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협의체)’ 모임에서 연사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법인세율을 20%까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미국의 법인세율은 21%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하 바이든)은 법인세율을 28%까지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애플의 팀 쿡,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시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등 미국 대기업 CEO들이 대거 참석해 트럼프의 연설을 청취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에게 빨리 줄을 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슈워츠먼도 5월 24일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예상을 깬 슈워츠먼의 지지 선언이 트럼프 지지를 망설인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슈워츠먼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3500만달러(약 484억3300만원)를 기부했지만 2022년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며 등을 돌린 인물이다. 2023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트럼프 대신 니키 헤일리 전 유엔(UN) 대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트럼프와 날을 세웠던 JP모건의 다이먼 회장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과 이민정책, 중국 정책도 일정 부분 맞았고, 경제성장과 세제 개편에도 성공했다”며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억만장자이자 노스다코타 주지사인 더그 버검, 트랜스퍼파트너스의 캘시 워런 회장, 물류 업체 율라인 창업자인 리처드 율라인,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 등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필자는 미국 재계와 대기업이 세제 혜택 등 이익에 눈이 멀어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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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기업이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가장 최근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미국 재계 리더다. 주요 석유 회사의 CEO도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다. JP모건체이스의 회장 겸 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최근 미국의 나토에 대한 입장, 이민정책 및 기타 여러 중요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견해가 “옳다”는 언급까지 했다. 2021년 1월 트럼프 추종자들이 2020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에 대한 미 연방의회의 인준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이후 미국의 많은 대기업이 바이든이 공정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자금도 투자하거나 제공하지 않겠다는 엄숙한 다짐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카타리나 피스토르 현 컬럼비아대 글로벌 법  개정 연구센터 소장,  
‘자본의 코드’ 저자
카타리나 피스토르 현 컬럼비아대 글로벌 법 개정 연구센터 소장, ‘자본의 코드’ 저자


물론 비즈니스 세계는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진실된 선호를 보여준 적이 없다. 자치보다는 독재를 선호하고, CEO는 관리자와 근로자에게 복종을 요구한다. 회사 주주들은 금전적 보상으로 쉽게 달랠 수 있다. 주주들은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집단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리더(CEO)들이 그토록 강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즈니스 리더들이 회사의 자산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통제함으로써 노동력의 잉여가치를 추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경제학 모델이 자산에 대한 통제가 실제로 노동에 대한 통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① 마르크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결국 슈워츠먼과 다이먼 같은 비즈니스 리더들은 회사의 기계나 그들이 고용한 트레이더, 투자자 또는 은행 직원을 수용하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비즈니스 제국의 주식을 소유하거나 회사 주식을 더 살 수 있는 옵션을 소유할 수 있을 뿐이고, 이러한 보유 주식은 회사 전체 발행 주식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주주가 총체적으로 소유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식이 기업 운영이나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사에 대한 선임과 해임 투표권, 주식 거래권,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만 부여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는 자신이 진정한 주인인 것처럼 기업을 통치한다. 이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지키는 데 법(제도)이라는 도구에 부여된 권력을 이용한다. 그들은 근로자보다 주주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기업법,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보호하는 금융법 그리고 기업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때 이를 지원해 주는 중앙은행의 관대함에 의존한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는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와 정치적 합의는 강제력이 없다. 미래에 대통령에 당선될 사람이 선거 유세에서 비즈니스 리더들과 한 약속을 위반한다고 해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트럼프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법(法)이 자신에게 부과하는 제약에 대해 인내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 이런 점만 봐도 그는 매우 신뢰할 수 없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대통령 후보로서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많은 비즈니스 리더는 이런 점들을 외면하고 있다. 그들은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세금을 덜 내고, 법적 규제를 덜 받고 싶어 해 (트럼프에게) 베팅(betting)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리더 모두가 얻게 될 것은 불확실성이며, 이는 비즈니스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셔터스톡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셔터스톡
중국 정부에 의해 ②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된 2020년.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옹호자들이 중국 정부의 통제에 저항하기 위해 홍콩 거리로 나섰지만, 대부분의 홍콩 비즈니스 리더는 저항하지 않고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다가 홍콩의 자율성(민주주의)을 종식시키는 홍콩국가보안법을 받아들였다. 아마도 그들은 시위가 진압된 후 질서가 회복된 것을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략은 역효과를 낳았다.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에 대한 통제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국가 통제도 함께 강화됐기 때문이다. 기업은데이터센터를 홍콩 밖 다른 관할권으로 이전하는 등 한때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빛을 발했던 홍콩에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큰 비용을 써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슈워츠먼, 다이먼 그리고 다른 미국 재계 거물이 트럼프를 포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포기한 대가를 깨닫게 될 때는 너무 늦을 것이다.  

Tip

① 카를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 또는 잉여가치의원천이 노동력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노동가치설’을 주장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어떤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 상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필요노동 시간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산출된 잉여가치도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노동이 모든 생산된 상품의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 되고, 나아가 모든 사회적 부의 원천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노동가치설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이 생산의 중심이 됐던 산업혁명 이전 농업경제 시대의 생산과정에 뿌리를 둔 이론이라는 한계가 있다. 

② 홍콩국가보안법은 중국이 홍콩 내 분리나 전복을꾀하는 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다.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국가안전수호법’이며,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를 우회해 처음으로 제정한 법률이다. 2020년 6월 30일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2020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은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네 가지 범죄에 대해 무기징역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홍콩 영주권자나 홍콩에 설립된 기업, 단체가 홍콩 외 지역에서 홍콩국가보안법을위반해도 처벌받는다. 의원이나 공무원, 법관이 유죄를 선고받으면 즉시 해임된다. 홍콩 경찰은 인터넷검열을 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진다. 한편, 2024년 3월에는 홍콩 의회가 2020년 제정된 홍콩국가보안법을강화하고 보완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판 새 국가보안법인 ‘국가안보수호조례(維護國家安全條例)’를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