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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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은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는 인체의 가장 큰 관절이다. 몸 대부분의 무게중심이 고관절로 지나가며 고관절이 약해지면 장시간 서 있기, 앉기, 일어서기 등의 일상적인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전체적인 자세와 균형이 약해질 수 있다.

노년층에게서 가장 치명적인 낙상 관련 부상으로는 고관절 골절이 꼽힌다. 고관절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면 체중을 지지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거의 모든 움직임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장기간 침상에 누워있게 되고, 단순한 골절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고관절은 그만큼 다리 전체의 안정성과 움직임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령자에게서 나타나는 고관절 통증의 대부분은 퇴행성 고관절염이 많다. 하지만 평소 음주를 즐기는 30~50대 비교적 젊은 남성에게서 고관절 통증이 있다면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에 주목해야 한다.

대퇴골두는 허벅지 뼈의 상단에 골반과 연결된 부위를 말하는데 이 부위에 혈액 공급이 감소하거나 차단돼 뼈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을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라고 말한다.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퇴골두 주변의 혈관이 손상되거나 막히면서 혈액 공급의 감소, 혈전, 혈관 질환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 또는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 사용, 당뇨병, 비만도 원인적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권오룡 연세스타병원 병원장연세대 의대, 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정형외과 외래교수, 현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권오룡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연세대 의대, 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정형외과 외래교수, 현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초기에 괴사 범위가 작을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병이 진행돼 괴사 부위가 골절되거나 주변 조직에 염증으로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관절 부위에 전에 없던 통증이 발생한다면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사타구니 통증을 호소하고 보행 시 땅을 디딜 때 통증이 심해져 절뚝이게 된다. 괴사가 심해지면 대퇴골두의 둥근 모양이 변형되면서 다리 길이가 줄어들 수 있다. 다리가 움직이는 범위가 줄어들어 자세를 바꾸는것이 힘든데, 특히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기 힘들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날 경우 꽤 심각한 문제를 시사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

괴사 범위가 작고 증상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는 비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세포의 재활성화와 신속한 재생을 돕는 프롤로 주사 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 같은 물리치료를하면서 경과를 살펴본다. 이때 과체중이라면 체중 감량을 통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 고관절 대퇴골두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비수술 치료만으로는 병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은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내압을 낮추는 감압술을 시행하거나 다발성 천공술을 시행한다.

수술적 접근은 주로 괴사의 심각성과 위치, 환자의 증상에 따라 결정되며 심한 통증과 관절 운동의 장애가 생긴 경우에는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현재까지 가장 좋은 결과를 보이는 치료로 평가받고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의 예방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과체중, 과도한 음주, 흡연, 혈관 질환 등의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필요한 경우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사용은 의료진의 지도하에 최소한의 용량과 기간에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