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대규모 실업난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생성 AI(Generative AI)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공공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대규모 노동 혼란과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우려도 야기한다”라며 “각국이 실업보험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IMF는 AI 혁신이 과거 기술혁신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AI가 단순 업무나 일용직 노동자의 업무를 넘어 숙련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생성 AI는 자본이 소수의 기업에 더 집중되는 결과를 낳아, 시장 지배 기업의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분석됐다. IMF는 대규모 노동 혼란을 예방하고, AI의 개발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AI에 간접적으로 세를 매기는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 기업에 대한 법인세, 자본이득세 등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법인세율을 영구적으로 내리는 한편,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 장치로 간주되는 소득세는 아예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혁명발 일자리 혼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필자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경제활동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안한다. 실업자를 위한 과도한 기본소득 지급 등을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자리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 사회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마이클 R. 스트레인 미국기업연구소(AEI) 경제정책 연구 책임자현 조지타운대 맥코트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 현 미 노동연구소(IZA) 연구원, ‘The American Dream Is Not Dead’ 저자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마이클 R. 스트레인 미국기업연구소(AEI) 경제정책 연구 책임자
현 조지타운대 맥코트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 현 미 노동연구소(IZA) 연구원, ‘The American Dream Is Not Dead’ 저자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범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Noth-ing stops a bullet like a job).” 예수회 사제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갱단 재활 프로그램인 홈보이 인더스트리 설립자인 ① 그레그 보일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일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신념은 경제정책 입안자들에게 교훈을 준다. 필자는 폭력에 대해 그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가난한 가톨릭 ② 교구의 신부로서 보인 대응에 깊이 감명받았다.

1988년 보일 신부는 범죄 경력이나 문신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갱단을 돕기 위해 ‘일자리미래기금(JFF·Jobs for a Fu-ture)’을 설립했다. 그의 교구 신자들은 저소득 주택 혹은 공공 주택 단지 주변 공장을 방문해 이러한 젊은이를 고용하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취업이 이뤄지지 않자 JFF는 갱단을 고용하고 재활시키기 위해 자체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보육 센터를 짓고 조경 및 유지· 보수 작업, 낙서 제거, 동네 청소 등을 수행하는 단체가 됐다.

이러한 초기 노력이 홈보이 인더스트리의 토대가 됐다. 1992년 교회 건너편에 설립한 빵집으로 시작한 홈보이 인더스트리는 이후 전자 제품 재활용 업체를 포함해 약 12개의 사회적 기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기업들은 직업 훈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안전한 지역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취업을 ‘소득 창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일 신부의 사명은 취업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일은 열정을 생산적인 목적에 쏟도록 한다. 가족 부양이나 사회공헌 같은 더 큰 목표로 향하게 한다. 또한 우리에게 정체성을 부여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서로 의존하며 책임지는 상호 공헌이라는 특징으로 사회를 지탱한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직원은 자신이 담당한 작은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고, 경제에 창의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분산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경제학자 ③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모든 개인은 다른 사람보다 전문성이 있는 고유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에 대한 결정을 그 개인에게 맡기고, 그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그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노동하는 인간(Laborem Exercens)’에서 “인간은 일을 하도록 부름받았다”고 언급했다. 일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넓게 생각해 보면,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 대한 명확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은 수백만 명 중산층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줄 수 있지만, 동시에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소득세 환급 확대는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지만, 미국의 납세자에게 매년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다.

이 정책의 이점이 비용만큼 가치가 있을지는 정책으로 인해 변화하는 일자리 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이러한 판단을 내릴 때는 일자리를 ‘돈을 버는 수단’ 이상의 넓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다가오는 AI 혁명으로 인한 혼란에 대비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일은 가치 있는 것이고, 우리는 경제활동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안한다. 

이 원칙은 정책 제안을 평가할 때 중요한기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대량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기본소득을 너무 많이 지급한다면, 사람들이 일을 하려는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비슷한 이유로 중산층을 위한 일종의 ‘모두를 위한 복지’ 모델도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을 장려하는 것은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능력이 매우 뛰어난 기계가 있는 세상에서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소득 보조금을 크게 늘려 현재보다 훨씬 높은 임금 수준의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갱단 지역에서 보일 신부는 일자리가 범죄(총알)를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상은 점점 더 큰 불확실성과 혼란을 마주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일자리의 힘으로 대중의 번영을 촉진해야 한다.

Tip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위험한 갱단 지역 중 하나인 보일 하이츠에서 40년 넘게 범죄를 예방하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데 헌신해 온 미국 예수회 사제.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미국 민간인 최고의 명예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으며, 로스앤젤레스는 5월 19일을 ‘그레그 보일 신부의 날’로 선포했다.

국가에서 행정구역마다 지방행정기관을 설치하듯, 가톨릭교회를 지역적으로 구분하는 하나의 기본 단위. 교회 행정상 구역으로, 주교가 관할하며 지역 교회라고도 한다.

‘자유시장경제 옹호자’ ‘통화주의 아버지’ 등으로불리는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신자유주의의 입장에서 모든 계획경제에 반대했던 인물로, 1974년 ‘화폐와 경제 변동의 연구’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