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관한 기본 법률로 외상투자법(外商投資法)이 있다. 이 법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되었는데 외상투자법 이전에는 중외합자 내지 합작기업법, 외상독자기업법을 이른바 삼자기업법(三資企業法)이라 해서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설립할 수 있는 회사의 형식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상투자법은 과거에 삼자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외상투자기업이 본 법이 시행된 이후 5년까지는 원래의 기업·조직·형식 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5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외상투자법에 의해 중국 국내 기업과 마찬가지로 회사법에 따라 기업의 조직과 지배구조를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법이 시행될 무렵에는 5년이 먼 훗날의 이야기 같았는데, 2024년 말이면 5년의 유예기간 내지 과도기가 경과하게 된다.
한편 중국의 개정 회사법이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과거에는 회사의 자본금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인수주의라 하여 주주들이 실제로 주금(株金)을 납입하지는 않고 ‘내가 얼마를 납입할게’ 하고 약속을 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이제 주주들은 말만으로는 안 되고 인수한 주식에 상당하는 주금을 실제로 납입해야 한다. 즉, 개정 회사법은 전체 주주가 인수한 출자액은 주주들이 회사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가 성립한 날로부터 5년 안에 모두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제47조). 또한 부칙에는 본 법의 시행 전에 등기를 마치고 설립된 회사의 출자 기한이 본 법에서 규정한 5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법률, 행정 법규 또는 국무원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 법에서 규정한 기한 내에 점진적으로 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제266조). 5년간의 과도기를 두었다고는 하나 그동안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된 기업이 이제 와서 과거에 약속한 주금을 다 납입하기도 쉽지 않아 ‘점진적으로 조정’해도 된다는 여지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5년의 과도기 동안에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과도기의 사전적 의미는 하나의 단계가 점진적으로 다른 단계로 발전 내지 전이되어 가는 시기를 의미한다. 정책이나 법규의 측면에서는 통상 법규의 반포 일자와 시행 일자 간의 차이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는 관련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함이다.
한편 중국의 입법법은 법률, 행정 법규, 지방성 법규, 자치 조례와 단행 조례, 규장(規章)은 소급하여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84조). 위에서 살펴본 규정들도 소급효 금지의 원칙(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어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의 사업 환경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작금의 한중 관계를 두고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현재 모습이 1992년 수교 당시의 그것이 아닌데 우리가 좋았던 시절만 회상하며 ‘지금 관계가 안 좋다’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아무리 안 좋은 관계를 극복하여 개선된다고 해도 우리가 ‘아 옛날이여’ 하던 시절로 전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과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를 향한 전이의 과정이 있을 뿐이다. 즉, 한중 관계는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인 과도기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징검다리를 잘못 디뎌 물에 빠지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