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스톡
/셔터스톡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만성간염은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 괴사가 6개월 이상 지속하는 질병이다. 급성간염과 달리, 만성간염은 간경화와 간암으로 발전해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총인구의 약 2.5~3%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로,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높은 나라다.

일반적으로 만성간염은 증상이 아예 없다. 일부에서 피로 같은 경미한 증상이 생기므로 환자는 만성간염인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다만 때때로 눈의 흰자위나 피부가 노래지는 황달, 잇몸 출혈이나 코피가 잘 나는 혈액 응고 이상 등이 생길 수 있다. 간경화로 진행하면, 배에 복수(腹水)가 차서 물주머니처럼 배가 불러오거나 몸이 붓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식도나 위에서 출혈이 생겨 피를 토하거나 검은 변을 볼 수도 있다.

만성간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간염바이러스 외에도 음주, 약물, 자가면역질환, 대사 질환 등이 만성간염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B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경우가 50%,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경우가 25%, 알코올을 포함한 기타 원인이 25% 정도로 집계된다. 그만큼 간염바이러스가 중요하다. A형 간염바이러스는 급성간염만을 일으키며, 만성으로 이행하지 않는다. 회복되면 후유증이 없고 평생 면역을 얻게 된다. A형 간염바이러스는 대변을 통한 구강으로 감염된다. 반면 B형 간염바이러스는 혈액, 타액, 정액, 질 분비물을 통해 감염된다. 수혈, 성관계, 오염된 주삿바늘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C형 간염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서만 감염되므로 수혈과 오염된 바늘, 문신 등이 주요 감염원이다. 우리나라 만성간염 환자 중에는 B형과 C형 비율이 2~3 대 1로, B형이 훨씬 더 많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B형보다 C형이 더 많다. 최근에는 간염바이러스에 대해 좋은 약이 많이 나왔다. 이로 인해 B형 간염이 간경화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C형 간염은 아예 완치가 가능하다.

만성 B형 간염은 최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매우 좋고 장기간 사용해도 내성이 거의 생기지 않는 약제들이 개발됐다. 연 1~2회 주기적으로 e항원 검사, HBV DNA 수치 검사, 간 기능 검사를 실시하고,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경구 항바이러스제, 페그인터페론 주사제 등을 바로 투여해서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필요시 조직 검사도 실시한다.

만성 C형 간염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8~16주 정도 사용하면, 90% 이상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시킬 수 있다. 지방간이 심해져 생기는 지방성 간염은 5% 내외 확률로 간경화로 발전하는데, 최근 비만이 많이 발생하면서 이미 미국에서는 간염바이러스보다 지방성 간염이 간경화의 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통해서도 막을 수 있다. B형 간염 백신은 대개 세 차례 접종을 시행한다. 정확히 세 차례 접종한 이의 80% 이상은 B형 간염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항체가 생긴다. 예방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무(無)반응자는 5~20% 정도다. 다시 세 차례 백신을 접종하면 무반응자 중 30~50%에게서 항체가 형성된다.

신생아는 어머니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라면, 출생 후 12시간 이내에 면역글로불린 및 예방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90% 이상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성관계 시에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 주삿바늘, 침, 피어싱 기구는 물론 면도기, 칫솔 등 세면도구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