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기 집착’에 관한 새로운 통찰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바츨라프 스밀│이한음 옮김│김영사│
2만2000원│428쪽│7월 29일 발행

“오늘날 가장 큰 수력발전소 용량은 1900년과 비교해 600배 이상 많다. 같은 기간 철을 생산하는 용광로 부피는 5000㎥로 10배 증가했다. 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는 828m로 9배 높아졌고, 일본 도쿄 대도시권 인구는 3700만 명으로 11배 늘었다.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쉐보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서버번은 길이가 5.7m, 무게 2500㎏에 달한다. 1908년 처음 생산된 포드의 모델T 자동차는 길이 3.4m, 무게 540㎏에 불과했다. 미국의 평균 주택 규모는 1950년 100㎡였다. 지금은 250㎡를 넘어섰다. 요즘 새로 지은 아이맥스(IMAX) 영화관 화면은 가로 24.4m, 세로 19.9m에 이른다.”
현대 사회가 ‘크기(사이즈·size)’에 집착하고 있다는 허다한 증거 중 극히 일부다.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신간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에서 “현대의 발전은 비용이나 불편함에 개의치 않고 더욱 크고 극단적 크기를 설계하려는 노력을 의도적이면서 단계적으로 계속해 온 과정”이라며 “소비재뿐 아니라 건물의 높이, 다리와 터널의 길이, 기계의 크기와 무게도 신기록을 경신했다”고 분석한다.
캐나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좋아하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게이츠는 2017년 자신의 블로그에 “어떤 사람들이 다음 스타워즈 영화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스밀의 새 책을 기다린다”라고 썼다.
책은 자연과 인간사에서 크기의 역할을 시작으로 크고 작음 사이의 긴장 관계, 큰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성향, 크기의 극단적 사례 등을 언급하며 현대 문명을 크기의 관점에서 통찰한다.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공공 정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선으로 날카롭게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우리의 크기 지각, 비례·대칭·비율 등 크기 사이의 관계, 인체 공학 같은 크기의 설계, 크기의 분포까지 두루 살핀다.
큰 것은 사람의 눈길을 끌기 쉽다. 예상을 벗어난 거대한 크기와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놀란다.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이집트 피라미드,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등이 그런 예다.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도 첨단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즉각적인 경외심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사람이 맨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폭이 약 0.04㎜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급한 일상 속 ‘크기 집착’의 예로는 인간의 키에 관한 것도 있다. ‘키의 유전적 잠재력은 유년기와 사춘기를 건강한 생활환경에서 보내고 만성질환과 영양 결핍이 없을 때만 실현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저자는 “결국 키가 큰 사람은 건강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전한다. 심지어 중국에서 남성의 키가 1㎝ 커질 때마다 공산당원이 될 확률이 0.0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에서 공산당원은 비(非)당원 남성보다 소득이 약 11% 더 높다.
하지만 키가 크다고 모든 게 좋은 것은 아니다. 똑같이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을 지킨다면 키가 작고 마른 사람이 키 큰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키가 1㎝ 커질 때마다 기대 수명이 0.4~0.63년 줄어든다는 것. 몸에 세포가 더 많을수록 암 유발 돌연변이 표적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의 허점에 관한 언급도 눈에 띈다. 대도시의 에너지 효율이 소도시의 에너지 효율보다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저자는 인류가 크기에 눈이 멀어 더욱 중요한 본질을 제쳐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면서 ‘크기 지각’의 착시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현대인의 일상
필터월드
카일 차이카│김익성 옮김│
미래의창│2만1000원│432쪽│
7월 25일 발행
‘필터월드’는 방대하고 서로 얽혀 있는 알고리즘 네트워크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잡지 ‘뉴요커’의 평론가이자 작가인 저자 카일 차이카가 만든 신조어다. 물리적, 심리적 공간의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알고리즘의 이면을 파헤친다. 저자는 “알고리즘은 우리가 알아내기 전에 생각하고 찾고 바라는 것을 앞서 추측해 결과를 내놓는다”며 “편리함에 빠져 자유의지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점유율 98%, 대체 불가 기업의 비밀
엔비디아 웨이
이덕주│더퀘스트│
2만1000원│276쪽│
7월 25일 발행
5년 전만 해도 시총 20위 안에도 못 들던 엔비디아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책은 그래픽 카드를 만들던 작은 회사에서 ‘칩의 제왕’으로 거듭나기까지 엔비디아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살핀다. 미래 먹거리로 어떤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지, 앞으로 계속 커지게 될 ‘칩 워(Chip War)’의 양상과 관련해 미래 전략은 어떠한지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돈의 역사가 곧 인간의 역사
돈 밝히는 세계사
차현진│문학동네│
1만9800원│400쪽│
7월 16일 발행
‘숫자 없는 경제학’ 등의 저서를 통해 돈과 경제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한국은행 출신 차현진(현 예금보험공사 이사) 작가의 신작이다. 책의 제목은 ‘돈을 밝히는 세계사’와 ‘돈이 밝혀주는 세계사’의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책은 정치·경제·철학·역사·문화 등 분야를 넘나들며 돈을 대하는 여러 감정이 낳은 사건들을 조명함으로써 돈을 둘러싼 생사고락이 인간 역사임을 보여준다.

세계 1위 토요타, 전기차 전략의 위기와 도전
토요타 EV 전쟁
나카니시 다카키│정문주 옮김│
시크릿하우스│2만2000원│414쪽│
7월 30일 발행
도요타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섬세하고 탄력적인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정상을 지켰지만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비관론을 전한다. 테슬라는 연간 200만 대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도요타의 2022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2만여 대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 “일본 차를 능가할 수 있는 존재로 부상했다”고 소개한 대목도 눈에 띈다.

고전에서 길어 올린 경영 지혜
경영 고전과 열린 미래
정명호│한울아카데미│
3만3000원│376쪽│
7월 13일 발행
지난 30년간 인사관리를 연구해 온 저자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고전 열 편을 바탕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미래 경영의 지혜를 담았다. 과학적 관리와 창의성 경영을 비롯한 경영학의 핵심 이론과 소통·네트워크·리더십 등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진 주제들을 조명한다. 또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리더십 이론’의 과잉 현상과 팔로어십 관련 연구 부재 등의 문제도 날카롭게 파헤친다.

내부 혼란을 잠재우는 여정(A Journey to Quiet the Chaos Within)
모든 것의 색깔
(The Color of Everything)
코리 리처드│랜덤하우스│
30달러│368쪽│7월 9일 발행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로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해발 8000m가 넘는 산들을 다니며 명성을 얻은 저자의 모험을 담은 기록인 동시에, 어두운 유년시절과 방황에 관한 용기 있는 회고록이다.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란 저자는 조울증 진단을 받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트라우마의 뿌리를 파헤치고 극복하기 위해 세상의 가장 먼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과 등반의 세계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