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표 창원특례시장
서울대 건축학 학·석·박사,  기술고시 18회, 전 과학기술부 재정기획관,  
전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 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 전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서울대 건축학 학·석·박사, 기술고시 18회, 전 과학기술부 재정기획관, 전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 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 전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지난 2년간 35개 기업으로부터 1조148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1922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습니다. 방산·항공·원전, 수소를 비롯해 의료 기기, 드론까지 창원국가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의 미래 50년을 위해 변신하겠습니다.”

홍남표 창원특례시장은 7월 4일 인터뷰에서 “올해 창원 국가산단이 50주년을 맞아 (창원은) 국내 최고의 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창원국가산단 대전환을 통해 연구, 생산, 검증·인증, 수출 등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품과 기술자가 뭉치면 우주선도 만들 수 있다는 옛 세운상가처럼 어떤 시제품이라도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는 혁신 제조 도시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마산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후 기술고시 18회로 공직에 입문한 홍 시장은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한 행정 관료 출신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창원특례시장으로 당선됐다. 홍 시장은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창원의 많은 원전 기업이 부도 위기를 겪었고 시민은 일자리를 잃었던 침울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기획과 예산, 원전 국장의 경험을 살려서 원전 복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03만 창원 시민의 기대에 보답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원 국가산단이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

“1974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펼치며 창원국가산단을 만들었다. 초기엔 경공업 위주였으나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했고 이후 기계 산업 중심으로 발전했다. 현재는 방산, 원자력, 수소 등 3000여 개의 기업이 몰려있다. 창원의 발전은 기업가 정신과 노동자들의 땀, 자부심으로 이뤄졌다.”

산업·디지털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미래 50년을 대비해 방산,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중심으로 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인재 육성을 위해 주변 대학들과 산학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자의 정주 여건 확보와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위해 문화 행사나 여가 공간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창원은 제조 거점 도시의 위상과 진해 신항을 연계한 국제 물류 교통이 더해지면서 동북아 제조 허브의 역할을충분히 할 수 있다.”

중점적으로 육성하려는 산업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방산, 원자력, 수소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방산·원자력 융합 국가산업단지를 약 330만㎡(100만 평) 규모로 유치했다. 과거 산단에서 도로, 용수, 전기 등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최첨단 연구 시설이 필요하다. 그 해답이 중성자 복합빔 설치와 방산부품연구원 유치라고 생각한다.

안보 산업 차원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생산과 기술 연구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창원이 드론 제조 100% 국산화에 기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산업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창원은 지난 1월에 기초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유일하게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아부다비 자치행정교통부와 ‘수소 모빌리티 보급 상호 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중성자 복합빔은 무엇인가.

“중성자 복합빔은 5000억원 규모의 시설로 다양한 대형 기계·부품 등의 내부를 살펴보는 비파괴 검사를 할 수 있다.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미 기획과 설계 예산은 확보했고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구와 제조, 첨단 검증·인증 장비가 한 곳이 있으면 원스톱 제조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몰릴 것이다.”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도시가 있는지.

“프랑스의 그르노블과 일본 센다이는 중성자빔을 보유한 대표적인 원스톱 방산 제조 도시다. 그르노블에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연구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기관의 최첨단 장비는 기업·대학 등과 공유하며 매년 6000여 편의 출판과 600여 개의 특허를 창출하고 있다. 그르노블의 대학생들은 평균 1년 5개월을 기업과 함께 일하고, 졸업생 80% 이상이 협업한 기업에 입사한다. 이런 선순환은 창원의 미래 50년 혁신 방안과도 일맥상통한다.”

원전 복원 추진 성과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원전 신속 지원센터를 만들었고 선금 지원 등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조기 발주 등으로 기업이 다시 활력을 띠고 있다. 체코 등 수출 기대감도 있다. 창원은 SMR 파운드리(위탁 생산) 도시를 꿈꾸고 있다. 세계적으로 SMR 관련 80~90개의 노형이 개발 중인데, 창원이 SMR 제조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 시설 건설이 본격화되면 사업의 40~50%가 기계 산업과 관련이 있어 창원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질 것이다.”

인구 감소 문제 해결법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처럼 출산 지원 제도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가 교육, 취업 등의 문제로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도록 일자리와 문화, 경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고를 유치하기 위해 관련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의과대학(의대)까지 신설된다면 인재가 창원으로 몰릴 수 있다.”

의대 신설이 필요한 이유는.

“창원은 인구 100만 도시임에도 의대가 하나도 없다. 지역의료 격차 해소와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 의대가 필요하다. 창원은 현재 의료 기기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현재 산업부로부터 의료· 바이오산업 관련 예상 250억원을 확보했다. 또 인력 유출 문제에서도 의대 신설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시내 똑똑한 친구들은 전부 수도권으로 가려고 한다. 하지만 의대가 신설될 경우 고향에 남아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하룻밤에 시제품을 만드는 제조 혁신 도시가 인상적이다.

“창원은 우수한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제조 기반 혁신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인구 5000만 명의 대한민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만으로는 어렵다. 제조업의 성장이 필요하다. 창원은 제조 혁신 도시로서 기여할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지방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왔다.

“부채는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된다.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국비를 전략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불필요한 국비 사업을 유치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대형 장기 표류 사업들도 정리하고 있다. 그 결과 450억원 정도 부채를 갚았다. 조직 관리에서 재정 건전성은 리스크 관리와 같다. 좋은 차는 엔진만큼 브레이크도 좋다. 재정 건전성도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면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한다. 채무를 줄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박성우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