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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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맨발 걷기가 유행이다. 맨발 걷기는 신발을 신고 걸을 때보다 혈액순환이 잘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낮춰 준다. 평형감각을 키워주고 발 근육을 강화해 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걷기 열풍이 계속되며 발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사람의 발은 매우 단순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로 구성돼 있다. 이를 42개의 인대와 20개의 근육이 유기적으로 연결해 매우 복잡한 운동을 하는 기관이다. 그동안 심장이나 뇌 등 다른 신체 구조에 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걷다가 아프면 흔히 족저근막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이 아픈 이유는 의외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엄지발가락보다 둘째 발가락 길이가 더 긴 경우에도 원인 모를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 ‘모튼 발가락’이라고 한다.

발은 아치가 유지돼야 걸을 때 일종의 스프링 역할을 할 수 있다. 모튼 발가락이 있는 사람은 엄지발가락의 장력이 유지되지 않아 평발인 사람과 비슷한 일을 겪는다. 둘째 발가락에 하중이 지나치게 많이 걸려 발가락 관절이 아프거나 족저근막염 등이 생길 수 있다. 발바닥 한가운데 굳은살이 생겨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발을 잘 삐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발볼이 좁은 신발을 신거나 하이힐을 신을 때 신발 속에 자갈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혹은 발바닥 앞쪽에 칼날에 베이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면 족저근막염보다는 지간신경종(모튼 신경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 하이힐이나 발볼이 좁은 신발 등을 자주 신으면, 발가락 사이로 지나가는 지간신경이 압박받아 염증이 생기고 주위 조직이 단단해지면서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한국 사람은 발볼이 넓은 경우가 많아서, 서양인이 신는 볼이 좁은 신발을 자주 신으면 지간신경종이 잘 생긴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지간신경종은 주로 서너 번째 발가락 또는 두세 번째 발가락 사이 발바닥에서 발가락 앞으로 뻗어나가는 날카로운 통증이 특징이다. 저리거나 먹먹하거나 찌릿한 느낌 등 이상 감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원인은 대부분 신발이다. 하이힐을 삼가고, 쿠션이 좋고 발볼이 넓은 신발로 바꾸면 증상이 호전된다. 외출 후 따뜻한 물로 족욕하고 발바닥과 발가락을 마사지하는 것도 도움 된다. 그래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스테로이드 주사가 매우 효과적이다. 주사로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치료를 한다.

족저근막은 발꿈치뼈(종골)에서 발가락의 바닥 쪽을 연결하는 발바닥의 두껍고 강한 섬유 띠다.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며 발을 들어 올리는 스프링 작용을 해, 보행에 매우 중요하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바닥이 딱딱한 곳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체중 부하 운동을 한다면, 족저근막에 미세 손상이 반복적으로 가해져서 염증이 발생한다.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변성되면 만성적인 통증이 생긴다.

족저근막염은 단순한 스트레칭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벽에 두 손을 대고 미는 자세를 취한 후 아픈 발을 뒤로 빼고 발꿈치를 바닥에 정확하게 붙인 상태로 10~30초간 벽을 밀어주는 것이다. 같은 동작을 5~10회 반복하는데, 종아리 뒤쪽에 당기는 느낌이 나도록 발 사이 간격을 조절한다. 발의 아치를 골프공이나 폼롤러 같은 도구로 마사지하는 것도 좋다. 뒤꿈치 컵(heel cup)으로는 딱딱한 플라스틱 제품과 부드러운 고무 제품이 있다. 플라스틱은 뒤꿈치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고무는 쿠션 역할을 해서 통증을 줄여준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반복해서 실시하면 족저근막이 파열되거나 뒤꿈치 지방 패드가 없어져 오히려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주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수술로 족저근막을 늘려주거나 관절경을 이용하여 족저근막 절개술을 실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