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헬기장에서 모비에이션이 운영하는 시코르스키 S-76C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 윤희훈 기자
6월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헬기장에서 모비에이션이 운영하는 시코르스키 S-76C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 윤희훈 기자

6월 10일 오후 12시 서울 송파구 한강공원헬기장으로 시코르스키(Sikorsky) S-76C 헬기가 착륙을 시도했다. 헬기 날개가 일으킨 바람에 한강둔치공원의 풀과 나무가 세차게 흔들렸다. 풀밭의 흙과 모래가 얼굴과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람을 맞으며 헬기에 탑승했다.

이날 탑승한 헬기는 모비에이션이 운영하는 ‘본에어’ 헬기 택시다. 본에어는 서울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셔틀 서비스 사업 론칭을 하루 앞두고 미디어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공항버스를 타고 가면 1시간가량 소요된다. 출퇴근 막히는 시간대엔 2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헬기 택시를 타고 가면 20분이면 충분하다고 본에어 측은 설명했다. 

헬기 시승 행사는 잠실~인천공항 일부 구간인 잠실~만남의광장 코스로 진행됐다. 본에어 측은 헬기 택시를 타기 전 안전 교육과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진행했다. 여객기를 탈 때처럼 날카로운 물건이나 라이터 등 인화 물질을 소지한 채 탑승할 수 없다. 다만 공항에서처럼 엑스레이 장비를 동원해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휴대용 금속 탐지기 검사가 전부다. 소지품 검사를 마친 뒤, 안면 인식으로 신원 확인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QR코드 티켓 확인까지 하면 탑승 전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개인 짐은 어떻게 할까. 캐리어를 갖고 타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한다. 백팩 정도, 안고 갈 수 있는 정도의 짐만 허용된다. 헬기에 짐칸이 있긴 하지만, 정비 물품 등이 들어 있어 개인 짐 싣기는 제한된다. 본에어 측은 캐리어나 골프백 같은 대형 짐은 따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에어 관계자는 “전날 탑승 예정자의 자택이나 사무실을 방문해 개인 짐을 수령해 항공사에 보내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헬기에 탑승한 뒤, 안전벨트 점검 등 2~3분간의 준비를 마치자, 이륙을 시작했다. 잠실 한강공원헬기장에서 이륙한 헬기는 탄천변을 타고 남서쪽으로 향했다. 한강공원헬기장에서 이륙하고 1분여 만에 대치 우성아파트와 쌍용아파트가 나왔다. 최고층 높이가 250m가 넘는 타워팰리스도 보였다.

2002년 제조된 이 헬기는 과거 현대그룹에서 VIP 의전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천장에 설치된 금빛의 독서등과 송풍구 등 디테일에서 귀족풍이 느껴졌다. VIP용 리무진 좌석을 뜯어내고, 여러 명을 태울 수 있는 일반 좌석으로 교체했다고 모비에이션 관계자는 설명했다.

헬기 안은 후끈했다. 에어컨 송풍구에서 바람이 나오긴 했지만, 기내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좌석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헬기 모터 소리는 차음 헤드폰을 쓰고 있어도 달팽이관을 때렸다.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이 헬기는 미디어 시승 행사를 위해 12인용을 8인용으로 좌석을 줄인 상태라고 한다. 실제 운항 시에는 중간 좌석을 더 설치해 운항할 방침이다. 실내 공간이 더 좁아진다는 얘기다. 

6월 10일 본에어 헬리콥터를 타고서울 송파구 잠실 상공에서 바라본 잠실야구장 일대. 사진 윤희훈 기자
6월 10일 본에어 헬리콥터를 타고서울 송파구 잠실 상공에서 바라본 잠실야구장 일대. 사진 윤희훈 기자
헬기는 이륙하고 4분여 만에 목표 지점인 만남의광장 상공에서 기수를 틀어 이륙 지점으로 돌아왔다. 헬기 문을 열고 내리자 개방감이 확 밀려 들어왔다. 헬기 날개가 만든 바람이 등과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혔다.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헬기를 타고 가는 비용은 44만원이다. 서비스 이용료 40만원에 부가가치세 4만원이 붙는다.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공항버스 이용료는 1만8000원, 가격만 따지면 24배가 넘는다.

헬기 탑승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지만, 시간 활용 부분에서 그만큼 이득인지도 미지수다. 서울 강남구 도심공항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타면 1시간 내외로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도 1시간에 2~3대 이상은 된다. 반면, 본에어 서비스는 시간당 1편만 이용할 수 있다. 이마저도 2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거주지에서 헬기장까지 이동하는 시간, 헬기 탑승 준비 시간, 헬기 이동 시간, 헬기 하선 후 공항까지 환승 시간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헬기장까지 이동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삼성동 및 잠실동 거주자(근무자)를 제외하곤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줄이기 어려워 보인다.

헬기가 운항되려면 최소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약점이다.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는 “1명만 이용할 경우 비용 손실이 너무 크다”면서 “최소 인원이 모여야 예약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3인승 소형 헬기는 3명이 모두 탑승해야, 12인승 헬기는 8인 이상이 탑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인 운항도 어려운 상황인데, 개별 수요에 맞춰 탑승 지점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월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헬기장에서 본에어 서비스를 론칭한 모비에이션의
신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윤희훈 기자
6월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헬기장에서 본에어 서비스를 론칭한 모비에이션의 신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윤희훈 기자

기상 상황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일정으로운항이 멈출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실제로 시범 운항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출국을 위한 헬기 이동으로 오전 11시까지 서울 시내 민간 항공기의 운항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10시부터 시작하기로 한 시범 운항 일정은 1시간 이상 지연됐다.

공항까지 최대한 빨리 가려고 서비스를 예약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운항이 지연돼 공항에서 국제선 탑승을 놓치는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비책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신 대표는 “기상 상황은 전날 미리 공지해 대체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리무진 서비스 등 보완책을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본에어는 6월 11일부터 헬기 택시 탑승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공식 운항 개시일은 6월 19일이다. 예약은 본에어 애플리케이션으로 할 수 있다. 본에어는 소형 항공운송 서비스를 시작으로,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와 전동비행기(Electric Aircraft)까지 전부 아우르는 범용 항공(Air Mobility)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항공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헬기와 소형기를 이용한 소형 항공운송사업 시장이 잘 구축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헬기와 소형기를 이용한 소형 항공운송사업이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다. 도심 항공 서비스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하다.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도 있다. 모비에이션이 소규모 이동용으로 확보한 소형 헬기는현재 계기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민간 운송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시계 운전을 하는 특성 때문에 계기판을 달지 않고 출고되는 소형 헬기가 많다”면서 “해당 규제 완화는 전문 기관과 협업하며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 시장 여건이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회 요인은 있다는 게 모비에이션 측 분석이다. 특히 회사는 개인 고객보다는 법인 단위 고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모비에이션 관계자는 “5대 그룹 등 대기업은 자가용 헬기를 운용 중이지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대기업에서도 헬기 이동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VIP 고객을 지방 산단 내 공장이나 사업지로 빠르게 모시고 싶다는 수요가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