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자가 되는 조건을 관찰했다. 10년 이상 교류하고 있는 기업인 모임에서 10년 전보다 더 부자가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우선 학력은 부와 관련이 없었다. 1950~60년대 출생한 창업자는 이른 나이에 현장에 투신해 학력이 비교적 낮았다. 1980~90년대 출생한 2세 경영자는 국내 대학과 해외 경영대학원을 이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런 학력과 사업적 재능은 연관이 없었다. 창업자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거나부가 감소한 사람은 다음 특징이 있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타인의 단점을 과감하게 지적하는 습관이 있었다. 혹여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이 내 단점을 지적하지 않을지 염려됐다. 또한 권위적이거나 겉치레를 중시하는 사람 역시 부가 줄었다. 그들은 과거의 경제력 덕분에 업계나 지역을 대표하는 봉사 단체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고, 이 경우 지역의 행정·정치 지도자와 잦은 모임을 하다 보니 본인 역시 같은 대접을 기대하게 된다. 이에 미치지 못하면 행사 책임자와 실무자를 나무라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사업보다는 대외적인 단체장 역할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본업에서는 실리를 놓치게 된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가 쌓이는 사람은 우선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할지라도 가능한 한 장점을 부각했다. 예를 들어서 ‘그 사람은 그런 단점이 있을 수 있으나, 사실은 내가 겪어보니 이런 장점이 더 많더라’고 적극적으로 변호한다. 이런 칭찬은 결국 본인의 귀에 금방 들어가게 된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제삼자의 칭찬을 들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언젠가 그 제삼자를 만나면 어떤 사람이 당신을 이렇게 칭찬하더라고 덕담 삼아 전달하게 된다. 이 경우 칭찬받은 사람과그 말을 전달한 사람 그리고 그 칭찬을 한 사람은 서로 호의를 갖게 된다. 반면 점잖은 자리에서 어떤 사람의 단점을 지적한 말은 당사자 귀에 쉽게 들어가지는 않으나, 언젠가 이익이 걸린 문제가 발생하면 경쟁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당신의 단점을 이렇게 지적하는 말을 들었다고 슬쩍 건넨다. 이렇게 되면 이 말을 뱉은 사람과 단점을 지적받은 사람 그리고 그 말을 전달한 사람은 향후 서로 이익을 도모하기 힘들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가 쌓이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 차례가 돼 남을 대접할 때 최선을 다한다. 장소, 음식, 서비스 모든 면에서 참석자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대접받는 감동을 갖게 한다. 이런 사람이 주최한 모임에는 늘 참석자가 많다. 그리고 수고하는 종업원에게 늘 기대 이상으로 두둑한 봉사료를 주어 참석한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게 한다. 다른 유형의 부를 쌓는 경우는 말은 어눌하고 표현은 느리나 다른 사람의 말로부터 정보를 입수하여본인의 사업적인 영감으로 주판을 튕겨본 후 남모르게 새로운 사업을 실행하는 경우다.

2세 경영자의 부를 일구는 자세는 창업 기업인과 달랐다. 2세 경영자가 창업자처럼 카리스마를 내세우거나 총대를 메고 앞서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부를 잃기 쉬웠다. 성공하는 2세 경영자는 튀거나 앞서지 않고 남들이 정해 놓은 평균을 지키고, 자기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선에서 벗어나지않게 실행했다. 2세 경영자는 거의 예외 없이 형제간 유산 다툼이 있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산과 가족이 흩어졌다. 그리고 부친이 물려준 기업에는 부친 사람도 함께 따라오면서 회사나 가족 내에 부담스럽게 의식해야 하는 눈이 많았다.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정리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부자가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고,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경청하며, 최선을 다해 대접해 감동을 주고, 두둑한 봉사료로 종업원의 인기를 얻었으며,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켰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부가 줄어드는 사람은 남의 단점을 거침없이 지적하고, 실질적이지 않은 겉치레와 권위에 관심을 쏟고, 손님 대접에 정성을 다하지 않고, 자기 편의에 따라 약속을 변경했다. 운과 노력이 닿아서 인생의 어느 순간에 돈이 들어오더라도 이를 지키고 키우는 것은 학력도 인격도 물려받은 재산도 아니고 결국 사람을 모으는 성격이었다. 
신동우 나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