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6월 3일 기자회견에서 도요타자동차의 인증 부정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EPA연합 
2 아키오(오른쪽) 회장과 미야모토 신지 고객우선추진그룹 최고책임자가 기자회견에서 도요타자동차의 인증 부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1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6월 3일 기자회견에서 도요타자동차의 인증 부정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EPA연합 2 아키오(오른쪽) 회장과 미야모토 신지 고객우선추진그룹 최고책임자가 기자회견에서 도요타자동차의 인증 부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그의 재선임에 대한 찬성률이 하락한 것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6월 18일 열린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이사로 재선임된 것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아키오 회장 재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71.93%로 지난해보다 12.64%포인트 감소했다. 아키오 회장을 포함한 10명의 이사진 모두 재선임됐지만, 다른 이사진 선임안은 89~98%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NYT는 “아키오 회장은 2022년까지 약 10년간 평균적으로 96% 이상의 지지를 받아왔는데, 이번 찬성률은 그가 도요타자동차의 지휘권을 잡은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아키오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최근 도요타자동차가 국가 안전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이 열리기 전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 루이스는 인증 부정 사태의 책임을 물어 아키오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두 회사가 한목소리로 아키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요타자동차 3세 경영자인 아키오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09년 대규모 리콜 사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같은 악재 속에서 도요타를 세계 신차 판매 1위 기업으로 부활시킨 인물이다. 2009년 사장으로 취임했던 그는 지난해 1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엔지니어 출신인 사토 고지 사장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주고 14년 만에 경영 일선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키오 회장은 내연기관 엔진 공장 증설 계획 등 주요 사업에서 여전히 회사를 깊게 통제하고 있어, 일부 주주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번 품질 인증 관련 부정행위에 대해 아키오 회장이 6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고, 이어 사토 CEO가 6월 18일 주총에서 사과했다. NYT는 “이번 주총은 아키오 회장이 도요타그룹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투표”라며 “많은 투자자 그룹이 회장직 퇴진을 요구함에 따라 아키오 회장의 지지율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日 정부 "2014년부터 인증 조작 확인"

일본 국토교통성은 6월 3일 도요타자동차를 포함해 혼다, 스즈키 등 5개 기업의 38개 자동차 모델에 대한 성능 시험 부정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자동차에서는 코롤라 필더, 코롤라 악시오, 야리스 크로스 등 생산 중이었던 3개 모델과 크라운, 아이시스, 시엔타, 렉서스 RX 등 과거에 만들었던 4개 모델 등 7종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롤라는 1966년 출시 이후 5000만 대 이상 생산된 일본의 ‘국민차’다.

도요타자동차는 보행자 보호 시험과 관련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충돌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는 2014년부터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대상 차량 수는 4월 말까지 약 170만 대로 집계됐다. 국토교통성은 생산 중이었던 차종에 대해 출하 중지를 지시하고, 6월 4일부터 도요타자동차 등 기업들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히노자동차, 다이하쓰, 도요타자동직기 등 자회사·계열사에 이어 본사에서도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 일본 차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왔는데, 이번 사태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현지 매체들은 “도요타 사태가 일본 차 신뢰에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라며 “품질을 무기로 세계를 이끈 일본 차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효율 위주 문화, 품질 자율 검사 제도가 원인

부정행위의 배경에는 ‘적시 공급(JIT·Just In Time)’과 ‘도요타 생산 방식(TPS)’으로 대표되는 효율 경영이 있다. 대량 부품 재고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자재를 조달하고,고객의 주문량만큼 생산하는 원칙을 지키면서 도요타자동차는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단적 효율 중시로 불량품·자동화 오류 등 허점이 드러났다. 도요타자동차는 2009년에도 자동차 매트가 가속페달에 끼어 급발진을 유발하는 ‘페달 게이트’로 대형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에도 2017년 자회사 스바루의 배출 가스 연비 조작, 2018년 출자 회사인 스즈키, 마쓰다의 배출 가스 연비 조작, 2023년 자회사 다이하쓰의 에어백 성능 시험 조작 등으로 품질 문제가 지속돼 왔다.

효율 경영에 중점을 두고 최근까지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 자동차 업체로 명성을 쌓아왔지만, 내부에서는 안전 인증보다 생산을 중시하는 문화와 납기를 맞추기 위한 부정행위 등이 눈사태처럼 커져 있었던 것이다.

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은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품질을 자체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1951년 개정된 도로운송차량법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양산 전에 자체 데이터를 산출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해 안전성, 공해 정도를 검증받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효율성을 중시하던 도요타의 자정 능력이 낮은 수준이라는 게 부각되고 있다”라며 “업체 측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였지만 시험 방법 등을 각 사가 독자적으로 해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글로벌 경쟁 기업에 비해 늦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아키오 회장은 대표적인 전기차 회의론자로, 하이브리드 차량 사업을 더 중시해 왔다. 사토 사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 후에도 여전히 그의 입지가 컸던 것은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꺾인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 사업은 선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부정 사태가 겹치며 도요타자동차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이 늘고 있다. 부정행위로 인한 생산·출하 정지로 도요타자동차의 협력체 및 지역 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코롤라 등 도요타자동차 3개 모델에 대해 출하를 정지시키면서 해당 차종을 생산하는 두 공장이 생산을 멈춘 상태다. 이 공장들의 연간 차량 생산 규모는 약 13만 대에 이른다. 게다가 1차 협력 업체만 약 200곳이다. 2차 이상 협력 업체를 포함하면 협력 업체가 1000개 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이 열린 6월 18일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3052엔(약 2만6552원)에 마감했다. 올해 최고점(3872엔) 대비 21.1% 떨어진 수준으로, 같은 기간 닛케이 평균 주가 하락률(6.2%)보다 하락 폭이 15%포인트가량 크다. 6월 25일현재 기준으로는 약 3300엔(약 2만8710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