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 빌라 단지. /연합뉴스
5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 빌라 단지. /연합뉴스
최근 주택 시장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탈 동조화 현상’이다.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각개전투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주택 시장은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강했지만 요즘 들어선 완전 딴판이다. 수요자들이 느끼는 온도 차는 더욱 심하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올 초부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소폭 오름세를 보인다. 하지만 비(非)수도권 아파트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분다.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는 지역 구분 없이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띠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사진 박원갑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사진 박원갑

서울·수도권 아파트값만 꿈틀

한국 부동산의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각각 1.1%, 0.84% 올랐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본다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2차 반등기다. 지난해 1월 혹은 2월부터 9월까지 1차 반등했으나 그해 10~12월 3개월간 조정을 받았다. 특례 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 중단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5%를 돌파하는 등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올 1월부터 아파트값은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대출금리 하락, 전세 가격 상승, 분양가 인플레이션,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일부 수요자가 내 집 마련에 나선 결과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3, 4월 두 달 연속 4000건대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거래량도 3673건(6월 11일 집계)에 달한다. 6월 말까지 최종 집계하면 5월 거래량은 4000~ 5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월평균 거래량이 6000건 정도인 점에 비하면 여전히 평균에 미달하지만, 고금리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것이다. 시장 분위기가 침체했던 지난해 12월에는 1837건에 불과했다.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 건수도 3월 1만109건, 4월 9811건으로 회복세를 보인다.

하지만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의 경우 올해 들어 3월까지 ‘상승률 제로’다. 지난해에도 서울(10%), 수도권(6.6%)은 상당한 반등을 했지만, 지방은 0.3% 상승에 그쳤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따로 노는 시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지방은 왜 침체에 빠졌나

지방 아파트 시장 회복이 늦은 이유는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넘치는 미분양 물량이다. 미분양이 많다는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친다는 것이다. 시장이 일종의 소화불량에 걸린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지방 미분양(5만7342가구) 물량이 80%가량을 차지한다. 게다가 ‘불 꺼진 아파트’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대부분 지방이다. 실제로 악성 미분양이 많이 쌓인 곳은 경남(1684가구), 대구(1584가구), 전남(1302가구) 등의 순이다.

둘째, 주택 주력 매수층인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상경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의 경우 7600여 명이 넘는 25~ 34세 청년이 지역을 떠났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있는데, 젊은 층까지 유출하니 주택수요층이 얇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 경제가 튼실하지 않으니, 집값도 당연히 회복이 늦어진다. 집값은 그 지역 경제 펀더멘털의 또 다른 거울이다. 그리고 상경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한몫하지 않나 생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25%가량이 서울 거주자 밖의 외지인이 매입한 거래였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06년 외지인 매입 비율은 17.6%에 그쳤으나 2018년(20.3%)부터는 계속 20%를 초과하고 있다. 사람도 투자자도 서울 등으로 올라오니 지방 경제는 물론 부동산 경기도 시름에 빠진다. 

셋째,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속에서도 지방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것도 회복이 더딘 이유다. 2022년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한 해 동안 22%, 인천과 경기는 23%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지방은 1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방은 투자수요보다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 보니 금리나 통화량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3월 현재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아파트값 고점(2021년 10월) 대비 하락률은 서울 15.8%, 수도권 18.1%에 달하지만, 지방은 10.7%에 불과하다. 아파트값이 덜 하락했으니 가격 메리트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강한 반등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방도 시차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 시장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보다는 속도가 늦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 지수 격인 실거래가 잠정 지수가 약세를 보여서다. 4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 지수는 서울(0.38%), 수도권(0.18%)은 플러스를 보이고 있으나 지방은 –0.29%로 나타났다. 지방에선 아파트 전세가격조차도 약세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지방(5대 광역시 기준) 아파트 전세 가격은 올해 들어 5월까지 0.65% 떨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수도권 주택 시장은 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지방은 하락(-2.5%)을 예상했다. 따라서 지방은 당분간 매물 소화 과정 속 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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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 사기 여파에 非아파트는 휘청

비아파트는 전세 거래 실종부터 구조적 불황이 시작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빌라 전세 사기 후유증이 아직도 시장에 남아있는 셈이다.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은 2.3%, 1.67% 각각 상승했다. 그렇지만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 전세 가격은 그렇지 않다. 연립주택의 경우 같은 기간 서울은 0.1%, 수도권은 0.19% 각각 떨어졌다. 연립주택 전세 가격 하락은 수급 불일치에 기인한다. 세입자는 깡통 전세가 두려워 월세를 찾고 있지만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서라도 전세 세입자를 찾아야 한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가 나고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위험을 피하려는 세입자 생존본능이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지역 구분 없이 위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따르면 4월 연립·다세대주택 실거래가 잠정 지수에 따르면 전국은 -1.22%, 수도권 -1.42%, 서울 -0.61%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반짝 올랐던 상승분을 다 까먹을 판이다.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매매 시장까지 영향을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 착시 현상 경계해야

인구 감소 시대, 부동산 시장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양극화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수도권과 비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극심해지고 있다. 인구와 자본이 몰리는 지역이 인구 감소의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인구 충격에 대비해 상대적 안전지대에 자산을 파킹(parking)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의 일환일 수도 있다.

더욱이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 시장이 무차별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지역과 상품 특성에 따라 각개전투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갈수록 분화하고 있는 만큼 전국 산술적 평균치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자칫 한쪽만 보고 전체로 착각하는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선 지역과 상품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밀착형 돋보기’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