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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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 일부가 6월 26일(이하 현지시각)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했다가 3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개입을 암시하는 언사를 이어온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주도한 쿠데타 시도였다. 수니가 장군은 볼리비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서 전날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궁과 국회, 정부청사가 있는 수도 라파스의 무리요 광장에 집결한 이들(큰 사진)은 장갑차로 청사 건물 입구를 파손했다.

사진1 AFP연합 사진2 AP연합
사진1 AFP연합 사진2 AP연합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군인들의 행동을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국민의 결집을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궁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에서 “볼리비아 국민은 이번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스스로 결집해야 한다”며 “볼리비아 국민 만세!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다. 이에 시민들이 광장에 몰려들었고(사진 1), 일부 군인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궁 청사 안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했다. 당시 상황은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아르세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건물 밖을 가리키며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하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 주변에 몰린 이들은 “그만 물러나라, 이래선 안 된다”고 외치며 수니가 장군을 압박했다.

짧은 만남 후 아르세 대통령은 곧바로 각료들과 함께 연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와 내각 구성원이 이곳에 굳건히 서 있다”고 했다. 그는 즉각 군 지휘부 3명을 교체했다.

호세 윌슨 산체스 신임 합참의장은 수도에 집결한 장병들에게 부대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결국 볼리비아군은 이날 오후 6시를 앞두고 철군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대통령궁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고(사진 2), 시민들은 대통령 지지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수니가 장군은 이날 저녁 경찰에 체포됐다. 볼리비아 검찰은 수니가 장군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볼리비아는 칠레, 아르헨티나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를 이룬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볼리비아의 유우니 호수는 리튬의 보고로 알려졌다. 볼리비아는 지난해 유우니 호수 인근 리튬 생산 플랜트 건설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