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튀르키예 바이오협회 회장, 현 에브만 홀딩스 창립자 겸 회장, 전 VSY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장 사진 튀르키예투자청
“튀르키예에선 물을 ‘수(Su)’라고 부릅니다. 한국도 ‘수(水)’가 물이란 뜻이지요? 그만큼 한국과 튀르키예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부디 두 나라가 협력해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에르잔 발리바스(Er-can Varlıbaş) 튀르키예 바이오테크밸리 회장은 한국 바이오 기업의 튀르키예 진출을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튀르키예 바이오협회 회장도 겸직 중이다. 바이오테크밸리는 2022년 튀르키예 산업기술부에서 설립 허가를 받아 올해 하반기 조성을 시작하는 생명공학특화산업단지다. 전 세계 600여 개 기업의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튀르키예 바이오테크밸리의 롤모델 중 한 곳인데, 7월 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바이오테크밸리 조성 사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받기로 했다.
발리바스 회장은 “바이오테크밸리에 입주하는 한국 기업은 세제 혜택을 비롯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유럽 경제권에 포함돼 있는 튀르키예를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면 유럽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1996년 EU와 관세동맹을 맺어 무관세·저율 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발리바스 회장은 인터뷰 중간중간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수시로 드러냈는데, 바이오테크밸리에 한국 기업만을 위한 단독 공간을 마련해 뒀다며 이곳에 태극기가 걸리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튀르키예 바이오테크밸리는 어떤 곳인가.
“이스탄불 인근에 조성되는 생명공학특화산업단지다. 그 크기만 최대 300만㎡(약 91만 평)에 달한다. 이곳에 120개 제조 기업과 200개 중소기업, 300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말 우선 100만㎡(약 30만 평) 규모의 제1 구역부터 조성 사업에 착수하고, 2026년 완공 후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나머지 제2·3구역도 현재 입주 신청자가 많아 제1 구역 완공 후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튀르키예 바이오테크밸리의 강점은.
“바이오테크밸리가 조성되는 이스탄불은 물류 측면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이다. 그래서 이곳을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 경제권에 포함돼 있고, 유럽과 관세동맹도 맺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업이 이곳을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면유럽 시장에 수월하게 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지역은 유럽 시장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80개 이상의 국가가 있다. 중동,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
산업단지엔 인력 공급이 필수인데, 현지 상황은 어떤가.
“우선 튀르키예 인구의 절반은 33.5세 이하로, 젊은 편에 속한다. 아울러 바이오테크밸리에는 기초과학대와 직업학교가 세워져 우수 인력이 문제없이 공급될 것이다. 2만 명의 인력이 근무에 필요한 자격을 갖출 것이며, 학사 학위 소지자는 8000명, 대학원생은 2000명에 달할 것이다. 블루칼라 인력도 1만 명으로 추산한다.”
튀르키예 내수 시장은 어떤가.
“당연히 내수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 튀르키예 인구는 2024년 기준 8600만 명이 넘는다. 이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어떤 유럽 국가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비롯해 다양한 의약품 수요가 탄탄하다.”
튀르키예는 왜 한국 기업이 바이오테크밸리에 입주하길 희망하는가. 다른 국가에도 우수한 바이오 기업은 많다.
“우선 한국과 튀르키예의 관계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한국을 형제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은 젊고 역동적인 국가다. 2018년 한국을 방문했던 레젭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이 한 가지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다. 꼭 한국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한국을 가능성이 큰 나라라고 본 것이다.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에 진출한다면 우리 기업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본다.”
당신의 개인적인 의견은 어떤가.
“나는 유럽에 사업체를 몇 개 갖고 있다. 그런데 일부 국가 근로자의 근무 태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경영자의 성에 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겪은 한국은 달랐다. 이미 경제 발전을 상당히 이룬 국가임에도 국민이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때 깨달았다. 한국의 훌륭한 기업과 인재가 튀르키예에 온다면 굉장한 도움이 되겠다고. 역으로 한국도 좋은 시장이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꼭 튀르키예 바이오테크밸리에 한국의 우수한 기업을 초대하고 싶다.”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에 진출하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될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세제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 기업만 입주할 수 있는 단독 구역도 마련해 둔 상태다. 이곳에 한국 기업이 들어와서 태극기를 걸어주길 희망한다.”


튀르키예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 사례가 있나.
“우선 현대자동차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튀르키예에 첫 공장을 세웠고 튀르키예 국민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다. 바이오 기업 중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튀르키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기업으로 꼽힌다.”
튀르키예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에 팁을 준다면.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 현지 업체와 협력한다면 서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현지 기업과 협력을 안 하더라도 바이오테크밸리에 입주한다면 막대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래서 바이오테크밸리처럼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게 해외 기업에 필요한 핵심 전략이라고 본다.”
한국 기관과 협업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사례 공유 등의 내용을 담은 MOU를 체결했다. 지금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튀르키예 관계를 연애에 비유한다면, 연애를 끝내고 이제 막 약혼한 사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 결혼만 남은 셈이다(웃음).”
바이오테크밸리 입주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 기업도 찾았나.
“물론이다. 많은 한국 기업을 만났다. 사명은 밝힐 수 없지만,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기업에서 바이오테크밸리 입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우수한 기업도 튀르키예 진출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달라.”
2010년 튀르키예 상륙 셀트리온
현지 처방약 시장 톱 10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