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워케이션(workation=work+ vacation·일과 휴가의 합성어)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관광·숙박업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김호규 워크앤스테이 대표는 7월 17일 인터뷰에서 “워케이션 본연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과 휴식의 비중이 50 대 50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다”면서 “기업들도 워케이션을 휴가와 연계된 복지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에 위치한 워케이션 특화 시설 ‘워크앤스테이 강릉’을 운영하는 김 대표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기업에 속한 고객 중에서는 한 달가량 주문진 공유 오피스로 출근하면서 근무시간에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근무가 끝나면 서핑 등으로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원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일하는 워케이션 본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바이너리, GXC 등 게임·정보통신(IT) 서비스 회사 근무 경력이 많은 김 대표는 재택근무 등 워케이션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하우가 풍부하다. 그는 현재 워케이션 참여자 1인당 최소 5만원 이상 지급되는 보조금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워케이션은 보조금을 받아 좋은 호텔에서 저렴하게 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호텔 등 숙박업소에 돌아가는 보조금의 몫을 줄이고, 오피스 공간 등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활성화된 기업 차원의 워케이션이 최근 주춤한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IT 기업 중에서 비대면으로 업무를 진행해도 생산성 유지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원격 근무를 통한 워케이션이 지속되는 것 같다. 제조업 기업 중에서도 마케팅, 법률, 인사 등 비대면으로 업무 관리가 가능한 부문에서도 재택근무 등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생산 현장이 뚜렷하게 있거나 업무 프로세스 관리 능력이 취약한 기업은 원격 근무를 통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축소했다. 원격·재택근무 등 워케이션이 가능한 유연한 근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관리 능력이 뛰어나 생산성 손실이 없을 때 가능한 것 같다.”
외국 트렌드는 어떻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고급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일주일당 1~3일 범위에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정착됐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없으면 고급 인력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미국 등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상당히 진전됐고, 성과주의에 근거한 인사·조직 관리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등을 확대한 한국 기업은 업무 프로세스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유연 근무 등을 축소하고 있다.”
워케이션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나.
“출퇴근 시간이 없는 재택근무는 업무 프로세스 관리가 잘된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뛰어나다. 이 경우 워케이션은 지식 노동자가 효율적으로 일을 하면서 뇌에 대한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엄청나게 높은 강도로 일을 한 후, 자연환경이 좋은 산이나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면 낮은 전환 비용으로 완벽한 휴식을 할수 있다. 스트레스에서 치유되어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워케이션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워케이션에 유리한 입지 환경이 있다면.
“워케이션을 떠나려는 수요자는 대략 절반 이상이 바다를 접하는 환경을 선호하는 것 같다. 바닷가의 시각적 전망이 좋은 곳에서 쉬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촌캉스’라고 해서 인적이 드문 산골 등에서 쉬는 수요도 있지만, 일회적인 수요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워케이션용 업무 공간 입지로서는 바닷가가 더 유리한 것 같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식의 동시 추구’를 의미한다. 둘 중 무엇이 더 우선돼야 하나.
“워케이션이 성공적인 근무 형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워크(work)’에 방점이 더 맞춰져야 할 것 같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오피스 공간을 구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의 피드백을 살펴보면, ‘호텔 방에서 일하는 거 힘들다’라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인프라 수준으로는 워케이션이 ‘집중적으로 일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업무 공간의 퀄리티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나.
“재택근무 수요가 많은 IT 회사 개발자의 눈높이에 맞춘다고 생각하면 된다. IT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직원 복지의 대명사가 된 허먼밀러 의자, 모션 데스크, 간접 조명, 개별 칸막이 등의 시설은 필수적이다. 3.3㎡(1평) 당 전용면적당비용(NOC)이 30만원이 넘는 서울 강남역 공유 오피스 수준에 맞는 투자를 해야 원격 근무를 희망하는 근로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주문진에 워케이션 업무 공간을 구축할 때 이 기준을 맞추려고 했다. 서울과 달리 주문진은 부동산 비용이 매우 낮아 시설 투자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워케이션 참여한 근로자가 업무에 집중하는 수준은.
“지자체 프로그램으로 온 고객보다는 개별적으로 신청한 고객의 업무 집중도가 높은 것 같다. 프로그램으로 온 고객은 휴가 온 김에 업무도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개별적으로 신청한 고객 중에서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워케이션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마치는 경우도 있었다. 업무 프로세스 관리가 잘되는 기업은 워케이션을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지자체들은 정주 인구 감소 영향을 생활 인구 유입으로 줄이려는 것 같다.
“워케이션 보조금을 받고 지역을 방문한사람들이 돈을 쓰기 때문에 경제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 사람들이 지역을 재방문하면 경제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효과는 워케이션 보조금이 끊기면 사라질 수 있다. 워케이션이 영속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완화와 업무 효율 극대화를 동시에 충족할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워케이션 영속화 아이디어가 있다면.
“대기업은 별도 연수원을 만들어서 구성원의 친목 활동이나 외부 단절이 필요한 집중 회의 등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은 연수원 등의 시설이 없다. 호텔 등 휴양 시설과 연계해서 성장 기업들의 직원 연수, 집중 워크숍, 각종 전략 회의 등을 유치하면 워케이션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워케이션이 단순한 휴가 성격을 넘어서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지역 경제에 도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