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페레이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영국 엑서터대 경제학 석사,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경제학 박사, 전 영국 요크대 경제학 교수, 전 포르투갈 경제고용부 장관, 전 OECD 경제부 정책연구실장 사진 OECD
알바로 페레이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영국 엑서터대 경제학 석사,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경제학 박사, 전 영국 요크대 경제학 교수, 전 포르투갈 경제고용부 장관, 전 OECD 경제부 정책연구실장 사진 OECD

국제무역 환경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미·중 무역 갈등을 겪으면서 분절화되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효율적인 분업 체제를 이룬 글로벌 가치 사슬이 특정 국가 그룹이나 지역  내 무역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알바로 페레이라(Alvaro Pereir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기존 국제무역 질서는 위기를 겪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더 심화하고 있다”라며 “다행히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가 현재까지는 나타나지 않지만, 공급망 다변화 등 무역 분절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제무역이 분절화되는 이유는.

“우리는 이미 국제경제 분열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이후 수입 시장에서 중국 제조업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과 함께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 세계적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선진국에서 사라지는 제조업 일자리 문제는 산업 정책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긴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이 국가 안보와 전략적인 (무역) 자율성을 키우는역할을 했다.”

국제무역 분절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경제성장과 생산성 확대를 위한 무역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역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가치 사슬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생산성 향상, 가격 하락, 상품의 다양성 확대가 일어났다. 무역 통합과 지속적인 전문화, 글로벌 가치 사슬 통합을 통해 소득 사다리를 올라가는 방법을 보여준 훌륭한 사례가 바로 한국 경제다. 물론 일부 제품의 생산은 특정 기업과 국가에 집중됐다. (무역 분절화를 대표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생산 기지 인접국 이전)은 긴 공급망으로 인한 지연을 줄일 수 있고 지정학적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역을 방해하고 특히 저소득 국가와 국민의 생산성과 일자리 그리고 실질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의 다양화는 공급망 복원력과 견고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니어쇼어링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지역별 다자간 무역 합의가 늘고 있긴 한데.

“국제경제와 지역에 걸쳐 더 큰 무역 통합과 연계를 촉진하기 위한 광범위한 이니셔티브가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나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같은 협정을 통해 공급망 복원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무역 협력 사례가 있다. 또 디지털 시대의 국제무역을 위한 전자상거래 공동 이니셔티브 같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다양한 다자간 노력도 있다.”

국제무역 분절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역 분절화는 한국에도 분명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만큼 한국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대외 의존도와 위험 요소를 미리 확인해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국은 미국과 중국 교역에 편중된 상태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한국에 악재다. 특히 한국의 중국 및 미국과 교역 중 상당 부분이 전략적 첨단 기술 분야라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다국적기업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해외 신규 생산 시설 구축에 투자하는 등 지정학적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잘 대응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기업에 국제무역 분절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한국 정부는 이미 공급망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물류 등 수입 핵심 품목과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경제 안정을 위한 공급망 안정화법을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선제적 대응은 분명 장점이 많고 필수적으로 필요하지만,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과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공급망을 복원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할 자국 내 생산의 경우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Plus Point

OECD ‘2024 한국 경제 보고서’ 발간
“韓 저출산 가장 큰 위협, 노동 유연성 높여야”

OECD ‘2024 한국 경제 보고서’. /OECD
OECD ‘2024 한국 경제 보고서’. /OECD

OECD가 7월 11일(현지시각) ‘2024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OECD는 2년마다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동시에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방향 등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OECD는 ‘저출산’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노동력 부족과 재정 지출 부담으로 한국이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다. 페레이라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라며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방법이 대안이다”라고 했다.

OECD는 한국의 출산율이 왜 낮다고 보나.

“일과 육아를 함께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먼저 부부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한 사람이 일하지 않으면 가족 소득은 이전보다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또 출산은 오랜 시간 다져온 여성의 커리어를 중단시킨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성별 급여 차이가 가장 큰 나라인 것도 이유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육아휴직의 합법적 사용을 달갑게 보지 않는다. 유연하게 일할 경우 기업 문화가 망가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젊은 여성과 남성이 원하는 자녀를 낳지 않게 하는 것이다.” 

출산율을 높일 대책은.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연공서열 방식의 급여 구조를 개혁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가족 친화적인 근로 문화를 장려하면서 성별 급여 차이를 개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 민간 보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공공 보육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직장 보육을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일하는 부모의 필요를 수용하기 위해 공식적인 육아 시간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모든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낳았을 때 가족 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주거비와 교육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로 인한 재정 지출도 지적했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재정 압박을 줄일 확고한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개혁이 근로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은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연금 수급 가능 연령을 현재 계획보다 더 늦춰야 한다. 동시에 고령 근로자를 더 잘 활용해야 한다. 명예퇴직, 회사별 의무 퇴직 연령 그리고 연공서열 임금 체계 때문에 많은 근로자가 일찍 퇴직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임금을 직무 특성과 성과에 연결하는 유연한 임금 체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OECD 평균을 넘어섰다.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려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한국의 수출 지향적인 성장 모델은 전반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건전한 거시 경제정책과 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는 60년 만에 한국의 1인당 GDP가 OECD 평균을 넘어서도록 만들었다. 다만 수출 주도 성장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의 자원을 생산, 투자, 수출에 집중시킨다. 이는 국민을 소비와 여가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 이런 부작용이 낮은 출산율 등으로 나타난 셈이다. 무엇보다 수출 대기업과 재벌, 중소기업 간 불균형은 일자리의 85%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맞춰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되면 중소기업을 넘어 전체 국가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