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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단지에서 담장의 출입문을 통과하려면 카드 키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교통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러다 보니 카드 키가 없으면 집에도 못 들어가고 버스도 못 타는 세상이 됐다.

이런 기능을 가능하게 한 기술이 바로 ‘근거리 무선통신(NFC)’이다. NFC는 10㎝ 내외 짧은 거리에서 기기 간 접촉 없이 13.56㎒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무선통신 기술이다. 무선통신은 선을 사용하지 않고 전파를 사용해 떨어져 있는 통신체에 데이터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기술을 말한다. 무선통신 방식(Wi-Fi·GSM·W-CDMA·LTE 등)에 따라 통달(通達) 거리가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가능하지만, NFC는 가장 가까운 거리를 커버한다. NFC라는 용어는 2003년 NFC 통신 규격에 대한 국제 표준화가 진행되고, 2004년 NFC포럼이 설립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NFC포럼은 NFC 기술과 관련한 국제 규격을 제정 및 배포하는 비영리 국제 협회다. 노키아, 필립스, 소니가 설립 멤버다. 이후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JCB, 마이크로소프트(MS), 프랑스텔레콤 같은 업체도 참가해 현재 150개 이상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활동 중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전 삼성전자 상무 사진 김용석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전 삼성전자 상무 사진 김용석

장점 많은 NFC… 결제·IoT 분야서 활용

NFC는 2010년 무렵부터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한 뒤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NFC가 많은 장점이 있어서다. 단말기를 갖다 대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말기끼리 서로 인식하는 데 블루투스나 와이파이처럼 복잡한 페어링 절차가 필요 없어 통신을 위한 초기 셋업 타임이 매우 짧다. 즉, 서로의 기기가 어디 있는지 위치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 셋업 타임이 짧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NFC는 기술이 표준화되어 비용이 적게 들고 기기를 만들기도 쉽다. 동력원이 필요 없고, 보안상 이점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스마트폰 결제처럼 주로 신원이나 카드 정보를 활용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NFC는 결제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이나 일반 상점에서 물품 정보나 방문객을 위한 여행 정보 전송, 교통, 출입 통제 잠금장치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대표적인 적용 분야는 디지털 도어록 등 현관 출입 통제, 교통카드 같은 전자식 결제 등이다. 

판독 및 해독 기능을 하는 리더(reader)와 정보를 제공하는 태그(tag)가 한 쌍으로 구성된다. 대형마트에서 상품 가격을 일제히 변경이나 표시할 때 쓰이는 ESL(전자적 가격 표시기), 완구, 헬스케어, 무선 충전, 차량용 디지털 키, 프리미엄 와인, 명품 브랜드 옷 등에서 정품 인증, 스마트 물류 등에서도 NFC가 광범위하게 쓰인다.

NFC 기술은 단거리에, RFID는 장거리에 적합

스마트폰으로 NFC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구성 요소로 NFC 칩 세트, 안테나, USIM(범용 사용자 식별 모듈)이 있다. NFC 칩은 데이터를 송수신 및 처리하고, 안테나는 통신을 위한 주파수를 전송하며, USIM은 결제 정보 등 사용자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NFC의 기본 원리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해 교류 전압을 변환하는 장치인 변압기의 유도성 결합과 유사하다. 리더의 안테나에 전류를 흘려 자기장을 발생시키고 이 자기장에 태그 안테나를 근접시킨다. 리더 안테나가 생성한 자기장은 태그 안테나에 유도되고 이를 통해 전력이 태그에 전송되고 변환되는 전력에 의해 데이터가 교환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RFID(라디오 주파수 식별 장치)’는 NFC 작동 원리와 유사하다. 

간단하게 알아보자. 우선, 두 기술 간에는 연결 범위가 크게 다르다. NFC는 13.56㎒로 주파수가 고정돼 최대 10㎝로 거리가 다소 짧은 반면, RFID는 사용 주파수와 통신 방식에 따라 최대 100m까지 사용 가능하다. 원활한 차량 흐름을 돕고 있는 하이패스에 이 기술이 적용되는데, 고속의 동체나 물질을 투과할 수 있어 달리는 자동차도 정확하게 인식해 요금을 정산한다. 

RFID는 리더와 태그가 따로 구성돼, 쌍방향이 아닌 단방향 통신이다. 따라서 일종의 바코드로, 일방적인 ‘읽기’만이 가능하다. 과자나 음료의 바코드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 바코드는 어떤 정보도 송출하지 않으며,바코드 리더기를 통해 바코드 내에 적힌 정보를 읽을 뿐이다.

NFC는 리더·태그가 통합돼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며 자체적으로 데이터 읽기와 쓰기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RFID는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고, NFC는 암호화가 가능해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런 특징 때문에 NFC는 모바일 기기 등 개인 단말기에 자주 사용되는 반면, RFID는 개인뿐 아니라 물류 등 각종 산업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애플페이 출시로 NFC 결제 확대 예상

많은 응용 분야가 있겠지만 간편 결제, 자동차 및 스마트 물류 분야에서 NFC 칩 시장 확대가 지속적으로 예상된다. 2015년 등장한 삼성페이는 개인 삶에 큰 변화를 불러왔고 국내 간편 결제 시장을 독점해 왔다. 그런데 2023년 3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가 출시되면서 주목받은 게, 애플페이에 적용된 NFC 비접촉 결제 방식이다. 2023년까지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것은 NFC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많지 않은 탓도 있었다. 삼성페이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MST(자기 보안 전송) 기술을 채택하면서 보안을 강화했다. 기존 신용카드 뒷면을 보면 은색 또는 검은색 띠가 있는데, 이 띠에는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돼 있어서, 카드 단말기에 긁으면 정보를 읽어 신용 거래를 할 수 있다. 이 정보를 읽는 게 MST 기술이다. 그런데 삼성페이는 NFC 결제 방식도 겸용으로 채택하고 있긴 하다. 앞으로는 삼성전자도 NFC 결제 방식으로 통일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에 NFC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신용카드 결제를 빠르고 쉽게 하면서도, 카드 정보의 복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확장되는 NFC 기술

자동차 분야의 경우 스마트폰의 NFC 전자 결제가 대중화되고 소비자에게 편의성이 각인되면서, 스마트폰 NFC를 활용한 스마트 잠금장치가 도입됐다. NFC는 다른 근거리 통신과는 달리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 이를 기반으로 렌털, 카 셰어링, 차량 관리 등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국내에서 NFC는 자동차에 대한 비접촉 결제 및 액세스 제어에 적용되며, NFC 태그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유나 전기차 충전도 가능하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가 이미 NFC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이러한 추세는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일반 차량에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로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면서 NFC 기술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물류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 주요 물류 기업이 이미 NFC 기술을 물류 시스템에 적용했다. 이들 기업은 NFC 태그가 장착된 박스를 사용해 창고 관리를 하고 있다. 기업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물류비용 절감에 대응하면서 NFC는 향후 국내 물류 산업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나 스마트 물류 분야 외에도 국내외 NFC 시장은 다양한 응용 분야로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NFC 기술 핵심에 해당하는 NFC 칩 세트를 개발하는 업체는 국내에선 쓰리에이로직스가 유일하다. 쓰리에이로직스는 ‘카 커넥티비티 컨소시엄(CCC·Car Con-nectivity Consortium)’에서 배포된 차량용 디지털 키 표준 인증을 세계 세 번째로 NFC 포럼으로부터 승인받았다. 특히 쓰리에이로직스는 전자 가격 표시기에 적용되는 NFC 태그 IC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졌다.

앞으로 NFC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NFC 기술은 물건을 사고 결제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그 이상 더욱 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