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등규(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보그룹 회장과 이석호(맨 오른쪽)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대표가서원밸리 그린콘서트에서 비눗방울 매직쇼를 관람객과 함께 참관하고 있다. /서원밸리
최등규(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보그룹 회장과 이석호(맨 오른쪽)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대표가서원밸리 그린콘서트에서 비눗방울 매직쇼를 관람객과 함께 참관하고 있다. /서원밸리

매년 5월 마지막 토요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서원밸리 자선 그린콘서트(이하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개념의 잔치다. 골프장은 ‘목숨’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골프장 잔디밭을 내어주고, 내로라하는 가수들은 자신의 ‘생명’인 노래와 시간을 아낌없이 기부한다. 모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내어주고 가장 소중한 행복을 돌려받는다.

2000년 10월 14일 통기타 가수 3명의 공연에 지역 주민 1520명이 참가하며 출범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20회째(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등에 열리지 않음)를 맞은 올해 4만2500명이 찾은 글로벌 한류(韓流) 잔치 무대로 성장했다. 20회 동안 누적 관람객 57만2850명을 기록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누적 기부금 6억8540만원을 쌓았다.

전문가들이 꼽는 서원밸리 그린콘서트의 성공 비결은 이렇다. 20년 동안 가장 소중한 안방을 내준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나눔 철학과 실천 의지, 주말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 기꺼이 무료로 재능 기부에 나서는 출연진과 자원봉사자, 잔치를 즐기면서 이웃과 나누는 관람객의 따뜻한 마음 등이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골프장 잔디밭과 벙커를 놀이터 삼고, 국내외 관람객이 ‘따뜻한 나눔의 마음’ 아래 함께 즐기는 글로벌 한류 콘서트가 탄생했다.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를 마치고 며칠 뒤 골프장에서 “아이들이 그린콘서트 할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게 제일 기쁘다”고 말하는 최등규 회장을 만났다.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를 처음 생각한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2000년 서원밸리 골프장을 인수하고 그랜드 오픈을 앞둔 어느 주말이었다. 라운드를 위해 찾은 한 골프장에서 직원 자녀가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았다. 평소 골프장은 동반자와 캐디 등 5명만 이용하는 곳으로 여겼는데, 아이들에게 잔디밭과 벙커가 훌륭한 놀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골프장에서 콘서트를 열어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넓은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평일도 아닌 주말 영업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직원 반대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골프장 하루 매출, 행사 비용, 코스 복구 비용 등을 따지면 6억원 안팎이 든다고 한다. 올해도 국내 유일의 LPGA투어 대회 개최 장소인 서원힐스 이스트코스 9개 홀 전체 페어웨이를 주차장으로 개방해 불편을 최소화했다. 진정한 기부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것인 만큼 골프장의 소중한 잔디를 하루만이라도 지역 주민에게 내어주자고 설득했다.”

2000년 10월 14일 첫 행사를 치렀다.

“그때 유익종, 강은철, 박학기씨 등 세 사람이 나와 줬다. 1520명의 관람객을 모아 첫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를 열었다. 티샷과 퍼팅 대회, 프로골퍼의 원포인트 레슨, 추첨을 통한 경품 행사도 함께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 같은 규모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저 잔디 위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과 공연을 즐기는 관람객을 보면서 단발성 행사로 끝낼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아름다운 봄 풍경과 함께 쾌적한 콘서트 관람이 될 수 있도록 5월 마지막 토요일로 날짜를 바꾸어 열었다.”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기부금 전달 후 기념합창 모습. /서원밸리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기부금 전달 후 기념합창 모습. /서원밸리
글로벌 한류 콘서트로 성장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의 저녁 풍경. /서원밸리
글로벌 한류 콘서트로 성장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의 저녁 풍경. /서원밸리

올해 4만2500명 관람객 가운데 가까운 일본, 대만, 필리핀을 비롯해 이란, 미국과 유럽의 프랑스, 노르웨이에서 온 외국인이 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커질 것으로는 생각 못 했다. 2015년 방탄소년단(BTS), 2018년 슈퍼주니어, 워너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재능 기부로 참가하면서 해외 열성 K팝 팬까지 몰려오는 전설적인 글로벌 한류 콘서트 잔치로 성장했다.”  

올해 출연진도 어마어마했다. 김재중, 데이브레이크, 정동하, 임한별, 테이, 백지영, 알리, 빌리, 하이키, 우아, 위클리, 싸이커스, 더킹덤, 이븐, TIOT, 더윈드, 후이, 장민호, 박군, 설하윤, 이수연, 한해, 키썸, 박학기, 강은철 등 26개 팀. 방송인 박미선과 레저신문 이종현 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장민호 팬클럽인 ‘민호특공대’는 버스 6대를 대절해 응원 왔다.

올해는 20회를 맞아 ‘행복 지수 1위’ 국가인 부탄의 국민 가수 우겐이 무대에 오르고 부탄 어린이 세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부탄의 ‘국민 가수’로 불리는 우겐(UGYEN)이 공연을 마치고 감격해서 우는 모습을 보았다. 가수가 꿈이고 한국에 가보고 싶어 하던 부탄 어린이 세 명도 초청했는데, 처음엔 물갈이 때문인지 배탈이 나서 어수선했다. 그래도 건강한 모습으로 공연을 잘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골프장에서 아이들에게 장학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렇게 살게 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자선과 나눔의 정신을 세계로 확장하고 싶다.”

대보그룹은 올해도 신규 수주가 많아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 분야 외에도 골프 산업에도 큰 관심을 쏟는다. 회원제인 서원밸리와 비회원제 서원힐스를 합쳐 45개 홀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도 개최한다.

남녀 프로 골퍼와 아마추어 유망주를 망라한 골프단과 골프 아카데미도 있다. 남녀 프로 골프 대회의 토너먼트 장소로 코스를 적극 개방한다. 서원힐스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내 유일의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골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박세리 선수가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모습을 보고 골프는 정말 대단한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골프장은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장소란 인식이 강하다. 그린콘서트가 그런 벽을 허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리 키즈 가운데 대표적인 박인비 선수는 10년 전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 있는 야외 웨딩홀인 서원아트리움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지난해 서원힐스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중계됐다.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81개의 벙커를 신설하고 페어웨이를 리뉴얼했다. 설계비, 공사비에 정상 영업을 못 한 손실까지, 50억원 이상 들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 많은 사람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골프장이라고 말할 때 자부심을 느낀다.”

최등규 회장은 “20여 년 전에 행사장에 왔던 어린이 관객이 이제는 어른이 돼서 찾아오는 게 정말 뿌듯하다. 20회를 치르면서 사고 한 번 없이 무사히 잔치를 잘 치러온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