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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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왼쪽) 원내대표가 7월 2일(이하 현지시각) 같은 당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와 함께 밝은 모습으로 지지자 앞에 섰다(큰 사진). 르펜이 이끄는 RN은 6월 30일 치러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33.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어두운 표정으로 프랑스 북부 르 투케 시청사 투표소를 찾았다(사진 1).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앙상블)은 3위로 밀려났고, 100석 이상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근현대 정치 역사를 통틀어 극우 세력이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N 지지자들은 선거 승리에 환호했다(사진 2). RN은 올해 29세인 바르델라를 대표로 내세워 청년층을 공략해 왔다.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바르델라는 RN이 인종차별적 정당이라는 선입견을 지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주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에 동화되지 않으려는 이주민이 문제”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7월 7일 2차 투표를 앞둔 유럽 2위 경제 대국 프랑스 앞에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놓여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RN이 원내 1당이 되겠지만 절대 과반(총 577석 중 289석)은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원내 주요 정당으로 입지는 굳힐 수 있지만 정책 실현 과정에서 여러 걸림돌을 맞닥뜨릴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RN이 절대 과반을 차지해 총리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바르델라가 총리가 되고 마크롱과 권력을 나누는 ‘동거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RN이 절대 과반은 확보하지 못하지만, 우파를 끌어들여 정부를 구성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RN의 궁극적인 목표는 르펜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르펜이 대선 승리까지 거머쥐게 된다면 이민을 규제하고 프랑스 국적자에게 일자리나 사회복지 등의 측면에서 우선권을 주는 등 프랑스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르 몽드에 따르면 결선 투표 후보자 등록 마감 시한인 7월 2일, 후보자 1300여 명 중 221명이 사퇴했다. 다자 대결 시 극우에 반대하는 표가 분산돼 RN이 유리하게 되는 걸 막기 위해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과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앙상블) 등에서 대대적인 단일화를 단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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