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지만 막대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눈앞에 재생해서 보듯이 선명히 기억하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법률 업무에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하는 수준으로 리걸테크(Legal Tech· 법률 정보 기술)가 발전하면서 법조인들이 우영우 수준의 기억력까지 가진 ‘놀라운 비서’ 를 둘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리걸테크와 법률 시장 대변혁’은 생성 AI(Generative AI)의 확산으로 빨라지고 있는 리걸테크 발전과 이에 따른 법률 시장 영향을 짚고 있습니다.
생성 AI는 빅데이터 학습을 통해 법조인의 주요 업무인 판례 검색 및 서면 작성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오픈AI의 챗GPT-4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에 드는 성적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법률 서비스 제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리걸테크 기업의 서비스 모델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중심으로 성장했던 리걸테크 시장은 AI 기반 법률 서비스 제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로앤컴퍼니는 AI 법률 비서 ‘슈퍼로이어’ 를 7월 1일 출시, 법률 검색, 서면 초안 작성, 문서 요약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렉시스넥시스는 방대한 미국 법률 데이터를 학습한 ‘렉시스플러스 AI’를 최근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물론 생성 AI가 보이는 할루시네이션(환각·AI가 생성한 정보에 허위 정보가 포함되는 현상)은 무엇보다 사실에 기반한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법률 업무에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습니다. 특정 인종이나 계층을 선호하는 AI의 편향성, 기계에 인간의 운명을 맡겨야 하느냐 같은 물음을 던지게 하는 AI 판사에 대한 윤리적 논란 등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민원인에게 직접 법률 상담을 해주는 AI의 변호사법 위법 논란도 제기됩니다.
그럼에도 리걸테크는 법률 업무 비용을 줄여 일반인의 법률 시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핀테크가 금융에 소외된 계층까지 끌어 안는 포용력을 갖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료 정리 같은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면 공정 판결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성 확보에 유리합니다. 보수적인 법률 시장에도 AI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AI 발전해도 인간 외국어 강사 대체 못 해
20년 전 미국 유학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게 영어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항상 눈치를 보고 다녔다. AI의 등장으로 이제는 영어를 못해도 되는 시대가 됐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다. 그럼에도 외국어 교육은 꼭 필요하다. 언어를 넘어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AI가 인간 외국어 강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상수 화가
AI 외국어 교육 앱, 중급자 이상에게 적합
작년부터 해외 출장 계획이 잡히면 어김없이 ‘스픽’으로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간다. 준비 없이 갈때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이런 면에서 현재 시중에 나온 AI 외국어 앱은 초보보다 중급자 이상이 활용하기에 더 적합한 것 같다. 과거 선배들은 비디오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배웠다. AI 외국어 앱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오준근 회사원
아이들 집중력 떨어질지 걱정돼
AI 외국어 앱이 좋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앱을 쓰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같은 디지털 기기를 써야 한다.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기로 학습한 아이의 집중력이 종이책을 본 아이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걱정이 된다. 디지털 기기 없이 AI 외국어 앱을 쓸 방법이 없을까. 기술 개발을 기대해 본다.
-윤슬아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