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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도·천·지·장·법은 손자병법의 전략적 개념이다. 이 가운데 ‘천(天)’은 전쟁에서 날씨와 시기, 즉 자연의 변화와 타이밍을 의미한다. 손자는 전쟁에서 자연조건을 잘 활용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개념을 브랜딩에 적용하면 타이밍이 된다. 천은 시장 진입 시점, 전반적인 트렌드, 경제 상황 등을 의미한다. 브랜드가 주어진 외부 환경을 어떻게 분석하고 또 대응하는지를 나타낸다. 트렌드에 올라탄 브랜드는 거역할 수 없는 법이다. 최적의 타이밍에 진입한 사업은 쉽게 쇠퇴하지 않는다.

타이밍과 트렌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변화 방향인 트렌드를 포착하는 브랜드는 성공할 수 있다. ‘펜티 뷰티’는 가수 리아나가 자신의 성을 따 2017년에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다. 이때는 세계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화장품의 경우 기존 브랜드가 소수의 피부 톤만을 대상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많았다. 펜티 뷰티는 이런 트렌드를 파악하고 모든 피부 톤을 아우르는 40가지 파운데이션 색상을 출시했다. 피부색에 맞는 화장품을 구하기 힘들어하던 여성에게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기존 화장품은 백인 여성에게 맞춰져 있었고, 유색인종을 위한 화장품 브랜드는 거의 없었다. 펜티 뷰티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내세워 시장에 진입했고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펜티 뷰티의 슬로건은 ‘Beauty for all(모두를 위한 뷰티)’이다. 펜티 뷰티는 제품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브랜딩이 주효하면서 출시와 동시에 큰 관심을 받았다. 포용성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트렌드가 됐고 펜티 뷰티는 그 트렌드에 부합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에어비앤비’는 공유 경제와 로컬 경험의 중시라는 트렌드에 맞았다. 에어비앤비는 자신이 소유한 집이나 방을 임대할 수 있게 하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는 보유 자원, 유휴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현대 소비자의 트렌드에 잘 맞는다.요즘 사람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여행자가 되고 싶어 한다. 단순히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로컬을 중시하는 경향성에 착안, ‘Belong Anywhere(어디에서든 우리  집처럼)’라는 슬로건을 통해 사용자가 어디서든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고, 로컬 호스트와 연결을 통해 로컬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브랜드의 간접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는 광고 등에서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강조한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숙박 경험을 넘어서 커뮤니티와 연결된다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트렌드를 거스르다 결국 사라진 브랜드도 많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진 촬영 방식이 급격히 변화했지만, 필름 카메라 사업에 계속 집중했고 2012년에 파산 신청을 한 필름 기업 ‘코닥’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닥은 디지털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어야 했다. 코닥이 필름 카메라 시장과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전혀 다른 시장이라고 여겼다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는 별도의 브랜드를 도입했어야 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대여 업계의 거대 기업이었지만, 2010년에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DVD 대여 및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비디오 스트리밍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블록버스터는 이 새로운 스트리밍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집이나 방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한 에어비앤비. 유휴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했던 소비자의 트렌드와 잘 맞았다. /셔터스톡
자신이 소유한 집이나 방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한 에어비앤비. 유휴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했던 소비자의 트렌드와 잘 맞았다. /셔터스톡
새로운 스트리밍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해 사라진 블록버스터. /셔터스톡
새로운 스트리밍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해 사라진 블록버스터. /셔터스톡
패스트 팔로어인 삼성의 갤럭시폰(왼쪽)과 애플의 아이폰. /셔터스톡
패스트 팔로어인 삼성의 갤럭시폰(왼쪽)과 애플의 아이폰. /셔터스톡
프리미엄 커피 경험을 제공해 성공한 스타벅스. /셔터스톡
프리미엄 커피 경험을 제공해 성공한 스타벅스. /셔터스톡

패스트 팔로어, 퍼스트 무버

1980년대 말 ‘선점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고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993년 50개 부문의 500개 회사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제품을 최초로 출시한 기업 중 절반이 실패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때 퍼스트 무버의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등장했다.

‘테슬라’는 퍼스트 무버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통해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인지를 강조하는 브랜딩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초기에는 고성능 전기차인 ‘로드스터’ 를 출시해 전기차에 대한 기대 수준을 잔뜩 높여 놓고, 이후 ‘모델 S’ ‘모델 3’ 등의 대중적인 모델을 출시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아마존’도 성공한 퍼스트 무버다. 전자상거래 초기에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전자상거래의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지구상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To be Earth’s most customer centric company)’를 지향한다. 퍼스트 무버의 브랜딩은 ‘존재 차원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그것이 기대를 뛰어넘는 소비자 경험과 연결하는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 후, 빠르게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하여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삼성은 패스트 팔로어의 대표적 사례다. 삼성은 애플의 디자인과 기능을 빠르게 모방하면서도, 제품 가격대를 다변화해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했다.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방수 기능 등 차별적인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초기 소셜미디어(SNS)인 ‘마이 스페이스’ 와 ‘프렌스터’를 빠르게 추종하며 더 나은 사용자 경험과 기능을 제공해 성공한 ‘페이스북’도 패스트 팔로어다. 페이스북은 특정 대학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하버드대 학생들이 쓰는 서비스’라는 강력한 스토리가 전파됐다. 2006년에는 일반 사용자까지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실명제를 도입한 것이 퍼스트 무버와는 다른 소비자 경험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패스트 팔로어는 퍼스트 무버의 혁신성은 유지하면서 개선된 소비자 경험을 어떻게든 만들어 내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이다.

성숙기 시장 진입

많은 경우, 비즈니스는 성숙기 시장에서 시작된다. 시장이 성숙기란 얘기는 그만큼 대중화된 시장이란 말이기도 하다.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기회 창출도 가능한 시장이란 얘기이다. 1997년에 등장한 ‘구글’을 생각해 보자.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MSN’ 등 다수의 선발 주자가 자리 잡고 있던 ‘레드오션’처럼 보였던 검색 시장에서 구글은 2년 만에 야후를 따돌리고 1위가 된다. 기존 검색 엔진들보다 더 정확한 ‘페이지랭크(Page Rank)’ 알고리즘과 간결한 인터페이스로 차별적인 사용자 경험을 창출했다.

‘스타벅스’ 또한 커피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였던 시기에 진입하여 차별화된 브랜딩으로 크게 성공한 브랜드다. 성공 요인은 ‘브랜드 경험’의 전반적인 차별화다. 원두의 품질에 신경 쓰고, 신선한 커피를 제공함으로써 특별한 커피 경험을 선사했다. 차별적인 공간 경험도 만들어 냈다. 매장을 단순히 커피를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고, 공부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고객이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문 과정의 경험을 크게 개선한 것이다. 성숙 시장에 진입할 때 브랜딩의 핵심은 차별적 고객 경험을 폭넓게 제공하는 것이다.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