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고, 특히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7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지난 6, 7월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져서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같은 날 조찬 강연을 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 부채가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자신감을 보임에 따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한국은 가계 대출 증가에 따른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금리 인하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 왜?

7월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0.38% 오르면서 5월(0.14%)보다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6월 0.56% 올라 5월 상승 폭(0.2%) 대비 세 배가량 껑충 뛰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 상승 폭이 커지면서 6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전달보다 0.04% 상승했다. 월간 동향에서 전국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11월(0.04%) 이후 7개월 만이다. 

전국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 하락이 이끌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가 2023년 1월 이후 19개월 연속 3.50%에 묶여 있지만, 은행권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기준으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 조달 지수)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같은 기간 4.0%에서 3.52%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집계하는 주담대 가중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도 4% 후반에서 1%포인트가량 하락해 최근 3.9%대에 진입했다. 이같이 대출 금리가 내려가자,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시작 직후 월평균 1조원 수준으로 둔화한 주담대 증가액은 2023년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상 이전인 월평균 5조원대로 늘어났다. 2023년 12월부터 넉 달 연속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4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 6월에는 금리 인상발(發) 가격 조정 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목할 지점은 이 같은 서울 아파트값 회복세가 대출 금리 스프레드 축소와 동반됐다는 사실이다. 시장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3년 만기 국채 금리와 주담대 금리 간 스프레드(spread·격차)는 기준금리 인상 이전 1.40%포인트대에서 최근에는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소 수준인 0.4%포인트대로 좁혀졌다. 대출 금리 스프레드 축소는 은행이 자금 조달 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금리 수준으로 대출 상품을 판매할 때 나타난다. 은행의 대출 마진이 줄어드는 반면, 금융 소비자는 시장 금리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내수 경기 회복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지는 것은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외적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이럴 경우은행은 대출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스프레드, 역대 최소 수준

은행의 대출 금리 스프레드 축소가 본격화된 것은 2023년 2월 “‘은행 돈 잔치’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가 시발점이었다. 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이자 수익이 급증하자, 가계 대출 금리 인하로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상생 금융’ 요구가 등장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의 가계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 결과 2023년 2월 1.09%포인트였던 주담대 금리 스프레드는 같은 해 5월 0.88%포인트로 축소됐고, 이때 서울 아파트값은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전월 대비 0.01% 올랐다. 2023년 하반기에는 “소상공인이 은행에 종노릇 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오면서 금융권에 대한 ‘상생 금융’ 압박이 더 거세졌다. 은행은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환급 지원과 함께 주담대 금리를 더 낮췄다. 지난 1월부터 대출 스프레드가 역사상 최소 수준으로 좁혀지고, 지난 4월부터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20조원가량 급증했다. 가계 대출 증가 억제를 위해 7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 시기를 돌연 9월로 미룬 것도 대출 증가세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금리 등이 내려오면서 통화정책 긴축으로 인한 가계부채 축소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한 부동산 불안으로 금리 인하 등 신축적인 경기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 부추기는 정부·정치권 금리 인하 압박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사진 뉴스1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사진 뉴스1

4월 이후 주담대가 급증하면서,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확대된 배경으로는 대통령실과 정치권에서의 과도한 금리 인하 압박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편승한 ‘패닉 바잉(무리하게 구매하는 행위)’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성 실장은 6월 16일 KBS 방송에 출연, “근원 물가가 2.2%까지 떨어져 통화정책상 금리 인하 환경으로 바뀐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의 금리 인하 압박성 발언에 영향받아 6월 17일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3.212%에 거래를 마쳤다. 여당인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패닉 바잉을 조장하는 금리 인하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원희룡 후보는 7월 2일 비전 발표회에서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당이 그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말했고, 윤상현 후보도 출마를 밝히는 입장문에서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채 3년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7월 17일에는 3.05%에 거래됐다. 이 같은 시장 금리의 움직임은 주담대 대출 금리 하락 압력을 높여 서울 집값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

정원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