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대규모 축제나 행사의 티켓 관련 부정행위다. 관람객이 몰려 발생하는 통신 장애를 악용해, 하나의 입장권 QR코드로 여러 명이 입장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피버는 새로운 솔루션을 적용했다. 내부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동된 입장권 QR코드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두 코드가 서로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돼야 인증되는 솔루션이다. 캡처본이나 위변조된 QR코드를 걸러낼 수 있다. 한 번 이런 솔루션을 개발해 두면 다른 파트너사에도 적용할 수 있어 선순환을 그릴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운영하는 글로벌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피버’의 고재현 한국 법인(피버코리아) 대표의 설명이다. 피버는 세계 각국의 공연· 전시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하고 마케팅, 티켓팅 등 파트너사가 공연·전시를 하는 데 필요한 기술 솔루션 전반을 지원한다. 올해로 설립 10년 차를 맞는 피버는 누적 4억달러(약 5531억원)가 넘는 투자를 받았다.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아시아엔 2021년, 한국에는 2022년에 진출해 다양한 공연·전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고재현 대표는 “피버와 다른 공연 플랫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술력이다. 피버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분석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개발 인력이 정말 강하다” 며 “피버는 기술 기반의 올인원(통합)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전 맥킨지앤드컴퍼니 근무 사진 피버코리아
공연·전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동종 업체에 비해 남다른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파트너(공연·전시 창작자)가 이벤트를 선보이고 잠재력을 펼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적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단순히 콘텐츠 창작자와 관람객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 전환 중심의 티켓팅 기술 △데이터 관리·분석 △수익 최적화 △관객 참여 서비스 지원 등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제작, 결제, 유통 등 솔루션이 있다. 인기 높은 콘텐츠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기도 한다. 요약하면, 콘텐츠 제작사의 모든 니즈(수요)에 부합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캔들라이트’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직접 기획하고 제작·운영하고 있다. 캔들라이트는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첫선을 보였다. 5년간 전 세계 150개국에서 300만 명의 관중을 끌어모았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야간 관광 콘텐츠 ‘대한민국 밤밤곡곡’에 참여해 전국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구매 전환 중심의 티켓팅 기술'이 무엇인가.
“이용자 구매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무언가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구매 과정이 너무 복잡하면 불쾌감이 들어 구매욕이 사그라들 때가 있지 않나. 피버는 이용자가 공연 광고를 보고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접속해서 배너를 누르고, 공연 정보를 확인하고, 관람 일을 선택하고, 결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하고 있다. 고객이 최대한 적은 클릭으로 구매에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솔루션이라고 보면 된다.”

피버코리아 설립 배경은.
“한국 문화에 대한 글로벌 열풍, 높은 국내총생산(GDP) 수준 등 한국 시장은 피버의 다양한 글로벌 이벤트를 소개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기에 높은 잠재력과 기회가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한국 진출 이후, 피버코리아는 주요한 글로벌 파트너의 인기 콘텐츠를 국내에 선보였다. 세계적인 전시·제작 업체인 엑시비션 허브(Exhibition Hub)와 협력해 ‘반 고흐: 더 이머시브’ 전시를 한국에 소개했고 코드(CODE)와 협업해 일본의 ‘미니어처 라이프’ 전시도 국내에 소개했다. 반대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콘셉트로 한 디자인실버피쉬의 ‘딜라이트(Delight)’ 전시는 영국 런던에 진출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경력이 없는데, 어떻게 피버코리아에 합류했나.
“맥킨지 재직 시절 피버로부터 한국 법인장 제의를 받았는데, 사실 처음엔 거절했다. 당시 스타트업 거품이 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버의 사업 모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반해버렸다. 피버는 일반 티켓팅 업체와 달리 자체적으로 구축한 ‘데이터’와 ‘기술력’이라는 큰 무기가 있다. 이를 통해 고객과 파트너를 위한 최적화되고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업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조금 더 즐거움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느낀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업무 자동화가 가속화하면서 개인의 여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으로 직결돼 산업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공연·전시 산업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제자리에 앉거나 선 채로 무대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형태의 공연·전시보다는 몰입형 또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관객 참여를 이끌어내며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이 이 방향으로 활성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술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박물관에서 원화를 감상하는 대신 디지털로 구현돼 살아 움직이는 그림, 동시에 소리, 촉감 심지어 냄새 같은 다른 감각을 통해서도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다(多)감각적 관람 형태는 작품에 더욱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기존의 수동적인 전시 관람 형태를 더 참여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킨다.”
공연·전시업 불황 짙었던 코로나19에도 매출 20배 성장, 비결은?

공연·전시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러 국가가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문을 닫는 오프라인 여가 시설이 늘었고, 국내 역시 거리 두기 정책 영향으로 산업이 크게 침체했다.
그러나 피버에 팬데믹은 기회였다. 실내 클래식 공연장을 벗어나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북미 나이아가라폭포 등 각 도시 랜드마크에서 연주회를 선보이는 ‘캔들라이트’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캔들라이트는 클래식 공연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비전 아래 기획된 피버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실내 공연장이 아닌 도시 랜드마크에서 수천 개의 촛불을 밝힌 채 열리는 연주회다.
연주는 비발디, 모차르트, 쇼팽 등 클래식 거장의 음악뿐만 아니라 퀸, 아바, 콜드플레이 등 현대 뮤지션 음악과 K팝,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까지 아우른다. 또 클래식 연주를 넘어 발레, 공중 곡예, 재즈, 소울, 오페라, 플라멩코 등 공연과도 협업해 다양성을 키워 나가고 있다. 올해로 론칭 5주년을 맞은 캔들라이트는 그간 전 세계 150개국에서 1만1000회 이상 공연을 해 3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았다.
관객이 세트장을 두 발로 누비며 즐기는 몰입형 전시를 자동차를 타고 즐기는 ‘드라이브 인’ 형식으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피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몰입형 전시를 넷플릭스와 선보였다. 이는 드라마 세트장처럼 꾸민 전시장에서 음향·특수효과와 배우 연기를 결합해, 관객이 드라마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피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팬데믹 대응 조치 탓에 전시하기 어려워지자, 관객이 자신의 차 안에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 방식을 전환해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진을 기록했다. 고 대표는 “수년간 다져온 파트너십도 한몫했다. 피버는 팬데믹 이전부터 다양한 파트너사의 핵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팬데믹 관련 규제가 적은 지역에 집중해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피버는 팬데믹 기간에 매출 20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