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양장에 있는 ‘국가해상풍력장비 품질검증·측정센터’의 블레이드 테스트 모습. 사진 국가해상풍력장비 품질검증·측정센터
중국 광둥성 양장에 있는 ‘국가해상풍력장비 품질검증·측정센터’의 블레이드 테스트 모습. 사진 국가해상풍력장비 품질검증·측정센터

최근 찾은 중국 남부 광둥성 양장에 있는 ‘국가해상풍력장비 품질검증·측정센터(이하 풍력장비 검증센터)’. 일반 건물이라면 3층은 족히 될 만큼 높은 천장에 탁 트인 검증실로 들어서니 100m짜리 거대한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 하나가 부채질하듯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풍력장비 검증센터의 왕칸 부총경리는 “바다 같은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25년간 쓰일 제품인 만큼, 자체 개발한 피로도 테스트를 통해 극한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이라며 “통상 6개월가량 소요되는데, 시나리오에 따라 길게는 4~5개월간 (상하 또는 좌우) 한 방향으로만 흔들어보기도한다”라고 말했다.

블레이드는 풍력발전기의 엔진에 해당한다. 블레이드가 바람을 받아 회전하면 그 회전력으로 전기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통상 100m부터 초대형으로 분류하는데, 중국 풍력장비 검증센터는 150m짜리 블레이드를 최대 5개까지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어,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검사 인력도 100명이 넘는다. 왕 부총경리는 “2018년 설립 이후 블레이드 테스트의 최장 길이 기록은 모두 우리가 세웠다”라며 “103m, 118m, 126m 블레이드 모두 이곳에서 최초로 테스트했고, 6월 중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143m짜리 블레이드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테스트를 마친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사진 이윤정 특파원
테스트를 마친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사진 이윤정 특파원

풍력발전 분야에서 검증센터의 역량은 해당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공인된 센터에서 블레이드 등 부품 성능 검증을 마쳐야 시장에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 업체에서 아무리 긴 블레이드를 만들어도 국내 검증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비용을 들여 해외 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 풍력발전 기업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풍력장비 검증센터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주관하에 세계 상호 인정이 허용되는 ‘신재생에너지 국제인증제도(IECRE)’ 인증을 획득, 약 30개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왕 부총경리는 “우리가 제공하는 피로도 테스트는 기존보다 정확도가 30% 높고,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풍력발전 시장은 이 같은 기술력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청(NEA)의 ‘국가전력산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풍력발전 설비 용량은 총 441 (기가와트)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한 해에 새로 추가된 용량만 76 로 전년 대비 105% 급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풍력발전 설비 용량(1.9 ·지난해 말 기준)과 비교하면 200배 넘는 수준이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4월 기준 누적 설비 용량은 460 로 전년 동기 대비 20.6% 늘어났다.

시장 확대에 따라 중국 풍력발전 기업의 경쟁이 가열되고 공급 단가도 내려가고 있다. 풍력발전 핵심 부품 중 하나인 터빈 가격을 보면, 육상 풍력 터빈의 경우 2021년 1㎾(킬로와트)당 4000위안(약 76만원)에서 현재 1000위안(약 19만원)까지 떨어졌다. 해상 풍력 터빈 역시 현재 1㎾당 3000위안(약 57만원)인데, 이는 3년 전(7000위안)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이에 제조 업체들의 실적도 하락하고 있다. 중국 대표 풍력 터빈 제조 업체 중 하나인 ‘뎬치펑뎬(電氣風電)’은 지난해 13억위안(약 2474억원) 규모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중국 풍력발전 업계는 발전기 ‘대형화’로 실적 둔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블레이드가 점점 길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경제 매체 란징은 “풍력발전 시장이 ‘적은 이익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대규모 발전기는 제조 업체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핵심 도구가 됐다”라며 “블레이드 길이를 늘이는 것은 단일 발전기 용량을 늘리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100m 초대형 블레이드가 일반화했고, 131m짜리 블레이드도 시장 출시가 임박했다.

다만 이 같은 블레이드 대형화는 단점도 있다. 블레이드가 길수록 운송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낮은 풍속에서는 오히려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0m짜리 블레이드의 경우 무게만 50t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력장비 검증센터 역시 대형화 추세가 고민이다. 블레이드가 길어질수록 시험 장비와 기술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왕 부총경리는 “지금의 원가 절감 추세를 따라가려면 우리 센터도 기술을 향상해 효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기술 발전에 따라 블레이드 길이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 테스트의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Plus Point

검은 폐수를 금붕어 사는 맑은 물로…中 석화 공장의 마법

중국 광둥성 마오밍에 있는 석유화학 기업 시노펙 내 폐수 정화 연못. 사진 이윤정 특파원
중국 광둥성 마오밍에 있는 석유화학 기업 시노펙 내 폐수 정화 연못. 사진 이윤정 특파원

5월 23일 중국 남부 광둥성 마오밍에 있는 국영 석유화학 기업 시노펙 마오밍 본부. 1955년부터 70년 가까이 가동된 탓에 겉으로만 봐도 기름때가 가득한 탱크와 원유 정제 시설이 공장 부지 곳곳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공장으로 한참 들어가니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나무와 석재로 꾸며둔 아름다운 정원의 맑은 물로 가득한 연못 속에서 수십 마리의 금붕어가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류쉐 해설사는 금붕어가 살고 있는 물을 가리키며 “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정화해 만든 물”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못 옆에는 시커멓게 오염된 폐수가 전시돼 있었다. 류 해설사는 “1996년 정수 장치가 완공된 이후 현재까지 우리 공장과 주변 산업 단지에서 나온 폐수 약 6400만t을 깨끗한 물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이곳 정수 장치를 사용하는 기업은 총 47곳에 달한다.

마오밍은 중국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석유화학공업 도시로, 정유 정제 능력은 연간 2000만t에 달한다. 다양한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생산에 필요한 원료로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기도 하는 에틸렌 생산능력은 110만t으로 중국 1위다. 이 중 시노펙 마오밍 본부는 중국 최초로 정유 정제량이 1000만t을 돌파한 곳이자 플라스틱과 합성고무를 매년 160만t, 200만t 이상씩 생산한다. 그만큼 폐수도 대용량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시노펙 마오밍 본부의 폐수 정수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목욕’ 과정이다. 폐수에서 기름때 찌꺼기를 걷어낸 뒤, 정수 장치로 보내 기름진 진흙과 기타 불순물을 한 번 더 제거한다. 이 과정만 거쳐도 검은 폐수가 투명해진다. 이후 암모니아 등을 제거하는 ‘치료’ 과정을 거친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여전히 많은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박테리아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소독’ 과정까지 끝내면 재사용할 수 있는 물로 변하게 된다. 류 해설사는 “정화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도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폐수에서 깨끗한 물로 재탄생한 물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류 해설사는 “석유화학 현장에서는 열을 식히기 위한 ‘쿨링’ 과정에 투입되기도 하고, 소방수로 사용되기도 한다”라며 “자연에서는 나무와 꽃에 주는 조경수부터 농업용수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라고 말했다. 단 식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정수 과정에서 고효율 여과를 위해 화학물질을 물에 첨가하기 때문이다.

시노펙 마오밍 본부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저탄소 프로젝트를 지속 시행하고 있다. 지난 5년간 200개에 달하는 탄소 저감 프로젝트를 시행했는데, 그 효과는 1억2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는 것이 시노펙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