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유럽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가 지난 5월 발표한 ‘유럽 매력도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유럽 내에서 발표된 FDI 프로젝트 건수는 전년 대비 4%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유럽을 강타하기 직전인 2019년 대비 11% 줄었고, 2017년의 최고치보다는 14% 감소했다. EY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하며 “2023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0.4%로, 미국(2.5%)이나 아시아(5.6%)에 비해 크게 낮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나 중국과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경제적 위기감이 유럽 내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전통의 ‘자동차 강국’ 독일은 값싼 중국 전기차의 공세로 산업의 패권을 위협받고 있다. 독일의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였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역성장을 한 것이다. 필자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추가 관세 적용에 대해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표현한다. 또 중국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서방 기업에 합작사를 요구하는 것처럼,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유럽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EU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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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유럽과 미국의 생산성 격차는 꾸준히 확대됐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유로존(유럽연합의 단일 화폐인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의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유럽의 ‘경쟁력 위기’는 공공과 민간의 투자 부족, 기술 기업과 벤처캐피털 펀드의 부족, 유럽 대륙의 인구 감소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할 수 있다. 유럽의 위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종종 간과되는 요인은 FDI의 감소다.

FDI는 투자 대상국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 경영 기술을 도입해 대상국의 생산성 성장을 촉진한다. 2023년 유럽의 FDI 유입은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2017년의 최고점보다 14% 낮다. 독일의 2023년 FDI 유입은 전년 대비 12% 급감해, 팬데믹 이후의 회복세가 약해졌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외국 기업이 다른 유럽 국가로 투자를 전환한 영향으로, 2016~2017년 이후 FDI 유입이 30% 가까이 감소했다. 프랑스 정책 입안자들은 이 같은 변화로부터 이익을 얻으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① 외국인 투자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자국을 마케팅한다. 

FDI를 유치하는 것은 두 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EU에 매우 중요하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미국이겪었던 것과 유사한 차이나 쇼크(China shock)를 회원국 경제가 겪지 않도록 예방하고, 공급망 위험을 줄이는 것 말이다.

FDI 유치는 이 두 가지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으로 글로벌 공급망은 점점 더 취약해졌다.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용 배터리 셀 등 녹색 산업에 필요한 대부분 부품은 대만과 한국, 중국에서 온다.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공동 저자들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공급 업체들의 지리적 집중은 경제 충격의 위험을 높인다. 공급 차질이 글로벌 경제에 파장을 일으킴에 따라, 승수효과가 발생하고 초기 혼란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외부에 대체 공급원이 없으므로 기업은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2021년 대만 TSMC가 팬데믹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일부 공장을 폐쇄하자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이 멈췄을 때 이 같은 공급망 취약성이 부각됐다.

EU는 다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② 유럽 반도체법(ECA·European Chips Act)과 유럽 배터리 연합(European Battery Alliance)을 통해 배터리 셀과 반도체에 대한 FDI 유치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마찬가지로 EU의 조치는 기후 재난이나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충분한 대체 공급 업체가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자체적인 차이나 쇼크를 경험하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보인다. 2022년, 독일이 중국으로부터 자동차 및 기계류를 수입한 금액은 수출액보다 많았다. 사상 최초였다. 알리안츠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수출 시장의 주요 부문에서 독일을 추월했다. 2022년 전 세계 기계 및 장비류의 국가별 수출 점유율은 중국이 29%, 독일이 15%였다. 자동차 및 운송 장비 수출에선 독일이 17%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9%)과 격차가 줄고 있다. 이런 흐름은 두 가지 이유에서 경종을 울린다. 첫째, 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잃는 것은 독일의 경제 모델에 큰 위협이 된다. 둘째, 유럽의 차이나 쇼크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 같은 극우 정당의 부상을 촉진할 수 있다.

달리아 마린 독일 뮌헨공대 국제경제학 교수오스트리아 빈대학 경제학 박사, 현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연구원, 현 독일 브뤼헐 연구원
달리아 마린 독일 뮌헨공대 국제경제학 교수
오스트리아 빈대학 경제학 박사, 현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연구원, 현 독일 브뤼헐 연구원

미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2000년대 초반의 차이나 쇼크는 제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종종 상당히 낮은 임금에 만족해야 했다. 제조업 고용 감소는 자살, 약물 과다 복용, 알코올 중독 관련 간 질환 등 ‘절망의 죽음’의 유행을 일으켰다. 이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해 대통령이 되는 발판이 됐다.

이를 염두에 두고 EU 정책 입안자들은 ③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연설에서 중국이 “대규모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로 EU 시장을 범람 시키는 등 공정 경쟁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집행위원회가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중국은 전기차 수출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므로, 유럽 정책 입안자들은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EU로 FDI 유입을 촉진하는 이점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유럽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전기차를 유럽 역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 수입관세를 우회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 기업들은 중국, 대만, 한국, 이스라엘 같은 기술 선진국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전기차와 디지털 지식 분야 격차를 해소하고, EU로의 FDI 유입 흐름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서구 기업이 중국 내에서 중국 제조사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을 강요하는 전략으로 녹색 기술 산업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됐다. 광대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대가로 말이다. 지금은 그 역할이 뒤바뀌었다. 중국은 이제 기술 선진국으로서 전기차를 통해 대규모 EU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FDI 유입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EU는 중국의 산업 정책을 역으로 펼쳐야 한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시장 접근 권한을 얻는 대가로 EU 내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정리=고성민 기자, 이수진 인턴기자

Tip│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부터 매년 프랑스에서 투자 유치 행사 ‘추즈 프랑스 서밋(Choose France Summit)’을 개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리더를 베르사유궁전으로 초청해 자국의 투자 매력도를 홍보하는 자리다. 지난 5월 개최된 제7차 추즈 프랑스 서밋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조세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법인 세율을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에 40억유로(약 5조9456억원), 아마존은 클라우드 인프라 등에 12억유로(약 1조7837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총 150억유로(약 22조2959억원)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2023년 9월 발효됐다. 연구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EU 역내에 구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EU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공급망 점유율을 2021년 9%에서 2030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EU에는 반도체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많아, 생산 역량이 부족하다. 유럽 반도체법은 크게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유치, 공급 안정성 확보,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 등 세 가지 계획으로 구성돼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6월 12일(이하 현지시각)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7월 4일부로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17.4~38.1%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 기존 관세 10%에 추가되기 때문에 중국산 전기차의 EU 수입 관세율은 27.4~48.1%로 대폭 상향된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EU의 조치가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라며,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리아 마린 독일 뮌헨공대 국제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