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안테크가 6월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평판형 안테나. 스타링크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상용화다. 사진 평택=장우정 기자
인텔리안테크가 6월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평판형 안테나. 스타링크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상용화다. 사진 평택=장우정 기자

최근 찾은 경기도 평택시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이하 인텔리안테크) 제2 사업장. 축구장 세 배 넓이인 2만575㎡(약 6200평) 규모 공장에서는 인텔리안테크가 본격 양산을 앞둔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생산을 위한 시운전이 한창이었다.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는 고도(高度) 1500㎞ 이하에 떠 있는 저궤도 인공위성과 연결해 주는 단말기다.

인텔리안테크는 기존 접시형 안테나에 이어 납작한 평판 안테나를 개발, 6월 20일 부터 본격 출하를 시작했다. 평판 안테나는 작은 공간에서도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하며,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형태로는 스타링크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상용화다. 저궤도 위성통신 핵심  고객사인 영국 위성통신사 원웹(Eutelsat OneWeb)에 공급된다.

기지국이 없는 통신 사각지대나 자율주행차량, 건설 장비, 농기계, 철도, 비행기, 선박 등 모빌리티(이동 수단) 등에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통신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안테나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이 쓰인다.

표면 실장 기술로 '맞춤 제조'

제2 사업장에서는 SMT(Surface Mounted Technology·표면 실장 기술) 라인이 특히 눈에 띄었다. 무선주파수(RF) 반도체 칩 등 핵심 부품을 평판 안테나의 핵심 메인 PCB (인쇄회로기판)에 총집결시키는 곳이다. 또 이 부품이 각종 진동이나 충격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특수 용액을 주입한다.

강승구 부사장은 “개발 때부터 제조 공정을 자체 설계하고, 이에 최적화된 온도, 습도로 구현해 놓은 공간이다. 특수 장비로 검사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진다”며 “작년 2월부터 1년 넘게 샘플을 찍어가며 안정화한 결과 수율(완제품 비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조립된 완성품은 내재 부품이 인접 위성에 간섭 신호를 주진 않는지, 55도로 뜨겁게 데워진 공간에서 6시간 동안 둬도 문제없는지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여러 외부 환경에 노출된 상황에서 실제 가동 중인 위성통신과 신호가 정상적인지를 옥상에서 최종 점검한다. 특수 코팅된 인텔리안테크 평판 안테나 위에 물을 부으니 순식간에 물이 흩어져 내려 방수 기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현재 기준 하루 생산 여력은 100대다.

하반기부터 미군 납품…전 세계 車 공략

인텔리안테크는 해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저궤도를 포함, 지상용·항공용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원웹과 계약을 체결하고 저궤도용 접시형 안테나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룩셈부르크의 중궤도 위성 사업자 SES에도 안테나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매출도 연평균 40%씩 급증할 만큼 성장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050억원이었다. 95%는 자체 브랜드로 전 세계 600여 개 고객사에 수출해 나온 것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3500억원대로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본사인 평택 제1 사업장에서 만난 성상엽 대표는 “평판형이면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동작하는 저궤도 안테나는 스타링크를 제외하곤 인텔리안테크가 유일하다”면서 “대당 5000달러(약 765만원)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데다 한 번 사면 8~10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인텔리안테크는 최근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 군사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가 쓰는 군용 통신위성 ‘광대역 국제 위성통신(WGS)’에 들어갈 수 있는 안테나 최종 인증을 받은 상태다. 하반기 미군 납품에 나설 계획이다.

1년 동안 세 단계의 기술적으로 고난도 검증을 받은 만큼 회사 측은 이를 계기로 이번에 개발, 생산하는 평판 안테나를 탱크, 작전차량, 함정, 휴대용 등 전 세계 군을 대상으로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美·日로 물꼬 트는 벤처협회…성상엽 회장 "글로벌로 가야"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 겸 벤처기업협회장. 사진 평택=장우정 기자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 겸 벤처기업협회장. 사진 평택=장우정 기자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벤처기업협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 벤처기업의 글로벌화에 특히 관심을 두고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4만 개 벤처기업 가운데 1만8000여 개 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4월 일본 신경제연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경제연맹은 일본 라쿠텐그룹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경제 단체다. 임원 50% 이상이 창업자로 구성돼 있으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IT·제조업·건설업 등 기업 규모·업종 제한 없이 다양한 기업이 가입해 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550개의 벤처기업, 150개의 상장사가 있는 신경제연맹과 1년여 간의 논의 끝에 지난 4월 결실을 맺게 됐다”면서 “하반기부터 본격 교류가 예상된다. 현지에서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기업과 협력 희망 수요를 확인한 만큼 관련 사업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기업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 회장은 오는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벤처캐피털(VC)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가 뉴욕에서 개최하는 82스타트업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성공한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차 추진 중인 ‘(가칭)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플랫폼법은 온라인플랫폼 중개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 회장은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이 굉장히 급속도로 들어오고 있는데 이를 명확한 근거 없이 규제할 경우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줄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마저 떨어질 수 있다”며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면서 플랫폼의 문제를 살피는 방식으로 가야지, 큰 그림으로 규제하고 가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제22대 국회가 우선 추진할 중점 과제로 ‘정책 자금 등 금융 지원 강화’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선진 금융 제도 도입 등 벤처 투자 활성화’ 등을 꼽았다.

올해 7월 상시화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반영돼야 하는 사항으로는 ‘벤처기업 특화 R&D 지원 제도 신설’이 25.8%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법인세 등 세제 지원 확대(15.5%)’ ‘벤처기업 입지 지원 제도 개편(14.4)’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1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성 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해외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처리되지 않은 법안 중, 차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었으면 하는 법안으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 가 24.5%로 1순위로 꼽혔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을 유예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벤처 생태계 활성화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제22대 국회에 벤처 업계 목소리를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