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캔트럴 딜로이트 컨설팅 LLP 인력전략 부문 부사장바서칼리지 문학사, 보스턴대 퀘스트롬 경영대 학원 정보시스템관리 석사
수 캔트럴 딜로이트 컨설팅 LLP 인력전략 부문 부사장
바서칼리지 문학사, 보스턴대 퀘스트롬 경영대 학원 정보시스템관리 석사

신뢰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을 수도 없지만, 관계를 결속하고 조직과 근로자, 지역사회가 번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조직 운영에서 근로자와 조직 간 신뢰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지만, 많은 조직이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통상 신뢰의 핵심 요인으로는 ‘투명성’이 거론된다. 투명성이 강화될수록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기업 리더 중 86%가 조직의 투명성이 높을수록 근로자 신뢰가 높다고 답했다. 어떤 형태의 투명성은 실제로 신뢰를 높여준다. 결정과 결과, 전략, 실행 방식에 대한 정보를 근로자, 고객,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것은 신뢰 구축에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와 투명성 간 관계는 보기보다 복잡하다. 투명성을 잘못 다뤄 신뢰가 심각하게 추락하는 사례도 있다. 조직 관점에서 투명성은 리더십에서 전 구성원에게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과거에는 투명성이 리더가 조직의 특정 부분만 공개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을 구성원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게 됐다.

투명성 고도화는 리더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조직과 구성원의 진행 상황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투명성이 책임감 있게 관리된다면 인적 성과를 실현하고 근로자 개개인과 조직을 위한 공동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남용된다면 사생활 침해, 인공지능(AI) 기반 감시, 근로자 통제 시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투명성이란 무엇인가

산업계에서 투명성은 뜨거운 화두다. 투명한 임금 공개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미국 8개 주(州)에서 ‘급여 투명화법’이 제정됐고, 구인 시 급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수가 2020년 이후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업은 과거 공개하지 않았던 정보도 공개하는 추세다. 파타고니아는 기후 행동 노력을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외부 공급망을 공개했으며, 협업 툴 기업 아사나는 이사회 회의록을 근로자에게 공개해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공유했다. 

물론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는 상황마다 다르다. 파타고니아와 아사나는 ‘선제적 투명성(proactive transparency)’의 대표적 사례로, 신뢰, 책임, 의사 결정을 개선하기 위해 리더나 근로자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기로 선택했다. 반면 ‘반응적 투명성(reactive transparency)’은 법이나 규제 변화로 리더가 어쩔 수 없이 비공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강제적 투명성(forced transparency)’은 일괄 적용되는 조직 정책에 따라 당사자 인지 또는 동의 없이 근로자나 리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일과 근로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투명성을 얻을 수 있는 신기술이 등장하자 많은 조직이 서둘러 이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따르면, 기업은 컴퓨터, 스마트폰, 웹사이트, 소셜미디어(SNS) 등 평균 400개 출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딜로이트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 조직이 가까운 미래에 웨어러블 기기, 생체 인식, 위치 추적 툴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이 확대된 투명성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활용 방식에 달렸다. 감시와 징벌적 결과 등에 활용되는 강제적 투명성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조사 결과,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퇴사율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성이 약이 된 사례도 있다. 인력 데이터와 AI를 융합해 근로자를 지도하거나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센서를 활용해 근로자 안전을 개선한 경우, 투명성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한 영국 다국적 소매 유통 센터는 CCTV 시스템에 AI를 통합해 안전사고를 추적한 결과, 도입 첫 3개월간 안전사고가 80% 줄었다. 투명성을 위한 투명성 이행은 의미가 없다. 투명성이 곧 신뢰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명성의 이면에는 개인 정보 침해 우려가 있으므로, 공동의 안전과 이익을 위한다는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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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구축하는 투명성 활용

투명성이 신뢰의 기반이 되도록 하기 위해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첫째, 사생활 침해 문제와 연계해 투명성을 논의해야 한다. 통상 투명성은 경영진과 IT 부서의 소관이며 사생활 보호는 법률팀과 인사팀이 다룬다. 하지만 투명성과 사생활 보호 간 균형을 맞추려면 부서를 넘나드는 논의가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최선의 방식(best practice)’ 대신 ‘최적합의 방식(best fit)’을 찾는 것이다.

둘째, 어떤 정보를 무슨 이유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에 대해 리더와 근로자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투명성 실행 방식을 함께 수립하고 강제적 투명성보다 선제적 투명성을 이행하도록 하면,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투명성에 대한 근로자 요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개인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근로자는 조직의 투명성 정책을 적극 수용할 것이다. 가트너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근로자 96%가 교육과 커리어 개발 기회가 많아진다면 데이터 모니터링이 강화돼도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딜로이트 연구에 따르면, 투명한 데이터 수집에 동의한 근로자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았고, 필요 이상의 업무 시간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 등 부정적 영향도 더 적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와 투명성 논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조직과 근로자는 상대편이 내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를 줄 수 있는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조직과 근로자가 어떠한 종류의 투명성을 제공할지,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누가 누구에게 정보를 제공할지, 정보가 어떻게 전달· 평가·활용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첨단 감지 및 추적 기술로, 이미 실시간으로 고도의 행동 감지가 가능해졌으며, 이렇게 얻은 인사이트의 깊이와 범위는 갈수록 심화할 것이다. 지금은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릴지라도 기술 발전으로 한 사람의 생각을 해석해 다른 사람 또는 기계에 전달하는 날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 속에서 조직과 근로자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이러한 기술은 조직의 실행 방식과 근로자와 관계에서 지대한 윤리적 영향을 미치며, 근로자의 신뢰를 얻는 지난한 과업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다. 지금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깊이 있는 고민을 거쳐 투명성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미래에 근로자의 신뢰를 얻고 모든 이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