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구 따히엔 맥주거리 인근 진로BBQ 매장에서 과일소주를 마시는 현지 소비
자들. /하노이 공동취재단
6월 10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구 따히엔 맥주거리 인근 진로BBQ 매장에서 과일소주를 마시는 현지 소비 자들. /하노이 공동취재단

“친구의 생일이라 함께 모여 축하하고 있어요. 모두 과일소주를 좋아해서 마시고 있는데, 이렇게 고기와 함께 곁들여 마시는 것이 제일 좋아요.”

6월 10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구 따히엔 맥주거리 인근 식당에서 만난 대학생 부 티 땀(21)은 이렇게 말했다. 땀은 삼겹살 등 한국식 바비큐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청포도에이슬 등 과일소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불판을 가운데 두고 술잔을 부딪치며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한국 소비자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땀은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소주를 알게 됐는데, 이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소주를 마신다”면서 “술을 마시면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편인데, 일반 소주는 도수가 높지만, 과일소주는 도수가 낮아 그런 걱정을 덜하게 돼 좋다”라고도 했다.

무더위에도 ‘두꺼비 탈’ 쓰고 시음·판촉 행사 진행

따히엔 맥주거리에서는 땀처럼 과일소주를 즐기는 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식이 아닌 샐러드나 감자튀김과 과일소주를 즐기는 이도 있었고, 베트남 현지식 면이나 밥 요리에 곁들여 마시는 이도 곳곳에 있었다.

수많은 가게가 밀집한 거리에는 청포도부터 복숭아·딸기·자두·자몽 등 다양한 과일 맛 소주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모두 한글로 표기된 소주의 상표명과 곳곳에 한글로 된 간판 등이 이국적인 베트남 길거리 풍경에서도 한국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미국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재미교포 유다영(22)씨는 “미국에서도 소주를 많이 마시는데, 베트남에도 있어 신기하다”면서 “포도 맛 소주를 좋아하는데, 친구들도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서로 다른 인종의 친구 둘과 함께 베트남을 찾았다.

따히엔 맥주거리는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전략인 ‘진로의 대중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흥 채널 영업을 하는 곳이다. 현지인은 물론 하노이를 찾는 연간 4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날 맥주거리 곳곳에는 30도에 가까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탈을 쓴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시음 및 판촉 행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 소주를 주문하면 부채·소주잔·인형 등을 증정하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조성균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거리에서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 78곳 가운데 소주를 취급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면서 “영업과 함께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지금은 64곳에서 소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런 유흥 채널 판매를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제까지는 가정 채널 중심 영업으로 성과를 내왔으나 슈퍼마켓을 기준으로 95% 수준의 입점률을 보여, 지속적인 매출 신장을 위해서는 유흥 시장 공략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전무도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내걸고 유통사와 협업을 통한 가정 채널 공략을 시작해 현재는 대부분 유통사에 입점된 상태”라면서 “이제는 유흥 채널 공략을 통해 가정 채널에 유통된 제품의 회전 주기를 짧게 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더 많은 베트남 소비자가 유흥 채널에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가정 채널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노이에 있는 슈퍼마켓에서는 하이트진로소주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현지인 비중이 높다는 하노이 동다구의 후지(FUJI)마트에서는 하이트진로소주 제품을 모아둔 상설 매대도 볼 수 있었다.

6월 10일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하이
트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탈을 쓴 사람과 판촉 사원
이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6월 10일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하이 트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탈을 쓴 사람과 판촉 사원 이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현지 공장 생산으로 가격도 현지화

과일소주 제품은 물론 참이슬과 진로이즈백 등 일반 소주 제품도 판매하고 있었고, 소주로 구성된 선물 세트도 눈에 띄었다. 윤현식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 팀장은 “후지마트는 베트남 BRG그룹과 스미토모라는 일본 회사가 합작해 운영하는 슈퍼마켓임에도 11개 매장 전체에 하이트진로 소주가 입점해 있다”고 말했다.

후지마트에는 하이트진로 제품 외에도 다양한 회사 소주 제품도 함께 입점해 있었다. 한국애플리즈에서 만든 힘 소주나 담소 소주, 보해양조의 아라 소주 등 한국 기업이 만드는 소주도 있었지만, 태국의 타완당(TAWANDANG)에서 만든 요구르트 맛 소주나 알코올 도수 40짜리 술이 초록색 병에 담겨 팔리고 있었다.

해당 소주는 4만6500~6만1500동(약 2500~3300원)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하이트진로 제품이 6만5000동(약 353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병당 230~1030원 저렴하다.

윤 팀장은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지만, 브랜드 파워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소주 시장이 크지 않지만 70% 정도는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소매 판매 금액 기준으로 베트남 주류 시장에서 소주가 차지하는 부분은 지난해 0.7% 수준에 머물렀다. 2019년 0.2%에서 매년 조금씩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베트남 소주 시장은 지난해 주류 시장 성장세가 꺾였음에도 성장세를 이어 갔다. 지난해 베트남 주류 시장 규모는 6조8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한 반면, 소주 시장은 14% 증가한 491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의 소주 시장 규모는 2019년 115억원에서 연평균 44%씩 증가해왔는데, 2027년까지 연평균 10%씩 증가해 7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유로모니터는 전망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주류 시장은 약 1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됐다.

‘JINRO’ 소주 확대하고 현지 공장 세워 가격도 현지화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소주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기 위해 ‘진로의 대중화’ 전략을 통해 현지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타이빈 경제특구 내에 현지 생산 공장을 짓는 한편, 소비자에게 진로를 보다 널리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황 전무는 “그동안은 ‘초록색 병 술은 소주’ 라는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베트남 시중에 다양한 소주 제품과 별다른 외양적 차이점을 두지 않을 것을 의도했다”면서 “이제는 진로라는 상표를 확실히 내세워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10월에는 일본에서 판매 중인 진로소주를 전 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진로소주는 참이슬이나 진로이즈백과는 달리 제품 라벨에 붉은 글씨로 진로(JINRO)라고 적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현지 공장을 통해 시장 공략을 가속할 방침이다. 2026년 2분기부터 베트남 현지 소주 공장에서 연간 100만 상자(2000만 병)의 과일소주를 생산해 이를 현지화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황정호 전무는 “소주 수출 초기 한국에서 일했던 외국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했으나 한국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구매하지 않았다”면서 “물류비·세금 등의 영향으로 한 병에 2만원에 판매되는 곳에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교환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했다. 그러면서 “현지 생산에서 오는 이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면서 진로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해외 공장의 기본 콘셉트”라며 “제품 가격 현지화는 시장 확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