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수출액은 3348억달러(약 462조7271억원)로 2023년 대비 9.1% 증가했다. 2022년(3505억달러)에 이어 역대 상반기 수출액 2위 기록을 세웠다. 반면 수입액(3117억달러)은 전년 대비 6.5% 감소해, 무역수지는 231억달러(약 31조9265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2023년 상반기 263억달러 적자에서 494억달러가량 수지 개선 효과가 일어났다. 2023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누적된 결과다. 

그러나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등 경제 활력을 보여주는 경기 지표는 가파르게 뒷걸음질하고 있다. 경기가 빠르게 수축 국면으로 돌아서는 듯한 분위기다. 수출 시장의 뜨거운 온기가 생산·투자·소비 등 국내 경제활동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수출 증가세를 이끄는 반도체 업종은 재고조정을 지속하고 있어 생산, 투자 등이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주력 업종의 활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제조업 등의 취업자 증가 폭이 급감하는 고용 경기 둔화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으로 경기 후퇴

6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전(全) 산업 생산(이하 전월비)은 0.7%, 소매 판매는 0.2%, 설비투자는 4.1% 감소했다 이 지표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는 2023년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5월 기점으로 경기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8.5와 100.5로 각각 0.6포인트와 0.1포인트 하락한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장래의 경제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선행지수는 기준치 100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기준치 100 이하는 경기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100 이상이면 경기 개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지수는 한 달 새 0.1~0.2포인트씩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비 0.6포인트 하락한 98.5까지 떨어진 것은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락 폭은 2020년 5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이고, 지수의 절대 수준은 2021년 3월(98.7) 이후 최저치다. 경기 위축의 수준과 강도 모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확산됐던 2020~2021년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경기동행지수를 구성하는 7개 구성 지표의 흐름은 5월의 경기 위축이 내수 경기 침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성 지표 중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내수출하지수, 비농림어업 취업자 수 등의 전월 차가 마이너스(-) 상태다. 특히 내수출하지수는 석 달 연속 감소세이고, 비농업어업 취업자 수는 2021년 2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투자 부진 장기화→고용 침체 연쇄 작용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수출 경기의 활력이 내수로 전달되지 못하는 이유는 투자 부진 장기화 때문이다. 기업의 신사업 추진이 활발해질 때 늘어나는 설비투자는 고용 확대를 수반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고용표’에 따르면, 투자 10억원에 따른 고용 유발효과는 7.2명으로 수출 10억원당 고용 유발효과 5명보다 더 크다. 수출 호조가 투자,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경기 활력을 북돋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2023년 10월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전월비)은 2023년 12월(2.3%). 2024년 2월(9.6%)을 제외한 7개월이 마이너스였다. 같은 기간 비농업어업 취업자는 28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비 17만7000명 감소했다. 

수출이 국내 경제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흐름은 제조업 등 광공업의 생산, 출하, 재고 동향에서도 관찰된다. 지난 5월 광공업생산지수는 109.5로 반도체 불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2년 2분기(112.1)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출하, 재고지수도 각각 100.6과 111.6으로 2022년 2분기 수준(103.1, 111.4)에 비해 부진한 흐름이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의 5월 생산은 지난 3~4월의 감소세를 벗어났지만, 소폭 증가에 그쳤다. 수출 수요가 늘어 증가한 출하를 재고 관리를 통해 대응하면서, 생산이 크게 늘어날 여지가 없었던 탓이다. 

권효성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 수요 증가를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을 크게 늘릴 유인이 없었다”면서 “큰 틀에서 반도체 재고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부진 탈출, 기술 경쟁력 확보해야 가능”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 무역 흑자가 231억달러까지 늘어난 것을 투자 부진에서 비롯되는 역설적인 현상으로 본다. 

기업이 투자를 늘릴 때 늘어나는 기계류 수입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월 기계류 수입액(406억7500만달러·약 56조21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등 정밀기계 수입액(109억9800만달러·약 15조2100억원)은 전년 대비 12.8% 감소했다. 

투자 등 국내 경제활동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전형이다. 

수출 호조가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신사업 투자를 이끌 수 있는 기술 경쟁력 확보에 성과를 내야 한다. 

이에 정부는 7월 3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생산성 혁신을 촉진할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바이오 등 3대 핵심 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18조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장기화되고 있는 설비투자 부진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이 기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게 단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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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광공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비농림어업 취업자 수 등 국민경제 전체의 경기 변동과 거의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7개 지표로 구성된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앞으로의 경기 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로서, 구인·구직 비율, 건설수주액, 재고순환지표 등과 같이 앞으로 일어날 경제 현상을 미리 알려주는 7개 지표의 움직임을 종합하여 작성된다. 

일반적으로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기준치 100을 초과하면 경기 확장을, 100을 넘지 못하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두 지표가 엇갈리는 모습은 경기가 변곡점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lus Point

2분기 성장률, 0% 또는 마이너스? 깜짝 성장 후폭풍 오나

지난 5월 한국 경제의 생산, 투자, 소비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가 현실화되면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 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분기 전기비 1.3%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7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분기 대비 0.0%로 제시했다. 대부분 금융기관과 연구소의 분석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7월 25일 발표될 2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를 0.2% 수준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2분기 한국 GDP 성장률을 전기 대비 0.1%로 전망하고 있다. 시티그룹(-0.1%), 스탠다드차타드(-0.1%), HSBC(-0.2%)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5월 전 산업 생산이 금융시장 예상(+0.2%)과 다르게 전월 대비 감소함에 따라 올해 2분기 한국의 GDP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