기대된다. 이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