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몰려드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조선비즈 DB
6월 3일 몰려드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조선비즈 DB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현 단국대 부동산건설 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현 단국대 부동산건설 대학원 외래 교수

갑진년(甲辰年) 2024년이 어느덧 하반기를 맞이했다. 최근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조금씩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돌이켜보건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신3고 시대가 본격화한 2022년 하반기 이후 지금껏 약세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는 부동산 유형과 상관없이 시장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투자처 성격상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한 월세(임대 수입)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수익형 부동산에 더 치명적이다. 고금리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임차인의 영업력 부진, 임대료 연체, 공실 증가, 임대 수입 감소, 투자 매력도 저하, 매매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하반기 이후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하반기에는 서울 및 수도권을 필두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완연한 회복세(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현실적인 기대감에 미국 대선과 맞물려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농후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이후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2024년 하반기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 보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주목해야

당장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및 인하 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미국의 기준금리는 대한민국 기준금리는 물론, 사실상 전 세계 금리를 좌지우지한다고 할 수 있다.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상품 속성상 저금리일 때 매력적이다. 이른바 ‘순 마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처럼 고금리 시대에선 ‘역마진’도 나올 수 있기에 투자처로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수익형 부동산은 대출을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고금리하에선 월세(임대료)를 받아도 대출 이자를 차감하고 나면 실익이 없다.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당수 국가가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고대하면서 본의 아니게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5월이 유력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치보다 높다는 이유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제는 9월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환율 변동, 외국 자본 유출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단독으로는 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수익형 부동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금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 및 인하 폭에도 관심을 두는 게 좋다. 금리 인하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반등(상승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이며 가장 확실한 도화선이기 때문이다. 

6월 3일 비슷한 시간대에 이화여대 앞 한 상가에 ‘임대 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조선비즈 DB
6월 3일 비슷한 시간대에 이화여대 앞 한 상가에 ‘임대 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조선비즈 DB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 필연적

아파트로 대별되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선행적 회복 여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부동산 경기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실거주 목적의 주거용 부동산이 임대 목적의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상대적으로 경기 및 금리에 덜 민감한 편이다. 따라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에 선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지난 3월 중순 이후 15주 연속 상승)에 힘입어 전국 기준(서울 및 기타 수도권, 지방 포함)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오랜 기간의 침묵을 깨고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5월 거래량 역시 4960건으로 3년 만에 최대치를 보여줬다. 적어도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과 거래량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 강세, 기타 수도권 강보합세, 지방 약세 기조는 오히려 예년보다 강화돼,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요컨대 가수요(투자 수요) 중심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반등에 앞서 실수요(거주 수요) 중심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선행적 회복 과정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하반기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여부, 인하 폭과 함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선행적 회복, 지속적 상승 여부에도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양극화 시대, 꼼꼼한 투자 전략 요구돼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이른바 ‘돈 될 곳만 몰리는’ 양극화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느덧 양극화가 자리한 것이다. 일례로 상가 투자 시 투자자는 전통적인 가두 상권보다는 트렌드 리딩 상권, 골목상권보다는 유명 상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무래도 상권의 흡인력에 편승해 공실 없이 보다 안정적으로 임대를 놓기 위함이다. 

수익형 부동산은 매각 시 양도 차익 외에 보유 기간에 매월 양호한 현금 흐름(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이란 점에서 투자자의 성별, 연령, 투자 경험, 자산 규모 등과 상관없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본 증식을 기대하는 자산가, 안정적인 소득원을 기대하는 은퇴자,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자 투자처다. 하지만 섣부른 접근은 금물이다. 여타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액의 뭉칫돈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 실패로 이어질 경우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투자 실행에 앞서 상품별 특성에 맞는 꼼꼼한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