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 마리키나 시티 주민이 7월 24일(이하 현지시각) 홍수로 차오른 물길을 헤치며 소지품을 챙겨 몸을 피하고 있다(큰 사진). 필리핀에서는 제3호 태풍 ‘개미’의 영향으로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재난 당국이 밝혔다. 태풍 개미가 필리핀에 본격 상륙하지 않았는데도 그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7월 23일에는 바탕가스주 아곤실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판잣집이 토사에 묻혀 어린이 세 명과 임산부 한 명이 숨졌다. 마닐라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 강물이 불어나면서 물바다가 됐고, 6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정부 부처 업무가 중단됐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증권거래소도 문을 닫았다. 또 선박 31척의 운항이 중지돼 승객 354명이 항구에 발이 묶였고, 최소 70여 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필리핀을 지나간 개미는 7월 25일 새벽 대만 북동부를 강타했다(사진 1). 최대 시속 230㎞의 강풍을 동반한 3호 태풍 개미가 항구도시 화롄현 등에 많은 비를 뿌리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강풍에 중장비가 전복되고, 나무가 쓰러지면서 7월 26일 오전 9시 기준 3명이 숨지고 220여 명이 다쳤다고 대만 재난 당국이 밝혔다. 최대 1800㎜의 폭우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만 내 22개 시와 현에선 학교 수업이 중단됐고, 전력선이 끊어지면서 32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또한 국내선 항공편 200여 편 운항이 모두 취소됐으며 국제선 185편도 결항됐다. 이날 오후까지 고속철도 전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고 폭우로 침수된 도로 여러 곳이 폐쇄 조치됐다. 대만 증시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휴장했다.
태풍 개미가 이날 오후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기상 당국은 일대에 올해 첫 ‘태풍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비상 대응에 나섰다. 푸젠성은 태풍 비상 대응 단계를 최고 단계인 1단계로 상향 조정했으며 선박을 항구로 대피시키고(사진 2) 모든 여객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수도 베이징도 개미의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전날 오후부터 대부분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베이징시 당국은 폭우에 대비해 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교외철도 S2선과 화이러우-미윈선 등 일부 열차가 운행을 중단했으며 여러 관광지도 임시 폐쇄 조치했다. 또 이번 강우 기간 기업과 기관이 유연근무를 선택하거나 출퇴근을 중단하도록 권장하고 학교들도 상황에 따라 현장 교육 등을 중단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