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토 탄마티옹 졸리비푸즈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
에르네스토 탄마티옹 졸리비푸즈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

필리핀 졸리비(Jollibee)그룹이 7월 3일 국내 저가(低價) 커피 프랜차이즈 컴포즈 커피 지분 70%를 3300억원에 인수했다.

발표 이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커피 업계는 술렁였다. 컴포즈 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에 파는 브랜드다. 7월 기준 가맹점 수는 2612개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국내 커피 브랜드 가운데 매장 수가 세 번째로 많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졸리비는 컴포즈 커피 인수 이후 필리핀 증권 거래소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이번 투자는 1인당 커피 소비량 면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는 한국 시장을 향한 전략적이고 수익성 높은 선택”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저가 커피(value coffee) 시장을 여는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졸리비는 1993년 7월 필리핀 증시에 상장된 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다. 시가총액은 2524억필리핀페소(약 5조9600억원)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보다 크다. 필리핀 전역에 운영하는 매장 수가 32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졸리비에서 파는 독특한 필리핀식 스파게티는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메뉴다.

졸리비는 졸리비그룹이 보유한 여러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졸리비그룹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면 단순히 덩치가 큰 단일 햄버거 브랜드가 아니라, 종합 외식 기업에 가깝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빈이 졸리비그룹 소유다. 졸리비그룹은 2019년 3억5000만달러(약 4831억7500만원)를 투자해 커피빈을 사들였다. 베트남 국민 커피 브랜드 하이랜드 커피 역시 졸리비가 가지고 있다. 하이랜드 커피는 베트남 중심지에서 439개 매장을 운영한다.

팀호완·커피빈 등 사들여 해외 확장

그 밖에도 국내에도 지점이 있는 딤섬 전문점 팀호완,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스매시버거와 필리핀 피자 체인 그리니치 피자 등이 졸리비그룹 소속이다.

사업권을 가진 브랜드까지 확대하면 졸리비그룹 소속 브랜드 진용은 더 화려해진다. 졸리비그룹은 하드록 카페 베트남 사업권, 던킨 중국 사업권, 팬더익스프레스 필리핀 사업권, 버거킹 필리핀 사업권, 요시노야 필리핀 사업권 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대중적이고, 격식 없이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브랜드다. 컴포즈 커피 역시 졸리비그룹이 추구하는 사업 방향과 콘셉트가 맞아떨어진다.

졸리비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리처드 신(Richard Chong Woo Shin)은 지난해 실적 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졸리비그룹은 지금도 충분하고 견고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더 큰 규모와 새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면 새 사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며 “버거, 치킨, 커피와 차, 중국 요리라는 네 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졸리비그룹이 보유한 커피 브랜드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커피빈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116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9년 졸리비그룹이 사들일 당시 매장 수는 1189개였다. 오히려 인수 이후 매장 수가 줄었다. 커피빈은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특성상 커피 한 잔당 가격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아메리카노 한 잔당 5000원 시대를 가장 먼저 열었다.

베트남 하이랜드 커피는 컴포즈 커피가 인수되기 전까지 졸리비그룹 커피 브랜드 가운데 두 번째로 매장이 많은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는 베트남에서도 아메리카노 한 잔에 4만9000동(약 2700원)을 받는다.

덴마크 시장조사 업체 맨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대륙에서 커피 한잔에 소비하는 비용은 아메리카노 기준 2달러 20센트(약 3000원) 정도다. 이 가격을 넘어가면 금액 면에서 평균 이상이라는 의미다. 컴포즈 커피 같은 경우 한 잔 가격이 아시아 대륙 평균가 기준 절반에 불과하다. 졸리비그룹 커피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다.

이번 거래는 약 4700억원 규모다. 졸리비와 사모펀드(PEF) 타이탄이 컴포즈 커피 주식 3만 주를 약 3600억원(졸리비가 3300억원, 타이탄이 300억원), 로스팅 및 제조 회사 JMCF 주식 1만 주를 1090억원에 사들이는 방식이다. 인수 이후 컴포즈 커피와 JMCF 지분 70%는 졸리비푸즈가 보유한다. 25%는 PEF 운용사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Elevation Equity Partners Korea Limit-ed)가 가진다. 나머지 5%는 타이탄펀드II가 보유하게 된다. 타이탄펀드는 사실상 졸리비가 9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실질적인 주주다. 졸리비가 컴포즈 커피와 JMCF 지분 75%를 확보하는 셈이다.

졸리비가 거느린 브랜드들. 그래픽손민균
졸리비가 거느린 브랜드들. 그래픽손민균

‘中 루이싱 잡을 대항마 낙점’ 의견도

이사회 의석 총 3석 가운데 2석은 졸리비가 차지한다. 1석은 엘리베이션PE가 갖는다.이사회 의장은 리처드 신 CFO가 맡는다. 리처드 신 CFO는 졸리비그룹 최초 외국인 CFO다. 그는 2022년 졸리비그룹에 합류한 한국계 교포로 알려졌다.

“컴포즈, 부채 적고 수익성 좋다” 커피 한 잔 가격, 亞 평균 절반... 1년 새 매출 20% 넘게 늘어

졸리비그룹은 인수 이후 컴포즈 커피를 “부채가 적고 수익성이 좋은 브랜드”라며 “매장 수 측면에서 졸리비그룹 안에서 가장 큰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컴포즈 커피는 지난해 매출액 888억원을 기록했다. 이전 해보다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367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41%에 달한다. 같은 저가 커피 시장에서경쟁하는 메가커피(18.8%), 더벤티(14.4%), 이디야(2.9%)와 비교해 현저하게 높다.

졸리비그룹은 컴포즈 커피 인수 이후 그룹 재무제표상 글로벌 매출이 41%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자와 세금 납부 전 영업이익(EBIT) 역시 12% 증가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졸리비그룹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 루이싱 커피를 잡을 대항마로 컴포즈 커피를 낙점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루이싱 커피는 현재 중국 내에서만 1만33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커피 프랜차이즈다. 이 브랜드는 올해 영국 컨설팅 업체 브랜드 파이낸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레스토랑 브랜드로 꼽혔다. 루이싱 커피에 이은 2위가 졸리비그룹이었다.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관계자는 “커피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기호품이라 다양한 시장과 문화에 쉽게 접목할 수 있다”며 “글로벌 커피 시장이 가격으로 승부하는 저가 커피와 소량만 수확하는 고급 스페셜티 커피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에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아야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우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