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단기간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코로나19 막차를 타기 위해 ‘영끌’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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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서울 아파트 시장이 뜨겁다. 강남에서 마포·용산·성동을 거쳐 그 외 서울 지역과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실수요장이 펼쳐지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장기 월평균 거래량 7000건을 넘어섰고, 올해 초부터 상승 전환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지수는 5월부터 상승세가 가파르다. 작년에는 여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 흐름을 타다가 추석 전후로 추세가 꺾였는데, 이번에는 거래량이 뒷받침되면서 탄력을 받는 중이다. 상업용 부동산도 시장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KRX 리츠 지수가 올해는 저점을 높이며 상승 추세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 집값 급등에 대한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7월 18일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주택 공급 대책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은 금리 인하 선반영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부터 3.5%로 묶여 있다. 하지만 시카고 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연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100%로 보며, 이미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단행 전에 이 같은 기대를 빠르게 선반영하고 있다. 국고채 3년 금리는 4월 말 대비 약 50bp(1bp는 0.01%포인트) 낮은 3%대 초반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기준금리 인하 2회분(0.5%포인트)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초보다 낮은 금리 조건의 주택 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상승장을 기대하며 조금이라도 싸게 내 집 마련 또는 갈아 타기를 하려는 실수요자가 많이 증가했다. 더욱이 오는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앞두고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의한 조바심 나는 투자도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

자산 가격과 금리의 관계

자산 가격과 금리는 역사적으로 뚜렷한 역(逆)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지고, 내리면 가격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코로나19 시기에 초저금리(0.5%)에 의한 급격한 자산 가격 상승을 학습한 투자자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재빨리 움직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선반영된 시장 금리를 고려하면 향후 기대만큼 가격이 안 오를 수도 있다. 

채권의 볼록성(원점에 대해 볼록한 곡선 모양)으로 예를 들어보자. 금리가 1.0%에서 0.5%로 낮아지는 경우와 3.5%에서 3.0%로 낮아지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산술적으로 전자는 가격 상승이 약 100%, 후자는 약 16%로 크게 차이 난다. 연초 대비 10~20% 높은 금액으로 자산을 매입했다면 이미 기준금리 인하 2회분이 선반영된 가격을 지불한 셈이다. 물론, 향후 기준금리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현재 매입 가격도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기준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을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11월 대선 이후 재정지출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대내적으로도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 급증 및 외환시장 불안 그리고 환율 평가절하에 따른 자본 유출 등의 문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 해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가계 부채 문제는 금리가 낮아지는 대신 대출을 크게 늘려 오히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스트레스 DSR 단계별 시행과 더불어 추가적인 대출 규제 정책이 뒤따를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금리 인하 검토를 시사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금리 인하 검토를 시사했다. /뉴스1
최상목(왼쪽 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왼쪽 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투자 때 금리와 함께 봐야 할 요소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금리임에 틀림없다. 고가 자산인 부동산은 구매를 위해 차입이 수반되고, 대체 금융 상품 수익률과 비교하며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금융 상품화가 된 지 오래다. 금리 인하에 따른 통화량 증대와 그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은 앞으로 저성장 국면에서 설비투자와 생산·소비보다는 자산 시장의 부채 급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같은 블랙 스완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저금리 시대는 예단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향후 명목 중립금리는 2~3%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부동산 투자 시 금리 하나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상품 본연의 특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부동산 입지를 최우선으로 따져봐야 한다.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결국 기업과 인재가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구매력 높은 유효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에서는 서울, 서울에서는 강남권과 도심권에 투자 심리가 집중된다. 물론, 지방에서도 기업 유치와 관광 인프라 확충,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있는 곳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입지와 함께 부동산 유형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주거용 부동산은 아파트와 비아파트로 대별되는데, 현재 환가성 높은 아파트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전세 사기 이슈로 한동안 고전하고 있는 아파트 대체재인 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은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할 때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행적인 성격의 상업용 부동산은 주거용과 달리 서서히 회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올해 1분기와 달리 2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거용 개인 투자자와 달리 상업용 부동산은 주력 투자자가 자산가, 기업, 기관들로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복 사이클에 접어들더라도 온라인 시장 성장이 가속화되고 소비 인구가 감소하는 메가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므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와 외래 관광객의 유입이 많은 상권 위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저금리, 기대와 현실 사이

금리 인하 시대를 맞이하여, 여기저기서 부화뇌동하며 조급하게 부동산 매입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격 상승이 일어나지 않으면 뒤늦게 금리 인하가 선반영된 가격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단기간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코로나19 막차를 타기 위해 ‘영끌’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