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요즘 세상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우리 회사도 AI를 활용해 실험적으로 단편 웹툰을 제작했고, 이를 웹툰 플랫폼에 출시하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메이저 웹툰 플랫폼도 작가들과 대중의 반응을 우려해 공개적으로는 출시하지 않는 상황인 듯하다. 이런 와중에 일본에는 AI가 제작한 웹툰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유료 플랫폼이 있다고 해서 심사 절차를 거쳐 출시해 봤다. 밝히기엔 초라한 금액이지만 유료 결제도 발생했다. 이에 힘을 얻어 AI 웹툰 제작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키워 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중국 업체가 찾아와 AI 웹툰 제작을 해주겠다고 했다. 이 업체는 이미 AI 웹툰을 상업용으로 제작해 하반기에는 일본의 메이저 웹툰 플랫폼에 연재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평소 갖고 있던 짧은 소견으로는 이 세상은 결국 두 나라의 거대 언어 모델(LLM) AI 엔진이 주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종주국으로서 당연하다. 그 외 국가 중에는 자체 내부 학습 데이터양, 글로벌 학습용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저작권 허가 이슈, 미국 주도의 윤리적 규제에서 열외 가능성, 미래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란 등에서 다른 방식의 원칙이 있는 국가로서, 거의 무한대의 AI 기능 확장과 투자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중국의 기술 인력 풀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2년 전 한 중국 기업과 거래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와중에 자사 엔지니어가 2만 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헐! 아무리 중국이지만 이런 규모의 경쟁 상대를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해당 기업은 비상장 회사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고, 투자를 받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하는 입장이었기에 허풍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1년에 배출되는 대학 졸업생 수가 1000만 명을 넘는 국가이니 황당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미국의 비영리단체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등이 백악관에 ‘거대 AI 실험을 일시 중지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고, 수만 명이 여기에 서명했다고 한다.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통제 방안 강구를 위해 6개월간 개발을 일시 중지하자는 내용이었다. 역시, 구글 CEO인 순다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이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빌 게이츠 왈, “누가 AI의 개발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하는가. 전세계 모든 국가가 멈추는 데 동의할까.”

우리는 AI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흑묘백묘(黑猫白猫) 전략으로 나갈 뿐이다. 다행히 웹툰 산업은 직원이 2만 명이든, 20만 명이든 머릿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10명이든, 100명이든 창의적인 인재와 오타쿠(특정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가 필요한 산업이다. 짜고, 맵고, 달고, 쓴 우리의 이야기 창출 능력과 환경은 중국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다. 그들이 감히 넘어설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투자했던 중국 기업도 결국 웹툰 사업의 글로벌 확장은 포기한 듯하다.

나스닥까지 진출한 K웹툰

최근 또 다른 화제로는 네이버 웹툰의 나스닥 상장이 있다. 월급쟁이가 비전을 갖고 사업을 일구었고, 마침내 나스닥 상장 행사 자리에서 창업자이자 CEO로 소개된 김준구 대표에게 진심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에서 시작됐고, 일본으로 건너가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그러나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마이너리그 수준이었던 웹툰이 드디어 메이저리그(MLB)로 승격된 쾌거다. 듣기로는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2020년 네이버 웹툰 사업 본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옮기면서 당시 김준구 사업 리더에게 가입자를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수년간 고생과 노력 끝에 김준구 대표는 비전을 갖고 일하는 모든 월급쟁이의 롤 모델을 보여줬다. 이를 존중하고 지원한 이해진 GIO가 갖고 있는 비전의 깊이와 리더십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고 본다.

어쨌거나, 우리 회사도 큰일 났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닥치고 보니 발에 불똥이 떨어졌다. 네이버 웹툰의 나스닥 상장은 박찬호가 LA다저스에 입단하면서 MLB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과 같은 일이다. 또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에서 우승 후 모든 젊은 선수의 목표가 미국 시장이 된 것과도 같다. 과거 우리는 박찬호 선수의 경기 중계를 보느라, 박세리 선수의 LPGA 경기를 보느라 손에 땀을 쥐고 새벽에도, 점심시간에도 TV 앞에 앉아 있지 않았나. 이제 매일, 매주 경제 신문에선 네이버 웹툰 주가와 회사 소식이 다뤄질 것이다. 주주들도 시도 때도 없이 강도를 높여 회사 주식 담당자에게 ‘글로벌 사업은 어찌 되고 있느냐’ 또는 ‘좋은 소식은 없느냐’고 물어 볼 것이다.

우리의 실적과 관계없이 주가는 네이버 웹툰의 나스닥 주가와 동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김준구 대표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박찬호와 박세리의 성공담 이후 상황처럼 아마도 많은 한국 웹툰 사업자와 작가를 비롯해 우리의 이야기가 네이버 웹툰 덕분에 미국 시장에, 글로벌 시장에 소개될 것이다. 사실 웹툰의 수출 규모는 2023년 기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미 영화 수출액 약 9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또한 웹툰이라는 미디어의 확장성은 대단하다. 국내 모든 영상 제작사의 지식재산권(IP) 확보 1순위가 웹툰이다. 조금 과장하면 우리는 종일 웹툰만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드라마 제작 업체들이 우리 웹툰을 적극적으로 영상화, 애니메이션화하고 있다. 우리도 유수의 업체처럼 웹툰 IP 기반의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훈 키다리스튜디오 대표 현 레진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사업 총괄
김영훈 키다리스튜디오 대표
현 레진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사업 총괄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5000만 명 규모에 웹툰 플랫폼 7개 이상이 액티브하게 운영되고 있다. 일본 시장에도 30개 이상의 디지털망가(만화)·웹툰 플랫폼이 있으니, 미국 시장에도 최소 20개 이상의 웹툰 플랫폼이 출현할 것이다. 디즈니도, 넷플릭스도, 아마존도, 애플도 이 시장에 들어올 것이다.

모바일에 특화된 디지털 IP인 웹툰은 결국 아시아를 넘어서 글로벌 콘텐트로 자리매김 하지 않을까. AI를 활용한 수많은 창작물이 IP화할 것 아닌가. 당연히 한국 웹툰은 당분간 글로벌 시장에서 대접받을 것이다. 큰 장이 한번 설 것 같다. 우리 회사도 9개 언어의12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120명이 넘는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의 자체 제작 스튜디오도 보유하고 있고, 내년이면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이다. 한번 해보자! God bless K웹툰(신이여 K웹툰에 축복을)! 

김영훈 키다리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