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래버스최고 출력 314마력최대 토크 36.8㎏·m복합 연비 8.3㎞/ℓ판매 가격 5640만~6615만원 사진 권유정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최고 출력 314마력
최대 토크 36.8㎏·m
복합 연비 8.3㎞/ℓ
판매 가격 5640만~6615만원
사진 권유정 기자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가 만든 7인승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래버스의 첫인상은 거대하다는 것이다. 차 길이는 5230㎜로 5m가 훌쩍 넘는다. 전폭(넓이) 2000㎜, 전고(높이) 1780㎜, 무게는 2090㎏이다. 내부 공간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간 거리)는 3000㎜에 달한다.

육중한 덩치에 안정적인 주행감

압도적인 덩치에 비해 운전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차체가 묵직하게 받쳐주는 덕분에 오히려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비롯해 운전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편의·안전 사양이 장착된 덕분에 차량 움직임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ACC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 차와 거리를 조절해 가·감속해 주는 기능이다.

시승 차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트래버스의 최고급, 최신 사양 모델인 하이컨트리(가솔린)다. 쉐보레는 2022년 트래버스 2세대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한국에 없던 최상위 등급을 추가했다. 올해 상반기 쉐보레는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완전 변경(풀체인지) 3세대 신형 트래버스를 출시한다.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

몇 년 새 캠핑, 차박(차에서 숙박) 같은 레저 활동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9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트래버스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포드 익스플로러 등과 함께 국내 대형 SUV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급 중에서는 트래버스가 가장 육중하다.

트래버스는 2009년 미국에 처음 출시됐을 당시 현지 시장에서 ‘풀사이즈(초대형)’ SUV로 분류돼 판매됐다. 이후 미국 시장 기준이 바뀌면서 현재는 ‘미드사이즈 SUV’에 포함됐다. 트래버스는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만 연평균 10만 대 이상 팔리는 쉐보레 간판 모델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권유정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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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실내, 패밀리카로 딱

외관 디자인은 쉐보레의 다른 차량처럼 튀진 않지만, 기존 모델과 비교해 곳곳이 다듬어졌다. 전면부 상단 헤드램프가 살짝 아래쪽으로 이동하면서 상단에는 더욱 얇아진 발쉐보레 트래버스. 권유정 기자

광다이오드(LED) 주간 주행등을 장착한 것이 날렵한 느낌을 준다. 하단에는 LED 보조주간 주행등을 추가하고, 라디에이터 그릴 크기를 키웠다. 차량 측면에 부착된 하이컨트리 전용 레터링(문자 도안)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내 공간은 거대한 외관 못지않게 광활하다. 좌석은 3열로 7명이 탑승하는 구조다. 2열 공간은 두 개의 독립된 시트로 구성돼 더욱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카니발 같은 미니밴에서도 다소 좁다고 느껴지는 3열 레그룸(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은 850㎜ 수준으로, 성인이 앉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통상 3열은 레그룸이 좁아 어린이가 앉거나 짐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내부 인테리어가 다소 투박하다는 점은 아쉽다.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앞세우는 것이 미국 차의 특성이긴 하지만, 세련미를 추구하는 신차들과 비교하면 심심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차량 곳곳에 장착된 버튼식 배열이나 차체에 비해 아담한 8인치 디스플레이도 구식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기본 적재 공간은 651L로 넉넉하다. 3열을 접으면 1636L까지 확대되고, 2·3열을 접으면 성인 2~3명이 다리를 뻗고 누울 만한 공간이 생긴다. 여러 명이 탑승해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 4인 이상 가족의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다. 부피 큰 짐이 많은 캠핑이나 레저 활동을 즐기는 애호가들에게도 좋은선택지가 될 듯하다.

실제 트래버스는 토·홀 모드(견인·운반 모드)를 통해 카라반이나 트레일러를 연결할 수 있다.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Trailer Hitch Receiver·차량과 트레일러 간 연결 장치) 등이 기본 사양으로 포함돼 있어, 별도의 차량개조 없이도 최대 2.2t의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다. 트래버스는 과거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반 캠핑 카라반보다 크고 무거운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를 직접 끄는 차량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힘 좋은 V6 엔진 장착

무거운 차체에 비해 진동이나 엔진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동시에 고속 주행할 때는 서서히 치고 나가는 힘이 느껴졌다. 트래버스에 장착된 3.6L 가솔린 V6 엔진은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 출력 314마력, 최대 토크 36.8㎏·m의 성능을 발휘한다. 필요에 따라 전륜, 사륜, 오프로드 등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어 험로나 오르막길 운전도 어렵지 않다.

ACC를 비롯한 다양한 편의 사양도 여유로운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ACC는 안정적인 속도 조절이 가능했고, 끼어드는 차도 즉각 감지했다. 운전석 햅틱(haptic) 시트는 차선을 밟거나 차가 기울어질 때 시트에 진동을 줘 주의를 줬다. 카메라 네 대로 차량 외부를 360도 모든 각도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는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나 주차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

트래버스에 내장된 220V 인버터 역시 운전자들의 호평을 받는 요소 중 하나다. 220V 인버터를 활용하면 차에서 노트북을 비롯해 가정에서 쓰는 가전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인버터 외에도 1~3열에 총 여섯 개의 USB 포트, 두 개의 12V 파워아웃렛을 구비했다.

패밀리카 성향을 갖춘 만큼 15가지 안전 사양이 들어간다. GM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운전석과 동반석 사이 1열 센터 에어백을 포함한 총 일곱 개의 에어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후방 보행자 감지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이 기본 트림부터 장착된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 국산 대형 SUV와 비교하면 기본 판매가가 10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만큼 가격 부담은 있는 편이다. 트래버스의 등급별 판매 가격은 LT 레드 프리미엄 5640만원, RS 5810만원, 프리미어 6075만원, 레드라인(스페셜 에디션) 6280만원, 하이컨트리가 661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